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포토는~ 詩畵로* 80

해바라기의 전원

수년전 훗카이도 해바라기가 그득한 들판을 지나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노랑꽃 물결 제법 차가운 날씨였음에도 포근함, 따뜻함으로 다가온 강렬함이여 하늘은 더없이 청아하였고 멀리, 일렬로 숲이 보였다 초록을 경계에 둔 파랑과 노랑의 조화 나는 이 사진이 대단할 것이라 확신하고 단지 몇 번의 셔터만 눌렀다 이명례 화가 해바라기 풍경에 다소 몽환적인 요소를 가미하였다 마치 지금 그 시간을 회상하듯이 그 풍경, 그 구도는 꿈결로 남아있다 해바라기 사랑 가슴으로 안지 못하고 마음에만 담는 곁에 머무르지 못하고 멀리서 그리워하는 덧없이 홀로 기다리다 외로이 사라져가는 blog.daum.net/jbkist/5776 2016년, 가을, 늦가을~ 훗카이도 2016년, 가을, 늦가을~ 훗카이도 오비히로에서 시호로~ 를 향하는..

겨울 마을에서

어느 겨울 어렵다는 오스트리아의 눈 덮인 도로 그래도 과감하게 차를 몰고 잘츠부르크에서 아터제 호수를 향하였습니다 모짜르트와 카라얀을 만났으니,이제 쿠스타프 클림트 그를 만나야할 시간입니다 아터제로 가는 길 잠시 들른 장크트 길겐 그 작은 마을의 산책은 실로 경이로웠습니다 할슈타트의 명망과 관광객들을 피해 홀로 겨울 깊숙이로 숨어버린 마을 커피 한 잔의 시간만 가지려던 나는 그 마을길과 호수, 호반에서 세시간 이상을 머물렀습니다 이선희 화가 마을의 한 집을 무심코 촬영한 사진으로 깊은 감동의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그 여행에서는 외진 마을 루트에 없던 산책 장크트 길겐의 겨울이 그림 안에서 다가와 차갑던 투명을 일깨웁니다 그림은 나를 다시 그 곳으로 데려갑니다 겨울에 천국 못지않은 풍경 아래로 겨울, 적막,..

성곽 마을 오르는 길

혜화동 전시를 갈 때 오피스에서 한시간 반쯤, 미리 출발을 합니다 성북천변을 따라 걷다가 삼선교에 이르면 낙산공원쪽으로 오르는 길 성곽마을을 지나는 그 길에는 1970년대 고교 시절의 맛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오르면 엣날, 10대의 추억이 따라오고 마음은 자꾸 그 시절로 숨고 싶은데 옛 삼선교에서 마로니에 공원으로 넘어가는 산길, 골목길 내게는 종종 시간과 공간의 아지트입니다 이명례 화가 가장 밝았던 봄날의 사진을 정확히 잡았습니다 골목 오르는 길의 맑은 봄날에 다가오는 정감을 더하였습니다 눈을 떠도 감아도 청춘의 고교 시절이 다가옵니다 골목을 오르며 골목을 오르는 길은 시간을 오르는 길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어린 시절로 간다 길은 좁았지만 꿈은 넓었던 시절 산동네보다 더 높은 꿈이 머무르던..

화가의 뜰

어느 해, 이 무렵 귀한 초대를 받았다 전시를 앞두고 나의 여행 사진들의 그림들 함께 의논도 할 겸 몇몇 화가, 컬렉터들과 함께 하는 자리 광릉 수목원 인근 산자락에 거주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그의 집과 아뜰리에는 수목원과 갤러리였다 커피를 마시며 밖으로 보이는 풍경 천천히 봄은 떠나고 여름은 다가오는 날 '자유'보다는 '평화'가 어울리던 날 무심코 누른 셔터 그 날을 그린 그 곳의 화가 이명례 화가, 그는 그림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화가에게 공간을 그리시나요, 그대 작게 시작되는 우주는 무한인데 먼 곳, 꿈의 풍경을 사모의 미소를 그리시나요 햇살만이 친구인 하오의 아뜰리에 커피향은 안개처럼 잔잔한데 눈을 감으면 다가오는 상념 눈을 뜨면 캔버스의 여백 시간을 그리시나요, 그대 잠시 멈추는 순간..

안락동 길의 벽화

부산 출장중 동료들과 함께 안락동으로 밀면 먹으러 가는 길 밀면집 옆 벽화가 눈에 띄어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저 그런 풍경 저기 거리를 지나서는 어떤 모습들이 있을까 정도로만 궁금하였는데 화가의 눈은 다른가봅니다 이명례 화가 벽화를 다시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벽화도 주변의 시설들도 모두가 그림입니다 그저 그런 풍경이 정감이 듬뿍 담긴 풍경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화가의 손은 마법입니다 벽화 겔러리는 길, 관객은 길손 낮과 밤, 사시사철 오픈이다 하루 또 하루 잊혀져 가도 작가도 관객도 떠날지라도 언젠가 올 길손을 위해 시간이 묵묵히 덧칠을 한다 벽화 벽을 넘어서 멀리 가고픈 곳들을 하나 둘 그림으로 그려놓은 걸까 blog.daum.net/jbkist/5784 귀가 2020년 8월 26일 대전역,..

