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 653

'하마다'에서

요론섬, 요로지마 시간도 통신도 사라진다는~ 영화 '안경'의 무대이다 영화의 끝무렵 떠나는 길, 타에코는 차창 밖으로 떨어진 안경을 줍지 않는다 내가, 30여년을 쓰던 안경을 벗은 이유와 같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쉼'이 있는 영화 진정한 휴식~ 이다 ㆍ ㆍ '하마다'에서/BK 묻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왜 사는지, 그리고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지니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답하지 않는다 잔잔한 일상이 소중할 뿐

큰 길의 저쪽

운터아크, 아테제 호반의 마을이다 쿠스타프 클림트 등~ 의 예술가들이 머무르던 설경이 평화롭고, 마을은 고요하다 호수, 물안개가 오르고 있다 눈과 호수, 그리고 클림트~ 의 자취를 찾는다 순례자가 된다 ㆍ ㆍ 큰 길의 저쪽/BK 익숙하지 않는 삶, 또 다른 쪽에는 어떤 사연과 풍경이 있을까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닌, 찾지 않는 길에는 어떤 이들이 머무르고 있을까 공간의 덤불을 헤치고, 시간의 숲을 지나면 적은 사람들이, 남달리 살아가는 곳 바람의 모습이 보이고 햇빛의 소리가 들리는 곳 모든 언어가 통하고, 감정이 조화로운 '큰 길의 저쪽'이 있다 나무가 되고, 돌이 되고 호수의 품에 안기는 눈송이가 되어 공간의 저쪽에 머무르리 시간의 저쪽에 머무르리

눈의 거리

바트 이슐, Bad Ischl 관광, 그리고 온천 도시로 유명하지만 역사적으로는,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이 곳에서 세르비아 왕국에게 선전포고를 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지역이기도 하다 이토록 예쁜 산속의 마을에서~ 요한 스트라우스의 별장이 있고, 브람스도 종종 이용했단다 밝고 경쾌한 요한 스트라우스와 엄숙과 품위의 상징, 브람스는 서로 마주보며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 어떤 표정으로~ 온종일, 펑펑 눈이 내렸고 눈속을 하염없이?~ 걸었고 오후 늦게, 눈이 그치고 파란 하늘이 언뜻 보일 때 떠났다 ㆍ ㆍ 눈의 거리/BK 눈이 내려서, 걸었을 뿐입니다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함박눈이 펑펑 내려서 걸었을 뿐입니다 보이던 곳이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던 곳..

정의

메종 드 히미코, 히미코의 집 나름 보증수표, 이누도 잇신~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 외로움,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 삶을 마무리하며~ 정치, 종교, 그리고 철학 이야기처럼 답이 나올 수 없는, 사람마다 다른 관점, 생각들이다 그런 이슈는, 혼자 느끼고 정리해가야 한다는, 그렇지만 함께 품고는 가야 한다는 생각~ 여튼, 섬세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영화 ㆍ ㆍ 정의/BK 과거를 기억하는 미래 빈곤을 경험하는 풍요 소수를 품고 가는 다수

바닷마을 다이어리

바닷마을 다이어리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 그리고 늦게 합류한 '스즈' 네 자매의 살아가는 이야기 나쁜 사람, 자극적인 장면, 심지어 클라이막스~ 도 없다 그래도, 잔잔한 감동과 즐거움이 있고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 ㆍ ㆍ 바닷마을 다이어리/BK 인생살이는 뜨게질 같아 같은 실뭉치라도 서로 다르게 엮어가지 하루하루를 한땀씩 이으며 언제가, 어떤 옷을 입게 될까 생각하고, 기다려지지 뜨게질 옷이라면 맞지 않거나, 되물릴 이유는 없지 일상은 같아 보여도 하루의 색깔은 조금씩 달라 일상은 그저 그래도 인생의 색깔은 다양하지 너무 꼭 맞지도, 헐렁하지도 밋밋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고운 이들의 다이어리 바닷가 마을에서 엮어지고 있지

좀머씨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와 '향수'의 파트리크 쥐스킨트 철저한 은둔형 작가, 그가 신비로워 그의 글을 읽는다 사실, 나도 은둔형~ 이고 싶은데ᆢ '좀머씨 이야기'는 중편 소설이라지만 햇살이 먼지 낀 유리창을, 겨우 비집고 들어오는~ 한가로운 하오의 산책,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좀머씨보다는 소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산책하듯이 읽고 나면, 소외된 좀머씨만 기억에 남고 결국은 다시, 파트리크 쥐스킨트~ 만 궁금해진다 ㆍ ㆍ 좀머씨/BK 우리는 모두 좀머씨이지만 이를 부정하기 위해, 오늘도 산다 오늘을 살며, 그를 잊지만 언젠가, 우리는 모두 좀머씨가 된다

사랑, 혼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사랑은 이기적이지만, 이별은 더 이기적이다? 아니다. 장애인의 동정, 특별한 사랑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랑이었을 뿐 이 영화는 두터운 옷을 입었을 뿐 초록 잎새들, 밝은 햇살이 등장하고 흰눈은 커녕, 겨울 풍경은 거의 보이지를 않는데 나는 왜, 늘 겨울 영화라~ 생각하는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시려서, 더 따뜻해지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나는, 해피 엔딩~ 으로 정의한다 ㆍ ㆍ 사랑, 혼돈/BK 사랑의 의미는 하나 유효 기간은 영원, 과연 그럴까? 사랑은 동정에서도 오고 공감, 동경, 신비에서도 올 수 있다 사랑의 의미는 여럿 유효 기간은 사랑마다 다르다 사랑에, '옳고 그름'은 없다 과정도 진실, 이별도 진실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