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519

그 시절 (은혜의 땅 아름다운 금성면, 2018년)

그 시절 아스팔트 틈 사이에서 돋은 민들레가 씨앗을 바람결에 실려 보내고 있다 보이는 곳은 전부 아스팔트뿐인데 씨가 닿을 수 있는 땅은 어디쯤일까 이 척박한 곳에서 멀리 멀리 떠나라는 민들레의 염원이 귓전에 들리고 있다 우리 어릴 적, 부모들이 그러했으리라 가난과 고생으로 일구어가는 삶에서 자식들만은 벗어나기를 바랬으리라 충북 제천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산골마을에서 청량리역을 향하던 날 나 어릴 적, 부모의 마음이었으리라

그때 그 아이 (종로문학, 2015년)

그때 그 아이 들꽃처럼 발 디딜 곳을 가리지 않고 그저 푸른 하늘만을 향하여 높이 피어오르던 시절 그때 그 아이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보이는 곳을 향하여 모질게 달려온 세월 길 위에 두고 온 그때 그 아이 힘겹게 따라오다가 지쳐 주저앉고 말았는지 어디쯤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그때 그 아이 낙엽이 지면 그 모습이 그리워지고 멈추어 서면 멀리서라도 다가올 듯한 그때 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