김포, 생태 공원의 길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김포 우리 가족의 단골 산책 장소이다 분지처럼 낮고 넓게 펼쳐진 지대에 가꾸지 않고 자연 그대로 담긴 풍경이 좋고 습지와 들판, 야생화의 언덕 하늘을 날아가는 철새들의 비행 등등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는 곳 종종 나는 의자 하나를 들고 걷는다 누군가 앉고 머무르고 사진이라도 찍고 싶으면 망설임없이 놓여지는 작은 의자 인생길 잠시 머무는 웃음처럼 그런 편안함으로 이명례 화가 의자가 주인공이 된 풍경을 멋지게도 그리셨다 지친 나그네 누구라도 선뜻 앉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의자 험한 길도 걷고 땀 흘려 일하다가 그늘 아래에 앉아 잠시 쉬기도 하고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동에서 떠오른 해가 먹구름에 가리우기도 하며 중천을 지나 서산을 향하듯이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마음 그늘 아래 의자 ..

몽마르뜨 언덕에서

몽마르뜨 언덕 아래에는 옛화가들의 흔적이 있고 위에는 지금 화가들의 현재가 있습니다 오르내리는 길의 작은 카페와 서점, 기념품점에는 지난 시간과 다가올 시간들의 어울림이 있습니다 언덕에 오르면 성당 성모를 만납니다 그리고 계단에 앉아 멀리, 가까이를 보며 바람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씁니다 곁의 몽마르뜨 묘원 산책 비 내리는 날에는 더없이 깊은 풍취를 줍니다 돌아오는 길의 길모퉁이 주점 분위기가 내게는 최적인 테이블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몽마르뜨에 갑니다 파리에 갈 때 마다 이명례 화가 몽마르뜨 언덕에 누군가의 연주를 넣었습니다 그림은 이렇게 사진에다가 마음을 불어넣는 매력이 있습니다 천사들의 합창 몽마르뜨 언덕 위 사크레 쾨르 성당에서 천사들의 합창을 듣는다 밝고 깨끗한 음성들이 높고 성스러운..

이스탄불의 거리

이스탄불 이틀쯤 머무르다가 터키의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려고 하였습니다 첫날 하루 온종일을 걷고 모든 일정을 바꾸었습니다 한주일 내내, 나는 이스탄불을 걸었습니다 그러고도 나는 이 도시를 오지 않은 곳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 역사와 여정 숨겨둔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은 곳 이명례 화가 그의 그림이 내 심정입니다 나는 이스탄불을 오지 않았고 그래서 이스탄불은 꿈의 윤곽, 흑백의 풍경으로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미루어둔 숙제와 함께 콘스탄티노플 나는 그 곳을 걷고 또 걸었다 누구에게나 그 곳은 콘스탄티노플이었고 그 이전에는 비잔티움이었다. 비자스는 눈먼 땅에 도시를 건설하였고 콘스탄티누스는 비자틴 제국 위에 로마를 올렸으며 오스만 터키는 그 혼돈과 조화 위에 이슬람을 덮었다 그 곳은 오리엔탈 특급의 종착역 유럽과 아..

우체통

옛날 골목, 옛날 우체통 터벅터벅 뚜벅이의 눈에 띄었다면 당연히 담을 정경이지만 이 사진의 장소, 포스팅을 나는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명례 화가 그림으로 그리신 분이 알고 계시겠지요. 나의 사진, 내가 쓴 글을 더 잘 아는 그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편지 너를 만나기 오래 전부터 나는 너에게로 보낼 편지를 써왔는지도 몰라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표정도 장식도 없는 내 이야기 빼곡하게 담아 써 내려간 편지 낙엽이 떨어지고 있어 슬프다고 눈이 내리고 있어 기쁘다고 그렇게 써 내려간 너를 향한 편지 바람이 불면 바람에 실어 구름이 가면 구름에 담아 이미 너에게로 보냈는지도 몰라 낙엽이 지는 날 낙엽이 되는 내 마음을 눈이 내리는 날 눈사람을 닮은 내 모습을 너를 만나기 오래 전부터 나는 너에게서 올 답..

을지로 출판사

2015년 무렵 시집을 엮어야겠다고 생각하였을 때 종로문협 회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출판사 동행, 지성의 샘 교과서도 만들고, 이리저리 영업 마케팅도 좋은 나름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도 있었겠지만 시집의 태생만큼은 순수문학으로 순수한 출판사가 좋았습니다. 그 후로 5년여 동안 지금의 다섯번째 시집이 나오기까지 한결 같은 곳 을지로 뒷골목 가끔이라도 들르면 늘 따뜻하신 사장님, 직원분들 내게는 마음이 고향인 곳입니다. 이명례 화가 평범한 소박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캐치하는 심성을 지니신 분 오래된 계단을 막 오르려는 그 느낌, 그대로 묘사하였습니다. 탈고 안될 이야기 한 순간에 쓸려가지도 애써 걸려있지도 않는 그저 강이 되어 아득히 흘러간 이야기 눈물 고이는 설움으로도 벅찬 감동으로도 남지 않는 그저 구름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