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숲 빛과 숲 빛을 보고플 때는 숲으로 간다 숲에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신만이 빚을 수 있는 색들이 있다 실로 경이로운 색, 그 빛을 본다 바람이 불면 빛의 율동을 본다 작은 잎들에서 숱한 각도로 반사되는 그 빛들의 편린, 찬란한 군무 바람이 불면 높은 하늘을 본다 코발트 블루 캔버..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23
빈 의자 빈 의자 하늘빛 좋은 날 바람결 부드러운 곳에 덩그러니 놓인 빈 의자 행여나 찾아 올 어느 지친 이를 기다리리 그대에게 나는 외진 곳에 있는 빈 의자 젊고 화려한 날 스포트라이트 속의 그대 머물고 쉴 곳은 적지 않으리 홀연히 찾아 온 어느 날 여윈 몸의 그대가 지친 영혼으로 숨죽여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22
비행기 비행기 애초부터 발을 땅에서 떼는 것을 싫어한 터라 비행기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물에서야 휘젓고 버둥거릴 수라도 있지만 휘어잡을 것은 공기밖에 없으니 목숨을 담보로 하고 트랩을 오를 때는 늘 기분이 묘하다 비행기는 높이 높이 올라 구름을 뚫는다 땅에서 신비롭게 높이 쳐다보..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20
비에 젖는다 비에 젖는다 비 내리는 날에는 비에 젖는다 길가 작은 초목도 선물가게의 쇼 윈도우도 달리는 버스의 타이어도 비에 젖는다 마른 가슴도 시들어가는 청춘도 비에 젖는다 목젖이 보이는 웃음 소리도 숨죽여 흐느끼는 검은 눈물도 비에 젖는다 비에 젖어 흘러간다 시간의 저 쪽으로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9
병상에서의 상념 병상에서의 상념 다가오는 병을 맞이하느라 병상에 누우면 일상의 번거로움은 잊혀져 가고 지나간 날들의 생채기가 다시 도진다 쓸쓸히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이 가슴을 누르고 이렇듯 눈을 감고 살아온 긴 여정을 되돌아 보면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8
벚꽃 날리는 날에 벚꽃 날리는 날에 봄에 내리는 눈은 벚꽃잎들이 되어 바람에 날리고 가을에 내리는 눈은 메밀꽃이 되어 흙 위에 쌓인다 나는 편린이 되어 부서지고 흩날리고 쌓이는 풍경이 좋다 하나의 정물이 되어 화려한 날 뒤에 잊혀져 가기 보다는 무수한 조각들이 되어 오래도록 흩날리고 소리없이..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7
벗들과 밤길을 거닐며 벗들과 밤길을 거닐며 길 없는 들판은 어디나 길이 되고 바람이 가는 곳을 따라가면 집이 된다. 모닥불에서 피어 오른 불꽃들은 검은 밤을 수놓는 별무리로 떠오르고 한잔 술에 흥겨운 우리들의 이야기는 저 깊은 산에 알알이 머루들로 열린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웃음이 되고 발길을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6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돌이킬 수 없는 아픔에 뒷걸음쳐 휘청이던 이 길을 바람이 분다. 햇살이 눈물을 지나 깨어진 유리 조각들처럼 흐트러지던 이 길을 바람이 분다. 목메어 부르고 불러 붉은 실핏줄이 되어 갈라지던 이 길을 바람이 분다. 애증은 추억이 되어 흩날리는데 바람이 분..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5
바람의 빛깔 바람의 빛깔 멀리 아득한 곳 시간의 뒤안길을 돌아온 바람은 영혼을 흔들고 지나간다 영혼에 머무는 바람의 빛깔 짙은 가을빛이다 노란빛도 붉은빛도 아닌 두 빛깔이 섞여 하나가 되고 함께 어지러이 빛나기도 하는 그 빛깔의 바람 햇살이 보이는 그늘을 걷는 때로는 처절하기까지 한 고..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4
바라보는 나 바라보는 나 한적한 카페의 윈도우 자리에 앉아 외로움과 마주한 나를 스케치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다 저 눈동자, 눈망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저 평범한 얼굴과 다소 구부러진 어깨는 어떤 세상을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