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건배
파리 소르본 대학가 인근, 먹자골목
생맥주는 필수, 분위기도 그런대로
안주는 다소 퀴퀴한 치즈 퐁뒤로 한다
버너 위 낡은 냄비에 치즈를 녹이고
늙은 웨이터가 손수 뜯어준 호밀빵
꼬챙이에 끼워 지휘봉인 듯 젓는다
이리 저리 둘러 앉은 이방인들아
세파를 피해 사라진 젊은 날들아
가고 오지 않는 잊혀진 추억들아
왕년에는 나도 캠퍼스의 낭만이었다
내 잔은 내가 채운다. 그날을 그리며
술친구는 없어도 좋다. 나 홀로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