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포토는~ 詩畵로* 80

5월의 마을

산동네, 골목길은 늘 정겹습니다 성곽 마을 오르는 길 성곽을 따라 걷는 길만큼이나 마을길이 좋습니다 라일락과 장미의 계절 5월에는 산등성이에도, 산너머에도 꽃이 핍니다 아직은 불을 밝히지 않는 가로등에도 멀고 가까운 집들의 지붕 위에도 금이 간 담벼락에도 집집마다 이어지는 전깃줄에도 꽃이 핍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골목길, 마을 옛 시절을 따라가는 발길마다 아지랑이 피어 오릅니다 김선희 화가 수채화가 딱 입니다 이런 풍경에는 살짝 손을 대어보고픈 그림으로 표현을 하였습니다 5월의 마을 봄꽃 그리고 골목길을 봄꽃 사람 사는 마을에 봄꽃이 피면 사람들도 더불어 꽃을 닮는다 봄꽃이야 한철을 피고 지지만 꽃으로 한평생을 필 수 있을까 살다가 영영 떠나는 날에도 꽃처럼 곱게 질 수 있을까 하루를 피고 하루를 지더라..

목련이 지기 전에

목련은 지고 있었습니다 고교 3년을 들어가고 중퇴, 학교문을 나오던 날 젊은 날, 그 때 그 사람이 떠나던 날 20년 가까이를 다니던 직장을 떠나, 마지막 남은 짐을 들고 오던 날 세월호, 아이들이 떠나던 날 목련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어져 갔습니다 목련은 이별입니다 평창동 뜰의 목련은 참 고왔습니다 하얀 목련과 붉은 목련 번갈아 바라보며 지나온 날들을 생각했습니다 . . 이명례 화가 목련들을 담았습니다 화려한 절정 그 짧은 순간이 끝나는 날의 낙화 그리고 . . 이 그림에서는 목련이 지기 전에 그 화려한 절정만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목련을 보내며 목련이 지는 날이면 들창을 닫는다 이별에는 칩거가 필요하다 순간이지만 짧지 않은 이별 하루, 그리고 한달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갈 동안 나에게..

카프카에서

프라하에는 카프카가 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 그가 태어나고 살았던 곳 공부한 곳 일을 하였던 곳 글을 쓰고 산책을 하였던 곳 그리고 영영 누워있는 곳 그의 기념관과 카페, 흔적들 프라하에 가면 그의 루트를 하나 둘~ 따라갑니다 그의 작업실 골목길을 따라간 막다른 길 늦가을의 프라하, 그리고 카프카 젬마 이영순 화가 반투명으로 지워버린 내 모습까지 담았습니다 느낌의 뼈대만 살린 그림 프라하에서 카프카에서 그 날, 그 곳의 기억 그 곳을 떠나 길모퉁이의 한적한 주점 카프카의 사진 아래에서 잔을 기울이던 그 순간까지 내게 가져다 주고 말았습니다 카프카를 읽다 '변신'과 '심판'보다는 카프카를 읽고 싶었다 사랑과 이별 숱한 미완성들 삶의 고뇌와 고독 젊은 날의 죽음을 읽고 싶었다 그가 태어나고 살아온 메셀로바 거..

시나이아, 늦가을 길을 걷다

시나이아의 늦가을 길 시나이아에서의 사흘 산책, 그저 길을 걸었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자리잡은 마을 위로 오를수록 더 많은 바람을 만났습니다. 바람 늦가을 낙엽들을 이리저리 날리는 바람은 지난 시간들을 담고 흐릅니다. 그리운 사연들이, 잊지 못할 얼굴들이 바람결을 타고 다가오고 얼굴과 가슴에 잘게 부딪고 그러고는 멀어져갑니다 늦가을 산책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 가는 길입니다. 젬마 이영순 화가 여행지를 섭렵하며 그림을 그리고 그림 안에 종종 스스로를 넣는 중세의 이미지 마법같은 매력의 화가입니다 마법의 붓으로 이 풍경을 담았습니다 신비로운 바람이 불어오며 가을 낙엽들은 옛이야기들로 쌓여갑니다 바람의 빛깔 멀리 아득한 곳 시간의 뒤안길을 돌아온 바람은 영혼을 흔들고 지나간다 영혼에 머무는 바람의 빛깔 짙은 ..

밴프에서

밴쿠버에서 렌터카로 하루를 달려 밴프로 갔습니다 캐나디안 로키의 정수 레이크 루이스가 있는 곳 사흘을 머무르며 샤워를 하듯, 몸과 마음을 닦았습니다 글과 풍경 둘만을 생각하였습니다 과거도 미래도 없는 현재만을 생각하였습니다 떠나는 날 밴프에서 얻은 모든 것들을 밴프에 두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절경과 행복한 환희에서의 깨달음은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습니다 머무를 수 없어 떠나야만 한다면 마음은 도달할 곳을 향하여야 합니다 삶은 그리 흘러가지요 이선희 화가 두 장의 사진을 절묘하게 이었습니다 화가로서 그의 혜안에 감탄합니다 두 점의 그림은 이어져있는 듯 떨어지고 떨어져 있는 듯 이어져야 합니다 작은 간격으로 밴프의 구름이 움직이고 바람이 불어옵니다 밴프를 떠나며 산과 호수 구름과 바람이 절정의 앙상블을 이루..

