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 653

우체통

옛날 골목, 옛날 우체통 터벅터벅 뚜벅이의 눈에 띄었다면 당연히 담을 정경이지만 이 사진의 장소, 포스팅을 나는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명례 화가 그림으로 그리신 분이 알고 계시겠지요. 나의 사진, 내가 쓴 글을 더 잘 아는 그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편지 너를 만나기 오래 전부터 나는 너에게로 보낼 편지를 써왔는지도 몰라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표정도 장식도 없는 내 이야기 빼곡하게 담아 써 내려간 편지 낙엽이 떨어지고 있어 슬프다고 눈이 내리고 있어 기쁘다고 그렇게 써 내려간 너를 향한 편지 바람이 불면 바람에 실어 구름이 가면 구름에 담아 이미 너에게로 보냈는지도 몰라 낙엽이 지는 날 낙엽이 되는 내 마음을 눈이 내리는 날 눈사람을 닮은 내 모습을 너를 만나기 오래 전부터 나는 너에게서 올 답..

을지로 출판사

2015년 무렵 시집을 엮어야겠다고 생각하였을 때 종로문협 회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출판사 동행, 지성의 샘 교과서도 만들고, 이리저리 영업 마케팅도 좋은 나름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도 있었겠지만 시집의 태생만큼은 순수문학으로 순수한 출판사가 좋았습니다. 그 후로 5년여 동안 지금의 다섯번째 시집이 나오기까지 한결 같은 곳 을지로 뒷골목 가끔이라도 들르면 늘 따뜻하신 사장님, 직원분들 내게는 마음이 고향인 곳입니다. 이명례 화가 평범한 소박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캐치하는 심성을 지니신 분 오래된 계단을 막 오르려는 그 느낌, 그대로 묘사하였습니다. 탈고 안될 이야기 한 순간에 쓸려가지도 애써 걸려있지도 않는 그저 강이 되어 아득히 흘러간 이야기 눈물 고이는 설움으로도 벅찬 감동으로도 남지 않는 그저 구름이 되어..

시나이아의 가을길

시나이아의 늦가을 길 시나이아에서의 사흘 산책, 그저 길을 걸었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자리잡은 마을 위로 오를수록 더 많은 바람을 만났습니다. 바람 늦가을 낙엽들을 이리저리 날리는 바람은 지난 시간들을 담고 흐릅니다. 그리운 사연들이, 잊지 못할 얼굴들이 바람결을 타고 다가오고 얼굴과 가슴에 잘게 부딪고 그러고는 멀어져갑니다 늦가을 산책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 가는 길입니다. 이명례 화가 그는 오늘도 산길을 걷겠지요. 홀로의 산책에 익숙한 이들만이 알 수 있는 그 감성, 그 기분이 캔버스에 안개처럼 담겨있습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높은 하늘로 솟은 미루나무가 흔들린다 반짝이는 빛의 조각들이 마루나무 이파리에서 물방울처럼 튀어 오른다 바람이 분다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뭉개구름이 흘러간다 아련한 그 날..

빈 중앙묘지 가는 길

2013년, 늦가을 빈,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 인근의 숙소에서 중앙묘지까지 8키로 정도 그 길을 걸어서 음악가들을 만나러 가는 길 아침 햇살은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앙상한 나무가지에 걸려 있었고 추웠던 날 노란색 벽의 햇살이 순간의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햇살 따뜻하지만, 마음은 추웠던 날 이른 봄날 햇살이 닿는 돌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던 어린 날의 내가 자꾸만 보고 싶었다. 이명례 화가 햇살을 더 넓게 폈다. 연초록을 더하고 앙상한 겨울 가지에 꽃인 듯 바이올렛을 피웠다. 그가 머무는 곳 그의 마음씨처럼 하늘 푸르른 날에는 하늘 푸르른 날에는 그 빛을 등불 삼아 마음 속 깊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보자 이끼 낀 계단 아래 이제사 겨우 하늘빛 와 닿는 아득한 구석에는 눈물 자국 남은 어린 ..

먼 바닷가에서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덴마크의 쇠뇌르보르까지 가는 자동차 여정 약 800키로, 1박 2일의 행로 그러나 오슬로를 출발한지 한시간 만에 그 여정을 더 늦출 수 밖에 없었다. 여기 모스의 바닷가 덕분에 이 한적한 바닷가에서 얼마든지 머물 수 있었고 시간의 흐름 조차도 잊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낡은 벤취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고 그 고요의 정지 한 가운데에서 자아를 가다듬고 혼돈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 바닷가 영원히 잊지 못하리 최은주 화가 많은 그의 그림을 접하였고 소유하기도 하였지만, 아직 얼굴은 커녕 목소리도 듣지 못한 화가 그의 화실은 경상도 경산에 있다. 전원과 함께, 일상의 고운 풍경들을 담는 그의 그림들 그는 어떤 이유로 이 사진을 택하여 그렸을까 그 날 나의 머무름, 그 이유를 짐작은 하였을까..

