예술과 삶/포토는~ 詩畵로* 80

명문의 길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최고의 명문 옥스퍼드대학교 교정을 걸으며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생각하던 시간이 있었다 더 많은 부족함과 더 큰 의미를 되새기면서 선생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반성과 각오를 다지던 날 그 날은 지금도 기억 안에 있어야 한다 삶의 목표는 의미이므로 김영남 화가 그 날, 그 산책의 끝 번민의 끝에 위로로 다가오던 햇빛 그 빛으로 풍경을 표현하였다 나는 그의 빛만큼이나 그의 빗방울 소묘를 사랑하는데 그 날 먹구름 뒤의 빛을 그는 알았을까? 명문의 길 오랫동안 일관성을 지녀온 것에는 무언가가 있다 크게 외치지 않아도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다가서면 느끼는 것 소리로만 들을 수 없는 것 장식으로만 볼 수 없는 것 미술도 음악도 아닌데 가슴에 울림을 주는 것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에는 무언가..

뇌샤텔, 시간의 골목

골목을 오르면 또 골목을 내려오면 바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만납니다 지난 시간들은 바람으로 불어와 바람으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골목 여행은 시간 여행입니다 뇌샤텔에서도 그랬습니다 중세의 건물들이 이어지는 골목 나는 그 곳에서 시간만큼 천천히 시간처럼 또박또박 걸었습니다 시간의 향기를 느끼며 시간의 소리를 들으며 권혜련 화가는 그 시간들을 스케치하였습니다 때로는 밝게 때로는 어둡게 그의 시간은 그림자를 가집니다 시간을 찾아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고 싶다면 옛모습이 담긴 앨범을 여세요 사라진 상처와 아직은 남아있는 흉터들 엊그제 모습을 담은 웃는 얼굴들 기억을 따라 방랑자로 걸으며 아직은 덜 메마른 마음을 열어 보세요 시간인 듯 흐르는 인연을 보면 아,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어 뇌리를 스..

아빠의 생일

나의 생일 사실 내게는 큰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태어난 것일 뿐 내가 노력한 것도 아니고, 뭔가 하여온 의미도 없는 그래서 나를 위한 축하보다는 부모님께 감사, 그리고 곁에 있는 가족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외려, 내가 밥을 사고 감사 인사도 하여야 하는데 가족은 그래도 챙겨줍니다 이번에는 부모님과 여동생에게도 큰 선물도 받았고 딸아이는 언제나 열심입니다 엄마 아빠의 생일이 지나면, 또 그 다음 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벤트 담당 이 사진은 지난 해 내 생일입니다 장식부터 선물, 이벤트까지 기획하신 따님과 함께 . . 고맙게도 이영순 화가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추억은 그림으로 볼 때 더 오래, 더 깊게 다가옵니다 1년여 전의 일이지만 새록새록 새롭습니다 감사를 전하며 곁의 가치 나는 알아요 곁이 고울..

시나이아의 가을길

늦가을, 시나이아 길을 걸었습니다 낙엽이 융단으로 깔려있는 가난한 황금빛의 길 떨어져 내려앉은 땅의 잎들과 아직 채 떨어지지 않은 나뭇가지의 잎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바람에 쓸려가기 전 여전히 곁에 있는 이들과 멀리 떠나간 이들 그런 생각을 하며 그 길을 걸었습니다 이명례 화가 풍경을 그렸습니다 늦가을의 감칠을 더하여서 나는 바람결에 떠난 모양입니다 흔적과 추억만을 남겨 두고 그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시나이아를 떠나며 시나이아역에서 부쿠레슈티행 기차를 기다린다 2시간여를 기차는 달려갈 것이다 나는 이 곳에서의 사흘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듯 하다 누구도 모르게 나도 어림할 수 없을 만큼 큰 혼돈을 안고 이 곳에 왔다 곁에 두면서 이별하는 것만큼 가슴시린 아픔이 세상에 또 있을까 고독한 곳에서 남길 것..

아우라지역

두 줄기 물길이 어우러지는 아우라지에서, 나는 옛이야기와 어우러지고 있었다 두 줄기 냇물이 만나서 강을 이루고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옛뗏목터에서는 고향을 떠난 타향살이 뱃사공들의 아리랑~ 들도 어우러진다 강을 사이에 두고 살던 처녀 총각이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을 한 날 야속한 비는 밤새 내리고 나룻배는 묶여 있는데 금빛 기차가 멈춘 역에서 산구비를 따라 내려오는 아리랑 곡조 떠날 시간을 모르고 있다 그 날 내 마음을, 모습을 얼마나 담고 있을까 이명례 화가 그의 그림을 보고 또 보며 플랫폼에 두고 온 나를 찾고 있다 아우라지역 물길은 만났어도 인연은 만나지 못한 곳 아우라지 나루터에 기차가 멈춘다 그림자는 길어져 가고 갈 길은 먼데 떠날 줄 모르는 기차 금빛으로 반짝이는데 언제 떠날지 언제까지 머..

