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태우며 낙엽을 태우며 한 세월을 살아온 수고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낙하한다 예쁘고 화려한 색만큼이나 슬프고도 아픈 색깔도 있다 어찌 살아왔던 그 이야기는 한 권의 장편 소설이 되어 쓸쓸히 남겨진 나뭇가지에 때로는 눈이 되어 쌓이고 때로는 비가 되어 젖으리라 찬란한 날들의 화려한 소..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30
나 홀로 건배 나 홀로 건배 파리 소르본 대학가 인근, 먹자골목 생맥주는 필수, 분위기도 그런대로 안주는 다소 퀴퀴한 치즈 퐁뒤로 한다 버너 위 낡은 냄비에 치즈를 녹이고 늙은 웨이터가 손수 뜯어준 호밀빵 꼬챙이에 끼워 지휘봉인 듯 젓는다 이리 저리 둘러 앉은 이방인들아 세파를 피해 사라진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26
기억의 창고 (종로문협 시화전, 2019년) 기억의 창고 보고픔도 잊고픔도 아픔이라면 기억의 창고를 만들 수 없을까 보고플 때 꺼내어 들여다 보고 잊고플 때 깊숙이 밀어 넣으면 보고플 때와 잊고플 때를 가리지 않는 기억의 짓궂음을 피할 수 있을까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25
기억의 앨범 기억의 앨범 성균관대 정문 앞 빛 바랜 건물 'Drum'이라는 간판의 저 카페 30년 전, 사회 초입이던 그 때는 '마른 잎 다시 살아나'라는 이름 노찾사의 민중 가요 제목을 딴 그 이름의 카페로 기억이 된다 지금은 아내가 된 나의 연인과 구석진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갓 내린 커피와 초콜릿 빛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23
금오지에서 금오지에서 하늘이 빛을 잃어 화선지를 펼치면 먼 곳의 산들은 수묵화로 다가선다 물결이 드리우는 그림자 풍경 위로 쌓여진 돌탑마다 품고 있는 사연들 버드나무 가지 위로 물새가 오르면 별빛으로 달빛으로 꿈인 듯 내린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21
그 집 그 집 동구밖에서 노닐다가 돌아와도 잠자리를 좇아 마당을 기웃거려도 그 집은 늘 그 모습으로 있었다 저녁 군불에 피어오르는 연기는 새벽 안개인 듯 곱고 고요한데 그 집은 돌아오는 이도 없었다 봄비가 마당을 소리없이 적시고 흰 눈이 지붕 위 낙엽을 덮는데 그 집은 떠나가는 이도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20
그 시절 (은혜의 땅 아름다운 금성면, 2018년) 그 시절 아스팔트 틈 사이에서 돋은 민들레가 씨앗을 바람결에 실려 보내고 있다 보이는 곳은 전부 아스팔트뿐인데 씨가 닿을 수 있는 땅은 어디쯤일까 이 척박한 곳에서 멀리 멀리 떠나라는 민들레의 염원이 귓전에 들리고 있다 우리 어릴 적, 부모들이 그러했으리라 가난과 고생으로 일구어가는 삶에서 자식들만은 벗어나기를 바랬으리라 충북 제천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산골마을에서 청량리역을 향하던 날 나 어릴 적, 부모의 마음이었으리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18
그리워서 좋은 날 그리워서 좋은 날 닿을 수 없는 풍경이 아름답듯이 그리운 이가 있음도 좋은 일이다 소나기가 길손 마냥 지나간 오후 떠난 너를 웃음 속에 그리워한다 그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그 시절 추억들은 가슴속에 있나 바람에 흐르는 구름으로 떠난 너 시간의 강가에서 잊혀져 가는 너 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15
그때 그 아이 (종로문학, 2015년) 그때 그 아이 들꽃처럼 발 디딜 곳을 가리지 않고 그저 푸른 하늘만을 향하여 높이 피어오르던 시절 그때 그 아이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보이는 곳을 향하여 모질게 달려온 세월 길 위에 두고 온 그때 그 아이 힘겹게 따라오다가 지쳐 주저앉고 말았는지 어디쯤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그때 그 아이 낙엽이 지면 그 모습이 그리워지고 멈추어 서면 멀리서라도 다가올 듯한 그때 그 아이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13
그대가 머무는 곳 그대가 머무는 곳 돌아선 그대는 떠났습니다. 그대는 내가 바라볼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그대는 내가 부를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그대는 내가 안을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대가 머무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밤하늘에 촘촘히 걸린 등불들, 은하수 그늘 아래에 그대는 있..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