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 653

나의 초상

2020년 1월의 끝무렵 삼청동, 4차원 갤러리에서, 나는 엄청 고운 그림을 보았다. 색연필로 그려진 동심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들의 표정과 웃음, 자연의 향기 고향의 추억 그의 그림은 내게는 피노키오와 같은 동화였다. 그리고 한주일 후 제페토 할아버지의 온화한 얼굴 그를 만났다. 나는 그를 '성님'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한달이 지날 무렵, 이태원 산책길 색연필로 그려진 그 날의 초상을 받았다. 성님은 여전히 건재하시다. 이상융 화가 사진은 사람의 모습과 꽃의 예쁨을 담고 그의 그림은 표정과 향기를 더한다. 나의 생이 그와 생과 겹침에 가까이 있음에 감사하다. 바라보는 나 한적한 카페의 윈도우 자리에 앉아 외로움과 마주한 나를 스케치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 저만치 떨어져 ..

나무에 걸린 연

세월호 소식을 듣던 날 하염없이 걷다가, 높이 나뭇가지에 걸린 연을 보았다 어린 시절의 데자뷰 한동안 트라우마로 있던 옛기억이 샘물처럼 솟아올랐다 나뭇가지에 걸린 연 너머로 한참을 하늘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떨구고는 한참을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이 그림을 그리신 이명례 화가 그 날 내 마음, 내 심정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미루나무 아래에서 길을 걷다가 나무에 걸린 연을 본다 금빛 연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연을 날리던 아이가 궁금해진다 밤을 새워 만든 가오리연이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적이 있었다 고사리 손으로 연을 가리키며 울기만 할 때 눈물이 볼에서 얼어갈 때 연도 긴 꼬리를 흔들며 울고 있었다 밤이 오고 연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을 때 논둑 길을 넘어지듯 집으로 왔다 나는 다음날에는 미루나무 아래..

비 내리는 파리

파리는 여행의 끝 도시, 일탈의 도시이다. 내게는 그래서 파리에서는 자유롭다 공간에 더하여 시간마저도 늦도록 펍도 찾고 글도 쓰고, 거리를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 굳이 잠을 잘 이유도 없다. 내일이면 떠날 도시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창 밖에 비가 내리면 밤새도록 비를 보면서 행복하다. 이명례 화가 비가 내리는 밤의 파리를 비 그친 후 낮의 파리로 그렸다. 거리는 여전히 젖어 있는 여행 후의 내 마음이다 파리의 밤 파리의 밤에, 나는 파리지앵보다 더 화려하고 더 로맨틱하죠 파리지앵에게는 내일의 파리도 있지만 나는 내일이면 떠나니까요 내일의 재회보다 오늘의 이별에 살고 있죠 이별이 오더라도 덜 슬프게 재회가 오면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blog.daum.net/jbkist/5807 파리에서..

애들레이드의 언덕

애들레이드 남반구 호주에서도 남호주, 아래쪽에 있다 1996년도 홀로, 머물던 시절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족이 몹시도 그리웠다. 그리울 때는 먼 곳이 보이는 곳 그 곳에 올라 멀리 보며 늘 생각하였던 애들레이드의 언덕 이명례 화가 그는 이 언덕을 묘사하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나와 비숫한, 혹은 다른 어떤 상념이 그림 안에 베어있을까 나 이제 애들레이드를 그리워하지 않으리 애들레이드를 다시 찾았다 20대의 젊은 꿈이 머물러 있는 곳 두고 온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며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낸 곳 젊은 날의 꿈과 홀로의 고독이 훈장이 되고 상처가 되어 가슴 깊이 남아있는 곳 20대 후반, 애들레이드에 발을 딛던 날 하늘은 높고 높았고, 숲은 푸르고 푸르렀다 남반구의 모서리 그 이국적인 하늘 아래에서 얼마나 ..

스몰레니스성을 오르는 길

해질 무렵이 아름답다는 성 그 성을 가기 위하여 브라티슬라바에서 트르나바, 트르나바에서 스몰레니스로 기차와 버스, 그리고 도보로 찾아가는 만만치 않은 여정 늦은 하오, 성이 보이는 지점 언덕을 오르는 길 돌아갈 걱정은 미루어둔 채 아름다운 일몰을 마주할 생각에 걷던 길이었다. 이명례 화가는 풍경으로 스케치하고 내 마음 속 기대감으로 색칠을 한 그림을 전하였다 Smolenice Castle Carpathians를 부는 바람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Smolenice Castle 모두가 떠난 언덕 고요한 곳 중세의 기사로 망루에 서서 멀리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 강도 구름도 바람도 시간도 덧없이 흐르고 흘러서 간다 Smolenice Castle 모두가 잊은 언덕 쓸쓸한 곳 Carpathians를 흐르는..