스몰레니스성을 오르는 길

해질 무렵이 아름답다는 성 그 성을 가기 위하여 브라티슬라바에서 트르나바, 트르나바에서 스몰레니스로 기차와 버스, 그리고 도보로 찾아가는 만만치 않은 여정 늦은 하오, 성이 보이는 지점 언덕을 오르는 길 돌아갈 걱정은 미루어둔 채 아름다운 일몰을 마주할 생각에 걷던 길이었다. 젬마 이영순 화가 추억으로의 귀환 그리고 어스름이 한번 더 내리는 풍경 터벅터벅 그 날의 발자국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Smolenice Castle Carpathians를 부는 바람 그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Smolenice Castle 모두가 떠난 언덕 그 고요한 곳 중세의 기사로 망루에 서서 멀리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 강도 구름도 바람도 시간도 덧없이 흐르고 흘러서 간다 Smolenice Castle 모두가 잊은 언덕..

풍차가 있는 풍경

네덜란드 잔세 스칸스의 풍차는 지금도 돌고 있다 바람을 기다리는 풍차 바람을 보는 법 갈대들이 많이 휠수록 풍차도 잘 돌아간다 누군가에 의해 나도 그러했다 존경하는 위인, 사랑하는 사람 그들에 의해 나는 움직였고 지금도 그러하고 있다 순응 행복한 수동 그리고, 풍차는 기다림이다 바람을 기다림 김선희 화가 투박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풍경에 더하여 그 날의 느낌, 기억마저도 강과 풍차 바람은 불지 않아도 강물은 흐르고 풍차는 돌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다 잠시 멈추었을 뿐 다시, 움직이기 위한 기다림일 뿐 . . 풍차 바람 보이지 않는 너 기약 없는 너 그래도 기다린다 . . 바람 바람이 되고 싶은 바람 blog.daum.net/jbkist/3151 강과 풍차 잔세 스칸스 물과 풍차..

회상

금년 2월 베이커리 카페, 버터우드 입구에서의 우리 사진 딸아이의 셀피 이상융 화가 아이를 그려주셨습니다 그림을 건네받고는 뛸 듯이 좋아하며 바로 액자 구입 자기 방에 거의 모셔 두다시피 합니다 일상은 늘 축복입니다 감사하며 회상 이렇게 평화로운 날이 있었다 반쯤 투명하게 들어오는 햇살만큼 따뜻한 정겹게 김이 오르는 커피향만큼 감미로운 어깨에 가볍게 닿는 화초의 잎새만큼 부드러운 이렇게 평화로운 날이 있었다 언젠가 나는, 그리워하리 blog.daum.net/jbkist/5866 회상 2021년 2월 11일 베이커리 카페, 버터우드~ 양주에 있다 지난 해 늦가을 오픈, 천연 버터와 유기농빵이 모토 외쿡스런 오두막집, 목조 건물 제법 넓은 내추럴 가든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미쿡, 혹 blog.daum.ne..

인터뷰

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일을 한다 대략 2010년 무렵부터 10년이 훌쩍 넘도록 아마 앞으로도, 퇴임할 때까지~ 그래서 그 회사와 인연도 사연도 많고 우리 졸업생들도 많이 가있다 그래서 종종 인터뷰도 한다 늘 정직하려고 애쓰지만 조금씩은 과장된다 이상융 화가 인터뷰 동영상의 한 부분을 캡쳐하여서 그려주셨다 특징이 잘 묘사되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여드름?, 거친 피부도 다듬어주시고 다소 귀염성이 있는 BK다운 그림 감사한다 인터뷰 카메라와 나 사이 가상의 너를 보며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 blog.daum.net/jbkist/1046?category=855195 인터뷰 - 삼성디스플레이 홍보 영상 삼성 디스플레이 2017년 홍보 영상 출연 부분만 공개~ ㅎ ㆍ ㆍ 인터뷰/BK 카메라와 나 사이 가..

울산, 새터소류지의 일몰

2021년 1월 울산 테크노파크 출장, 업무 종료 후 저녁 식사를 사양하고 걸었다 어스름이 오고 황혼이 부드러이 내려앉는 무렵에 낯선 곳을 걷는 축복 그 길에서 만난 풍경 작은 호수 위로 노을은 오고 송전탑에 가까스로 걸린 전기선들 삶을 살아가는 우리, 생명줄같다 더 멀리에서는 굴뚝 위로 하얀 연기가 오른다 영혼처럼 김선희 화가 나는 그의 그림 실력과 재능에 처음부터 찬사를 보냈지만 그는 지나치도록 겸손하다 언젠가 온라인 전시회를 마련하였다 수십년의 침묵을 깨고 다시 붓을 잡은 그의 앞길을 응원하며 울산, 새터소류지의 일몰 그는 사진을 더 가까이하여 생명줄과 영혼을 부각하였다 그의 그림에 감사하며 겨울 노을 춥고 황량한 풍경마저 어둠이 채워가는 순간 그래도 노을은 곱다. 소멸의 아름다움이여 먼 길을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