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기 물길이 어우러지는
아우라지에서, 나는
옛이야기와 어우러지고 있었다
두 줄기 냇물이 만나서
강을 이루고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옛뗏목터에서는
고향을 떠난 타향살이
뱃사공들의 아리랑~ 들도 어우러진다
강을 사이에 두고 살던
처녀 총각이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을 한 날
야속한 비는 밤새 내리고
나룻배는 묶여 있는데
금빛 기차가 멈춘 역에서
산구비를 따라 내려오는 아리랑 곡조
떠날 시간을 모르고 있다
그 날 내 마음을, 모습을
얼마나 담고 있을까
이명례 화가
그의 그림을 보고 또 보며
플랫폼에 두고 온 나를 찾고 있다
아우라지역
물길은 만났어도
인연은 만나지 못한 곳
아우라지 나루터에
기차가 멈춘다
그림자는 길어져 가고
갈 길은 먼데
떠날 줄 모르는 기차
금빛으로 반짝이는데
언제 떠날지
언제까지 머무를지
서산을 넘는 해
날은 어두워지는데
나그네가 되어
거닐어 보는 풍경
움츠린 잎새들 사이로
햇살이 잘게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