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병상에서의 상념

BK(우정) 2019. 6. 18. 06:30




병상에서의 상념

 

다가오는 병을 맞이하느라

병상에 누우면

일상의 번거로움은 잊혀져 가고

지나간 날들의 생채기가 다시 도진다

 

쓸쓸히 떠나간 이의 뒷모습과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이 가슴을 누르고

이렇듯 눈을 감고

살아온 긴 여정을 되돌아 보면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혼미해진다

 

창 밖에는 봄비가 오듯이

눈이 녹아 흐르는 소리가 들려 오고

곁자리에는 아지랑이라도 피어 오르는 듯

막연한 따스함에 손길을 더듬어 본다.

 

언제나 텅 빈 그 자리는

딛고 올라갈 층계참으로 채워졌고

이제는 그 길을

내려가야 할 때인가 보다

 

잘 딛고 올라간 발걸음이

잘 딛고 내려올 수 있을까

 

더 오르지 못하는 길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

이제는 그 길을 돌아오며

서둘러 오르느라 미처 머물지 못하였던

작고 어두운 곳을 돌아보아야겠다

 

그 곳에서는

미처 찾지 못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고

혹은 지고 살아온 크고 작은 등짐들을

내려 놓을 작은 여유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쓸쓸히 떠나간 이와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고

행여나 사랑하는 이들이 겪은 아픔을

내 아픔과 함께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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