펠레슈성

시나이아에서의 꿈같은 며칠 한 꼭지를 장식한 펠레슈 성 그 아름다운 성은 차라리 멀리 떨어져서 바라봄이 행복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우지 않기 위해 멀리 떨어져서 바라본 그 눈빛으로 풍경이 곱다. . . 고운 풍경을 이정희 화가는 동화의 그림으로 그렸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을런지는 나도 궁금하다 풍경에서 가끔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고요, 새벽이나 일몰, 겨울, 숲 그림자 뭐, 이런 단어들이 들어가는 풍경 그런 풍경에 서면, 슬픔이 싸하게 밀려온다 함께 있어야 할 이들이 멀리 있어서 멈칫, 다음 행선지를 까마득히 잊어서 지난 일들이 차가운 바람으로 다가와서 그러하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쩌면, 우리네 삶도 이토록 고울 것이다 고요를 듣고, 숲 그림자를 볼 여유가 있다면 새벽이나 일몰..

애들레이드의 언덕에서

짧지만은 않은 홀로의 타국 생활 비라도 내리려 외로움이라도 넘치려 하면 습관으로 오르던 근교의 언덕 저 멀리 너머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커다란 우산을 들고 하염없이 걷고, 머무르던 그 언덕이 이젠 30년이 다가오는 먼 옛날의 희미한 기억일 뿐 비구상, 반구상화처럼 묘사된 이명례 화가의 그림 그렇게 띄엄띄엄 흩어진 편린들로만 남을 뿐 세밀한 감정들은 시간을 따라 흩어져 갔다 나 애들레이드를 그리워하지 않으리 애들레이드를 다시 찾았다 20대의 젊은 꿈이 머물러 있는 곳 두고 온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며 지낸 곳 젊은 날의 꿈과 홀로의 고독이 훈장이 되고 상처가 되어 가슴 깊이 남아있는 곳 20대 후반, 애들레이드에 발을 딛던 날 하늘은 높고 높았고 숲은 푸르고 푸르렀다 남반구의 모서리 그 이국적인 하늘 아..

호카곶에서

유럽 대륙 서쪽의 끝 호카곶에서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일시 멈춤에서는 늘 더 먼 곳을 바라본다 갈 수 없는 곳을 아쉬워하며 사라지는 기억들은 더 잊어간다 모든 건 꿈인데, 꿈일 뿐인데 그래서 사진도 꿈결인 듯 얻어졌다 바다를, 하늘을 더 넓게 그리고 싶었을까 이명례 화가 그의 그림 한켠에는 언제나 그 날, 그 곳에서의 내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카보 다 로카 땅의 끝 물의 시작 이제는 배를 띄어야 한다 더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하여 질주의 끝 멈춤의 시작 이제는 나를 놓아야 한다 더 먼 곳으로 떠나기 위하여 계획이 있었다면 길을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daum.net) 계획이 있었다면 길을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리스본~ 그리고 호카 곶 리스본은 하얀색 집이 많고 유럽의 서쪽 끝, 호카 곶은 바람이 많다..

세느강을 걷다

세느강을 걸었습니다 이른 오후부터 밤까지 강변을 따라 걸었습니다 여유도 있었겠지만 이유도 없이 그러고 싶은 날이 있지요 강변을, 강을 그리고 강 너머를 촬영하면서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그 시에 곡을 담은 샹송, 미라보 다리를 들으며 강가를 걷던 날 섬인듯 떠 있는 강 너머의 공원 풍경을 최은주 화가께서 묘사하였습니다 툭툭 물감을 던지듯이 기억도 추억도 그림 안으로 던져집니다 그리고 넓게 번져갑니다 노을처럼 늘 그렇듯이 추억은 여전히 잔잔하게 곱습니다 허무한 맹세 강물을 잡을 수가 있는가 구름을 멈출 수가 있는가 흘러갈 줄 알면서 인연을 맺고 떠나갈 줄 알면서 사랑을 한다 인연도 사랑도 한껏 오늘일 뿐 내일도 내일이 되면 오늘일 뿐 흘러갈 인연을 잡으려마라 떠나갈 사랑을 멈추려마라 맹세는 허무할 뿐이다 허..

백운에서

초여름의 아침 어제 내린 비의 젖음이 여전히 남아있고 아침 안개가 살며시 드리운 길 산책을 나서며 고향의 포근한 내음에 더하여 그리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방 지난 날들의 기억이 나를 감싸 안았습니다 안개가 되어 바람이 되어. . . 이명례 화가 더 푸르고 꽃까지 피운 상쾌함을 열었습니다 그리움에 더하여 다정함 옛생각이 또 다시 몸을 두르는 그림입니다 서러워 좋은 날 인생은 서러운 것이라고 어릴적 숱하게 들려오던 어르신들의 슬픈 혼잣말 이제사 나이가 들어보니 인생은 서러운 것이었네 돌아보는 마음 한구석에 고향의 옛집이 다가오고 할머니의 마른 눈물자욱 할아버지의 잎담배 연기 먼 산기슭아래에 보이네 서러워 좋은 날, 바람이 부네 서러워 좋은 날, 안개가 오네 젊었던 시절은 그리워지는~ (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