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포토는~ 詩畵로* 80

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 울진으로 가는 연구실 MT 태백을 지나는 길에 들른 곳 아직 비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그 곳에서 우리, 어디선가의 지난 날들을 보았다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 그 느낌의 그 곳 한 컷의 풍경이 어디에선가 그림으로 있을 줄은 몰랐다 . . 안해숙 화가 아직은 그를 모른다 그의 그림첩을 뒤적이다가 문득 눈에 띈 작품 그는 아마도 나와 같은 지점에 포지셔닝을 하였나보다 같은 앵글로 신비로움이다 그림과 사진에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림을 앞에 둔다 옛 곳에서 그 때는 친구에 더하여 동지였잖아 나의 슬픔에 네가 울고 너의 기쁨에 내가 더 좋았잖아 하룻밤 떨어지기가 아쉬워 겨울 바람이 부는 밤거리 어딘가를 서로 어깨를 두르고 행진했잖아 이제, 아무도 없네 추억마저도 썰물이 되고 끈적..

두물머리의 강

강으로 갔습니다 강은 늘 거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흐릅니다 하늘을 가득 안고 곁의 산과 들풀까지도 안고 푸근하게 품고 투영합니다 낮이 가고 밤이 와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계절이 바뀌어도 강은 순응하며 흘러갑니다 강은 품고 순응하며 고요히 흐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는 강이 좋습니다 강처럼 삶을 흐르고 싶습니다 . . 양수리 두물머리로 간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곳 두물머리에서는 멀리 보아야 한다 하나됨과 조화의 미덕, 포용 고요와 넓음의 관대함 오늘 하루, 이 순간만이라도 반성하고,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권혜련 화가 그림을 그려가는 동안에 함께 느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을 느꼈을런지도 모르겠다 원체 포용과 관대함의 그이기에 말보다 글이 좋고 나보다 우리가 좋은 날 오..

나무

훗카이도, 후라노 비에이 지역 다소 평범할 수도 있지만 다정하게, 그리고 꼼꼼히 살펴본다면 나름 눈에 띄는 자연, 풍경이 종종 있다 나는 나무를 존경한다 특히 미루나무, 미국산 삼나무(세콰이어), 자작나무, 은행나무, 계수나무, 대나무와 같이 곧게 자라는 나무들을 넓은 땅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곧게, 하늘을 향해 자라는 양보의 미덕, 그리고 높은 이상을 갖는 그런 나무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물, 바람, 햇빛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나무 지친 나그네에게 그늘을 주고 인간의 소용에 맞게 자신을 내어주는 나무 김순복 화가 지난해 5월, 인사동 퇴근길에서 전시 포스터를 보고 전시장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주친 인연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고향의 화가이다 자연의 풍경, 꽃, 그리고 고향을..

설산에서

한겨울에 찾았기에 1,700미터, 온통 눈만의 풍경, 봉우리에 설 수 있었다 하얀 세계에 홀로만 검게 남아있었다 세상의 오점처럼 아래를 동서남북으로 내려다보니 작은 마을들 인간사는 더 작아보이고 세상의 한점처럼 더 위에는 십자가가 있었고 나는 무조건 반성, 회개를 하여야 하는 처지 그리고 순수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하산을 하고 산아래 마을, 할라인에서 무조건 성당을 찾아갔다 이명례 화가 하얀색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수고를 기꺼이 그에게 감사한다 눈의 풍경 하얀 풍경에 선다 처음에는 모두가 하얗지만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하고 이제는 알록달록, 혹은 얼룩덜룩이 되었다 눈물 자국이 번지기도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기도 원래의 색을 차츰 잃어간다 그래도 순백이고 싶어 하얗게 덧칠을 하려 행하지 않..

비와 들꽃

2020년 7월 흐렸다가 약간의 비도 내리는 휴일 아내와 딸, 우리 가족의 나름 단골 산책로 김포의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루드베키아, 에키네시아와 금계국 무리 들판에 피었으니 들꽃들이라오 약간의 비에 젖음과 흔들림이 좋았다 권혜련 화가님 20여년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근무할 무렵 참 가까웠던 직장 선배 박종오 교수님의 아내 민들레 화가 민들레처럼 낮고 겸허하게 민들레 씨앗처럼 그 흔적은 멀리 오래도록 남는 분 그의 그림을 '비와 들꽃' 으로 이름하였다 들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서 흐트러지게 살고 가자 모서리도 경계도 없는 구름과 바람 안에서 낮게 머물러서 나즈막이 살고 가자 땅 내음 가까이 있는 대지의 품 안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이슬에 휘어지자 가까이 닿는 작은 손길들 그 따뜻함 안에서 https..

