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돌아온 거리

BK(우정) 2019. 6. 3. 06:17




돌아온 거리

 

밤열차에서 내린 나는

제천 역사에서 청전동으로 향한다

 

찬 바람과 함께 떠나는 겨울은

밤의 어둠을 더욱 짙게 만들고

어둠 속에서 돌아온 나는

인적 없는 거리를 따라 어린 시절로 간다

 

어린 시절

부친의 손을 잡고 걷던 거리를

교복을 입을 무렵부터는 혼자 걸었고

이제는 팔순을 넘긴 부친을 만나러 간다

 

어린 시절

떠나는 겨울이 유리창을 흔들던 주점

부친은 입에 국물을 넣어 주었고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추어탕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곳이 여기쯤이던가

나는 닫힌 길가 주점들을 둘러 본다

 

제천 역사에서는

기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려오고

기차처럼 떠난 어린 시절을 뒤로 나는

팔순을 넘긴 부친을 만나러 청전동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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