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이 얼어 있어도 파도는 밀려 왔다 뭍이 얼어 있어도 파도는 밀려 왔다 뭍이 얼어 있어도 파도는 밀려 왔다 미련을 두고 간 것인가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인가 밀려왔다 돌아가고 돌아갔다 밀려오고 바다는 뭍을 향하여 끊임없는 헛손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리한 적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하여 마치 움켜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1
모친 (공과대학신문, 2020년 상반기) 모친 오랜만에 모친이 오셨다 한 손에는 세월을 다른 한 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오셨다 세월을 건네 받으려 했더니 보따리를 내려 놓으신다 잠시 머물다 떠나신다 한 손에는 세월을 다른 한 손에는 긴 한숨을 들고 가신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10
멀리 보이는 강 멀리 보이는 강 멀리서 강을 본다 강은 흐르고 고요하다 우리 사랑도 멀리서 보자 바람에 흔들리는 잔물결보다 소리없이 깊게 흐르는 강을 보자 그리고 오래 오래 흐르자 강 위에 밤이 오고 계절이 바뀌더라도 흐름에 끊임이 없고 방향이 바뀌지 않는 깊은 강 같은 사랑을 하자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9
매발톱꽃 매발톱꽃 투명할 듯 얇고 가녀린 꽃잎 등 뒤에는 움켜쥘 듯 작은 손이 있다 가녀린 마음 어떤 사랑을 겪었기에 이별을 거부하는 몸짓이 되었나 눈물에 젖어 온 세월 슬픈 새벽마다 마른 꽃으로 피는 작은 영혼들 우리들 가슴 속에도 작은 매발톱꽃이 한 그루씩 자라고 있을 일이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8
망각 망각 그 곳에는 항상 바람이 있었다 바람에 씻기우려, 묻어버리려 가슴 속 응어리들을 안고 산에 오른다. 물줄기에 검은 몸을 맡겨버린 광부처럼 손을 펴지 못해, 떨치지 못해 아무 것도 놓지 못하고, 묻지 못한다 돌이키고, 아쉬워하고, 그리워만 한다 그 곳에는 항상 바람이 있었다. 품..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7
마포에서 마포에서 마포는 오랜만이다 학창시절 굴다리 옆 주점에서 소금구이와 껍데기 요리 막걸리에 소주를 부어 마시던 곳 전봇대 아래 오버이트하던 친구의 등을 두드려 주던 곳 그 곳에서 그 친구는 고깃집을 한다 길이 뚫리고 아파트는 솟아 있어도 그 시절 그 흔적은 곳곳에 짙게 배어 있..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6
등나무 등나무 제 몸하나 가누지 못하는 휘청이는 줄기를 다칠새라 조심히 심었다 프레임 매듭을 이어 그 가녀린 몸 기댈 곳을 마련하였는데 이제는 철제 프레임의 끝을 올라 하늘을 향하려 한다 휘청이며 한껏 살아오지 못한 지난 세월의 되갚음인 냥 그렇다 해도 지난 날의 아픔인 듯 슬픈 연..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5
들꽃 들꽃 장미는 한 송이로도 아름답지만 들꽃은 흐트러져야 아름답다 들에서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 헝클어져서 아름다운 꽃 시련을 겪어 그 흉터로 아름다운 꽃 기쁨도 슬픔도 외로움도 두려워 마라 희로애락이 섞여 흐트러지고 헝클어질 때 인생은 들꽃으로 아름다울 테니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4
돌아온 거리 돌아온 거리 밤열차에서 내린 나는 제천 역사에서 청전동으로 향한다 찬 바람과 함께 떠나는 겨울은 밤의 어둠을 더욱 짙게 만들고 어둠 속에서 돌아온 나는 인적 없는 거리를 따라 어린 시절로 간다 어린 시절 부친의 손을 잡고 걷던 이 거리를 교복을 입을 무렵부터는 혼자 걸었고 이제..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3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은 고독이다 이 서글픈 아름다움은 영혼이 누릴 수 있는 값진 선물이다 반짝이는 나뭇결과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밖으로 펼쳐진 자연이라면 검은 산길을 홀로 돌아오는 고독은 안으로 길게 펼쳐지는 자연이다 밖으로의 길을 떠나서 안으로의 길로 돌아오는 여..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