우정의 초상

삶과 인생 당연히 힘겨운 일들이 더 많다 사막을 건너다 오아시스를 만나듯 한주일을 겪다가 주말을 만나듯 하루를 더 살고 저녁 주점을 찾듯 그렇게 또 버텨간다 어느 비 내리는 날 아침 출장을 겸한 여행 업무를 마치고 나니 비가 그쳤다 세상이 언제 젖었냐는 듯 하늘은 맑고, 햇빛은 반짝이며 땅에는 물기 한 점이 없다 삶이 그렇다 통곡의 아픔마저도 한순간의 웃음이 쓸어가버린다 그 행복의 오류로 하루를 또 버틴다 돌아오는 길 몸살이 올 듯도 하여 따뜻한 차 한 잔 부족하여 밖이 보이는 창가에서 맥주 한 잔 취해가면서 왼종일 못 본 내 얼굴 기분의 표정이 궁금도 하여 대충 찍은 셀피 . . 박승태 화가 1년전, 지난 해 6월 어느 날 하루에 강한 화가 셋을 만났다 구력이 강한 금경환 화가 외유내강의 김영남 화가,..

테헤란로에서

테헤란로 강남의 업무에서는 가장 많이 가는 거리 업무가 일찍 끝나거나 늦게 시작되면 먼저 가서 걷고 머무르는 거리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일직선을 쭉 따라서 걸어가면 사계절마다 매월, 매시간마다 각양각색의 사연과 인연들이 오고 간다 무심코 누른 셔터가 제각기 다른 기쁨과 웃음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연들을 담고 있겠지 이정희 화가 늦가을 비의 풍경을 이른 봄으로 바꾼 듯하다 아래 한켠에는 짓궂게? 나도 넣고 그리워하기에는 봄이 좋고 견디기에는 늦가을이 좋지 늦가을로 떠났다가 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회상의 거리 여기던가 저기던가 그 날을 찾아 헤매이지만 떠나간 이는 떠나간 이 돌아온 이는 돌아온 이 한참을 멀어지던 뒷모습이 못내 돌아올 줄이야 누가 알았던가 길손의 여윈 얼굴 텅 빈 발걸음 아래 '남은 ..

운양동의 여름

울 가족의 단골 마실 장소 운양동, 김포 시원하게 펼쳐진 대지 위에 타운 하우스와 녹지들이 보기 좋게도 어우러진다 북한산 아래 우리 마을을 두고 왜 멀리까지 가냐고 하면 아내가 타운 하우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라피아노~ 를 여튼 누구 하나라도 좋으면 우린 고고 씽~ 한여름, 무더위에도 기분 좋은 바람은 불고 아스팔트와 보도블럭 위이지만 녹음은 곱게도 펼쳐진다 걷더가 앉았다가 때로는 벤취에 눕기라도 하면 멀리 올려다 뵈는 파란 하늘 한 시절에는 나에게도 파란 꿈이 있었지 꿈을 먹고 살던 그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내 안에 있을까 멀리로 떠났을까 이정희 화가 지난 해 5월, 처음 만난 날 카페 한 모퉁이에 마련된 그의 공간에서는 꿈이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경치에 서정을 가미한 그림들 그의 그림은 곱고..

우사단길을 내려오며

6호선 퇴근길 한달에 한 번 정도, 갤러리 조은에 들릅니다 학교의 예술 강좌?를 통하여 알게 되어 멤버에 가입이 되어있다 보니 전자 우편으로 전시 소식이 옵니다 기획전 위주로 운영되는데 작품들이 신선하고 볼만하죠 그리고 나서, 우사단길 커피 챔프 3형제의 커피집이 있습니다 주로 수염을 기른 막내가 운영하는데 잠시 머물기에 맘이 편합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이 좋죠 지하철역으로 내려오는 골목 옛 산동네가 제법 그대로 있습니다 회벽들에 줄줄이 출입문이 있고 좁은 골목에 가느다란 전깃줄들이 끊임이 없이 이어집니다 김선희 화가 전봇대와 구절초의 화가 이 사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림이 사진보다 훨씬 더 깊다는 것을 이 골목길 수채화가 명확히 보여줍니다 맑은 하늘 아래 아직은 젖어있는 길 축축한 정감 걷고 싶습니다 골..

늦여름의 하오

스위스의 제네바, 뇌샤텔, 인터라켄, 베른에서 파리로 이어지던 여행길 뇌샤텔에서의 사흘은 그저 쉼과 멈춤 이었습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 민박같은 숙소에 머물며 동네 마실을 다니듯 여기저기 그렇게 떠 돌았죠 호수가 크던 마을 중세의 흔적이 남아있는 시내 산과 숲 사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물길이 시원한 마을 그리고 퐁듀와 와인이 맛나던 곳 서두를 이유도 다음 일정도 잊은 채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던 곳 최은주 화가 특히 전원 풍경을 잘도 묘사합니다 한국이건, 외국이건 그의 손길을 거치면 자연과 풍경은 가치를 더합니다 산책길 언덕 위에 보이던 포도 농원을 참으로 정감있게도 그렸습니다 뇌샤텔에서 취리히에서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산과 호수를 지나면 뇌샤텔에 닿는다 묻혀 있어서 좋은 곳, 칩거할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