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시나이아
길을 걸었습니다
낙엽이 융단으로 깔려있는
가난한 황금빛의 길
떨어져 내려앉은 땅의 잎들과
아직 채 떨어지지 않은 나뭇가지의 잎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바람에 쓸려가기 전
여전히 곁에 있는 이들과
멀리 떠나간 이들
그런 생각을 하며
그 길을 걸었습니다
이명례 화가
풍경을 그렸습니다
늦가을의 감칠을 더하여서
나는 바람결에 떠난 모양입니다
흔적과 추억만을 남겨 두고
그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시나이아를 떠나며
시나이아역에서
부쿠레슈티행 기차를 기다린다
2시간여를 기차는 달려갈 것이다
나는 이 곳에서의 사흘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듯 하다
누구도 모르게
나도 어림할 수 없을 만큼
큰 혼돈을 안고 이 곳에 왔다
곁에 두면서 이별하는 것만큼
가슴시린 아픔이 세상에 또 있을까
고독한 곳에서
남길 것은 남겨두고
안아야 할 것은 안고 떠난다
기차가 오는 소리
다시 오리라는 희망도 버리고
부쿠레슈티행 기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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