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들과 밤길을 거닐며
길 없는 들판은 어디나 길이 되고
바람이 가는 곳을 따라가면 집이 된다.
모닥불에서 피어 오른 불꽃들은
검은 밤을 수놓는 별무리로 떠오르고
한잔 술에 흥겨운 우리들의 이야기는
저 깊은 산에 알알이 머루들로 열린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웃음이 되고
발길을 어디로 돌리든 길은 집으로 향한다.
바람은 지친 우리 몸을 안고 길을 나서고
구름에 가린 달은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미는데
우리는 초가집 지붕 위,
하얀 박꽃 같은 웃음을 밤새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