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사랑이 사랑인 줄을 알았을 때 그녀를 태운 꽃가마는 고개 마루를 넘고 있었다 그녀가 냇가에서 빨래를 할 때 조약돌을 던져 물방울로 치마를 적시면서도 그녀가 우물에서 물을 길을 때 몰래 다가가 물통에 버드나무 이파리를 뿌리면서도 그녀가 툇마루에서 다듬이질을 할 때 괜한 마음에 담 너머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미운 듯 눈을 흘길 때에도 그녀가 작은 손을 낮게 치켜들 때에도 그녀가 알 듯 모를 듯 웃음을 지을 때에도 그것이 사랑인지는 몰랐으리라 그녀가 연지곤지에 족두리를 쓰던 날 눈물 가득한 눈이 마주쳤을 때 벗들과 동동주 몇 잔 걸치고 뭔지 모를 서운함에 괜스리 뒤돌아보고 헛웃음을 지을 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고무신을 양손에 들고 숨이 차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