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애초부터
발을 땅에서 떼는 것을 싫어한 터라
비행기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물에서야
휘젓고 버둥거릴 수라도 있지만
휘어잡을 것은 공기밖에 없으니
목숨을 담보로 하고 트랩을 오를 때는
늘 기분이 묘하다
비행기는 높이 높이 올라 구름을 뚫는다
땅에서
신비롭게 높이 쳐다보아야 할 대상이
인공물에 잘게 부서져 발 아래에 놓인다
하늘아래에서는
동경이 되고 시가 되는 조각조각들
시간을 버는 대가로
잃는 것이 적지 않은 인간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