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포토는~ 詩畵로*

애들레이드의 언덕에서

BK(우정) 2021. 7. 11. 11:23

짧지만은 않은 홀로의 타국 생활

비라도 내리려

외로움이라도 넘치려 하면

습관으로 오르던

근교의 언덕

 

저 멀리 너머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커다란 우산을 들고

하염없이 걷고, 머무르던 그 언덕이

이젠 30년이 다가오는

먼 옛날의 희미한 기억일 뿐

 

비구상, 반구상화처럼 묘사된

이명례 화가의 그림

 

그렇게

띄엄띄엄 흩어진 편린들로만 남을 뿐

세밀한 감정들은

시간을 따라 흩어져 갔다

 

 

애들레이드, 호주

 

애들레이드를 그리워하지 않으리

 

애들레이드를 다시 찾았다

 

20대의 젊은 꿈이 머물러 있는 곳

두고 온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며 지낸 곳

젊은 날의 꿈과 홀로의 고독이

훈장이 되고 상처가 되어

가슴 깊이 남아있는 곳

 

20대 후반, 애들레이드에 발을 딛던 날

하늘은 높고 높았고

숲은 푸르고 푸르렀다

남반구의 모서리

그 이국적인 하늘 아래에서

얼마나 설레었던가

 

짙은 갈색, 바로크 양식의 기숙사

유럽풍의 대학 캠퍼스, 푸른 눈의 친구들

이국적인 거리

노상 카페에서의 카푸치노

끝없는 초원 위에

깊게 뿌리내린 아름드리 나무들

바로사 벨리의 와이너리

넓게 펼쳐진 포도나무 벌판

 

외로움이 넘칠 때 습관처럼 찾아간 곳들

헨리 비치, 빅터 하버의 바닷가,

한도프 거리…

고독을 벗삼아

브리티쉬 바에서 만취한 다음 날

무작정 향한 여행지들

플린더스 레인지, 포트 오거스타,

마운트 갬비아…

 

지난 25년 동안

애들레이드의 경험과 추억은

가슴 저편에 그리움으로 아픔으로

머물러 있었다

 

50대가 훌쩍 너머

아내, 딸과 함께

애들래이드를 다시 찾았다

 

애들레이드의 풍경과 거리는 그대로였다

애들레이드의 언덕과 바다는 그대로였다

젊은 날의 꿈들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가슴을 누르던 외로움들은

어디로 갔는가

 

빅토리아 스퀘어를 달리는

그레넬그 전차를 보며

런들 스트릿에서 즐거워하는

아내와 딸의 뒷모습을 보며

 

담배 한가치를 문다

담배 연기를 길게 뿜는다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된다

모든 꿈과 외로움은

시간이 되어 흘러가는 듯 하다

 

소중한 것들을 두고 온 듯 하여 찾아간 곳

무언지 모를

아련함과 그리움이 머물던 곳

이제는 허허로이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는 곳

 

귀국 비행기에 오르며 생각한다

이제 애들레이드는

여러 도시들 중의 하나로 남으리라고

 

나 이제 애들레이드를

그리워하지 않으리

 

 

이명례 화가

 

이명례 화가

 

 

애들레이드에서의 날들 ~ (daum.net)

 

애들레이드에서의 날들 ~

단기간의 여행이나 출장이 아닌 나름 짧지 않은ᆢ외국 생활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추억이 있는 호주의 남쪽, 애들레이드에서였다 이국적인 생활의 신선함과 함께 홀로 있었던 외로움도 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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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례의 소유 (daum.net)

 

명례의 소유

2020년 6월 1일 이명례 화가님, 전시회, 시화전 그림 논의를 위해 아뜰리에 가는 길ᆢ 광릉ᆢ국립 수목원 인근ᆢ예쁜 마을들을 지난다 요 집~ 태양광 루프~ 장미 아치를 들어서면ᆢ아뜰리에 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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