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뿐 바람 소리뿐 들창 밖에 가을이 오는 소리 담쟁이 이파리들이 흔들리는 소리 그 쓸쓸함이 그리워 창 너머를 보면 그저 바람 소리뿐 아버지가 싸리비로 마당을 쓰는 소리 어머니가 저녁 무렵 키질하는 소리 고향이 들리는 듯 창 너머를 보면 그저 바람 소리뿐 지나는 바람 속에 담긴 소리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1.08
미루나무 아래에서 미루나무 아래에서 길을 걷다가 나무에 걸린 연을 본다 금빛 연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연을 날리던 아이가 궁금해진다 밤을 새워 만든 가오리연이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적이 있었다 고사리 손으로 연을 가리키며 울기만 할 때 눈물이 볼에서 얼어갈 때 연도 긴 꼬리를 흔들며 울고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1.06
무궁화 기차 무궁화 기차 그나마 기차답게 가는 기차는 무궁화뿐인 듯 칙칙폭폭 느리게 커튼도 열고 닫고 작은 역들도 지나고 차창가에 앉으면 풍경은 책장인 듯 편히 넘어가고 깜빡 잠도 들고 깨어서 책도 읽고 참, 기차답게 간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1.05
모과 모과 이제는 사람을 만나면 그 생김새에서 살아온 모습이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벗 얼굴에 주름은 늘었어도 삶의 향기가 더없이 곱도록 삶의 의지가 더없이 크도록 선하게도 열심히도 참으로 아름답게 살아왔구나 모과처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1.03
런던 프라이드 런던 프라이드 비 내리는 밤 보스톤에서는 사무엘 아담스 프라하에서는 필스너 우르켈 런던에서는 런던 프라이드이다 런던에서는 런더너가 되어야하고 런더너는 런던 프라이드를 마셔야 한다 페일 에일의 캐스크 비터 비어 적갈색의 무겁고 순한 맛 차갑지만은 않은 온도 신속한 거품..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1.01
뜰에 가을이 오네 뜰에 가을이 오네 뜰에 가을이 오네 대문도 열지 않고 담장도 넘지 않고 그리움이 밀려서 오듯이 그렇게 가을이 오네 뜰에 가을이 오네 낮은 여운도 없이 작은 몸짓도 없이 신비로움이 은은히 감싸듯이 그렇게 가을이 오네 뜰에 가을이 오네 웃음 소리도 아닌 울음 소리도 아닌 종소리가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2.31
등불을 거는 밤 등불을 거는 밤 내가 등불을 거는 이유는 지금도 오고 있을 그대에게 한결같은 기다림을 전하고자 함입니다 등불은 감나무의 긴 그림자를 만들고 기껏해야 그 그림자 끝자락만큼만 비춥니다 등불이 가슴속 깊이 있을 때에는 눈을 감으면 참 멀리도 비추었습니다 어린 시절 감나무 꼭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2.29
등불꽃 등불꽃 가을 국화를 건다 가을이 오기 전에 계절보다 먼저 그 계절의 꽃을 건다 계절이 오고 있으니 떠난 인연도 돌아오라고 계절보다 먼저 와서 계절로 함께 가자고 멀리 어딘가 세상 모르고 떠난 곳 이 꽃으로 길을 삼아 터벅터벅 돌아오라고 계절이 오기 전에 걸어 놓는 계절의 꽃 그..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2.28
들꽃의 강가에서 들꽃의 강가에서 빛과 바람만이 머무는 강가에서 멀리로 흘러가는 강을 본다 강으로 향하는 나의 시선은 망초꽃과 금계국 무리를 지난다 망초꽃 꽃말은 '화해' 금계국 꽃말은 '상쾌한 기분' 이제, 떠나간 인연들과 화해를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저 강을 향하고 싶다 강이 향하는 길, 저 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1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