자작나무 4계

훗카이도 수년전 늦가을, 나는 삿포로에서 키타미까지의 먼 길을 가고 있었다. 오비히로, 시호로 등 크고 작은 마을들을 지나면서 그 여정, 그 풍경에서 만난 자작나무 숲 숲길을 걸으며 차가워진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고, 생각을 하였다. 하얀 겨울을, 그리고 뒤이어 올 봄을 이명례 화가 그는 늦가을의 자작나무 숲에 더하여 겨울, 그리고 봄과 여름을 그렸다. 낯익은 풍경, 익숙한 느낌 그는 나와 함께 훗카이도를 달렸나 보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흰머리에 조금은 창백한 얼굴이어야 해 숲과 어울리는 빛깔, 그 모습으로 한 켠에 기대어 앉아 자작자작 타는 가슴으로 살아온 세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비바람에 시달린 날들 수도 없이 떨어진 잎새들의 노래 서럽도록 그리운 이야기들을 떨어지고 뒹굴면..

교토의 풍경

교토, 나라, 오사카 터벅터벅 뚜벅이의 여행 수년전, 늦겨울 아니, 이른 봄이었는지도 모른다 교토에서는 옛것을 찾아 걸었다. 오랜 구옥들, 절, 그리고 세월을 담은 물길같은 골목들 그저 그 느낌이 좋았다. 목조 건물 아래를 걷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오랜 시간의 내음이 있다. 어스름이 내릴 무렵 홀로 찾는 이자카야에는 고독이 좋아 머무는 취객들 그들 사이를 비집고 앉는다. 이선희 화가 어느 그림 경매 사이트에서 눈길을 끈 그의 작품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인연 어느 틈에 교토의 구옥을 그렸다. 시간이 흘러 처음으로 마주한 자리 그림을 향한 의욕과 열망이 남달랐던 화가 반년도 훌쩍 넘은 이야기이지만 그의 눈망울은 여전히 또렸하다. 교토에 오면 교토에 오면 고전을 읽는다 숨겨둔 옛 이야기 그 사연을 지..

아내의 모습

몇해 전, 훗카이도 여행 아내의 모습을 몰카? 했습니다 삿포로에 있는 평온한 어느 기념관, 창밖에는 초록이 있고 창가에는 목조 책상과 의자 그저 앉아서 뭔가 읽고 쓰거나 그리고 싶은 공간입니다. 평창동 집에서도 꽤 오랜동안 익숙하였던 아내의 모습 슬쩍 누른 셔터가 제법 어울리고 또, 편안한 정경을 담아냅니다 적당한 어둠이 오는 듯 실내의 빛은 조금씩 밝아져가네요. 이상융 화가 표정과 느낌, 보이지 않는 부분을 참으로 잘 표현하십니다. 침실의 벽에 걸어두었습니다. 아내의 모습 그대의 곁모습을 본다. 미안함도, 고마움도 쌓여있는데 긴 세월이 흐르다 보니 격식을 차림이 어색하여 앞에 서지를 못하고 곁에서, 혹은 뒤에서 바라만 본다. 그대가 모르게 젊은 날의 혈기 중년의 방황과 혼돈 세월따라 겪어온 사연들을 때..

태화강의 대숲

2020년 4월 어느 바람 좋은 날, 울산 테크노파크 출장길입니다 업무는 오후를 조금 넘겨 마쳤고 교통편까지는 여유가 있어 태화강변을 걸었습니다. 4월의 봄 대숲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일렁이고 그 사이사이를 햇살이 참 곱게도 스며듭니다. 강과 하늘이 같은 색깔이던 날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지던 날 오랜 추억과 그리운 이들의 음성을 품고 귓전 가득히 밀려오는 대숲의 바람 소리 태화강변의 산책은 지금도 꿈결입니다. 이명례 화가 바람의 대숲 사이를 지나 빛의 강으로 가는 길을 꿈결인 듯 그리셨습니다. 눈을 감으면 여태껏 바람 소리가 들려옵니다. 햇빛과 그림자 그대는 햇빛 나는 그림자 그대가 있기에 나도 있습니다 그대가 밝고 화사하면 나도 또렸해집니다 그대가 휘청이면 나도 함께 휘청입니다. 그대가 멀리 산너머로 떠..

평창동 뜰의 자목련

평창동의 집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저마다의 어울림으로 참 예뻤습니다. 그 집을 떠나온지 5년이 되어갑니다. 그래도 우린 여전히 그 집, 그 뜨락을 잊지 못합니다. 봄이면 사방에서 피어오르던 숱한 꽃망울들 대문가에 늘어지던 벚꽃들 뒷뜰에 열리던 앵두와 매실들 여름에는 짙은 초록으로 가득 덮여 녹음 짙은 향기가 흐르던 뜰 어느 들창을 열어도 초록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단풍잎, 담쟁이 이파리들이 색칠하는 가을 주렁주렁 열리던 감 겨울, 뭔가 신비로운 느낌으로 현관문을 열면 마당 가득, 하얀 세상이 찾아오던 계절 우린, 평창동의 사계절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죠. 방성희 화가 4월의 뜰에 피어난 자목련 한송이 강렬하면서도 곱게 그렸습니다. 불현듯 전해온 선물 여전히 만난적은 없어도 고마운 마음은 늘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