브라티슬라바의 올드 타운

브라티슬라바는 프라하와 부다페스트간의 기차길, 중간역이다. 두 도시를 갈 때는 종종 브라티슬라바를 들른다 오전 기차에서 내려 기차역에서 구시가지까지 걷다가 머물다가 오후에는 다시 기차를 타고 프라하나 부다페스트를 향하면 적당하다.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지에는 옛 풍경과 함께 코젤 다크가 맛난 지하 주점 등이 친숙하다. 먼 도시가 아닌 정겨운 도시이다. 내게는 이명례 화가 어느 봄날, 이찬욱 화가, 정상인 사장 등 몇몇 벗들과 함께 만난 그의 아뜰리에 지금도 그 날의 봄은 생생하다 그는 그림 안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참 평화로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 구시가지 성당, 다소 삭막한 겨울 풍경을 고운 계절로 바꿔놓았다 힐링의 화가답게 브라티슬라바의 맛 이제는 동유럽도 맛의 느낌이 다르다 화려한 맛이 프라하라면 ..

빛의 풍경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에서, 나는 구시가지 골목길에 푹 빠졌다. 시간의 흐름이 물길이 되어 지나간 곳 여전히 그들의 후예들이 한켠이지만, 그들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곳 어깨가 닿을 듯한 좁은 골목들 오랜 생활의 자취가 곁들여진 그들만의 노하우들 바람도, 햇살도, 그리고 풍기는 향도 더욱 정감있게 다가오던 곳 귀퉁이의 카페에서 해가 다가도록 머물렀다 김유식 화가 걷는 길에 얻은 오랜 창의 사진을 정감있게도 담아내었다 여행 스케치 언젠가, 그 날 모르는 곳, 모르는 카페에 있었다 모두를 두고 멀리 떠나서 두고 온 모든 것들을 먼 풍경으로 보고 있었다 기억으로 두고 있었다 언어도 얼굴도 낯선 이방인들만의 그 카페 생각할 이도 말을 거는 이도 연연해 할 일도 없는 통신마저도 두절된 곳에서 나는 두고 온 모든 것..

투니스의 메디나

파리에서 지중해를 건넜다 튀니지에 온 이유는 두가지였다. 앙드레 지드의 시디 부 사이드와 고대 도시 카르타고 그런데 투니스에 도착한 첫날 그 반나절의 여유에, 나는 구시가지 메디나에 흠뻑 빠져버렸다. 사람 내음 풀풀 나는 골목들 거미줄같은 미로를 헤집느라 시디 부 사이드도 카르타고도 뒤로 미루고야 말았다. 김유식 화가, 그는 나의 글을 그림에 녹여 넣는 법을 알고 있는 듯 하다 나의 시선, 그 곳을 향하는 마음을 정확히 캐치한다 투니스의 메디나 부르기바 대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중심 프랑스 상제리제 거리를 모방한 길 이 길의 끝, 프랑스문 뒤에는 프랑스 뒤의 중세 아랍이 공존한다 중세 유럽을 뒤로 하고 아랍으로의 길 전통시장인 수크를 따라 오르면 중세 아랍의 구시가지 메디나, 그 뒷골목들을 만난다 튀..

시나이아의 가을

가을이 더없이 깊던 무렵 파리를 무시하고, 부다페스트에서 묵지도 않고 바로 시나이아로 왔다 아는 이 없는 곳,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은둔이 필요하였다 작은 마을에서 사흘을 머물며 산책을 나서고,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가을이 어디까지 깊어지나 궁금해하고 있었다. 김유식 화가는 시나이아의 풍경에 그가 겪지도 않은 내 기분을 신기하게도 더하였다. 시나이아 아름다운 역에서 새벽 기차를 내리면 아침 해와 함께 수채화가 되는 마을 카르파티아의 진주 시나이아가 있다 알프스 풍의 트란실바니아 고전중의 고전 시나이아 수도원 그림 엽서속의 펠레슈성 이들이 있어서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 마을 그대로가 알프스이고 고전이고 그림 엽서가 된다 사파이어빛 하늘 아래 황금빛 산과 수정빛 물결 금빛 루비빛 단풍들 그 빛깔로 채색된 ..

빈, 중앙묘지

때로는 걸어서, 때로는 전철로 빈에 올 때마다 찾는 곳 여기에서 반나절이라도 머물러야 나는 빈에 온 것이다 구름도 오선지 위에서 움직이는 곳 바람도 연주로 흐르는 곳 나의 젊은 날, 그리고 지금껏 걸어온 쉽지 않은 길에 보이지 않는 격려를 준 그들이 있는 곳 여기 하루를 위해, 나는 빈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김유식 화가는 나의 혼돈과 정화, 그 편린들을 깊고 또 얕게 터치하듯이 툭툭 수채로 묘사하였다 여기에 오면 여기를 잊었을까 영혼을 두고 간 이들 그래서 별이 되어 빛날까 죽어도 살아있는 영혼이 있고 낮에도 반짝이는 별들이 있다 여기에 오면 blog.daum.net/jbkist/5795 빈, 중앙묘지 가는 길 빈ᆢ중앙묘지 듣고 또 들었던ᆢ그들 모두가 있다 괜스리 나는~ 슬프고도 어두운 뒷골목을 걸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