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향수 모두가 지난 꿈이라고 거친 손을 잡고 울던 날 낡은 지붕위로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네 한 시절은 멀어지고 새로운 날들이 다가오면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여전히 남은 옛날이여 그림자를 밟고 돌아와 인적없는 처마 아래에 서면 그 날 그 바람이런가 옷깃을 스쳐 지나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6
한줌 바람이 커튼을 흔들면 (종로문학, 2019년) 한줌 바람이 커튼을 흔들면 한줌 바람이 커튼을 흔들면 창가에 머물러봐 그 바람 어디에서 와서 무얼 전해주는지 기억하여야 할 이야기들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봐 누군가 부르는 소리인지 내리는 비가 빗소리를 전하듯 한줌 바람에도 이유가 있어 커튼이 흔들리면 창밖을 내어다 봐 잊혀진 누군가가 먼 길을 돌아오고 있는지 눈을 감아봐 어디쯤 오고 있는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
한잔의 오늘 한잔의 오늘 한 잔 채워주세요 오늘 일들을 들이키도록 간직할 것은 머금고 버릴 것은 뱉어내도록 하루를 또 넘겼네요 알 수 없는 어둠을 하루하루 지워가고 있죠 살아온 흔적과 의미 어둠을 모두 지운다 해도 결국은 모를 거예요 그 허무함에 가슴을 치겠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태어남이 준 숙명인 것을 그래서 술이 필요해요 오늘 일들을 견딜 수 있도록 간직할 것은 머금고 버릴 것은 뱉어내도록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
하우현 성당 하우현 성당 지나는 길에 하얀 손수건 신이 흔드는 반가운 징표 그 모습 그리워 다가서면 나를 보는 마리아의 미소 파란 캔버스 구름의 데생 멀리 떠나도 품는 수채화 품에 안기려 하늘을 보면 나를 향한 마리아의 눈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
하루 계절 하루 계절 한 해에도 사계가 있지만 하루에도 사계가 있네 한 해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돌아가지만 하루의 계절에는 순서가 없네 가을, 그 외로움 뒤에 봄의 미소가 오기도 하고 겨울, 그 혹한 뒤에 여름의 혹서가 오기도 하네 울다가 보면 웃을 날도 있겠지 견디다 보면 계절은 바뀌겠지 계절의 변화를 가늠할 수 없어 뒤죽박죽 걸치는 사계의 옷가지들 오늘도 어설픈 채비를 하고 한치 앞을 모르는 하루를 나서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
하늘빛 흐린 날 하늘빛 흐린 날 하늘빛 흐린 날, 물가에 서있네 물이 흘러가는 곳이 어디쯤인지 또렷이 볼 수가 없네 강으로 흘러 바다로 가겠지 그저 생각할 뿐이네 생은 늘 흐린 풍경이네 세월을 따라 흘러가고 언젠가는 끝에 이르겠지 막연한 생각뿐이네 날마다 홀로 조각배를 띄우네 날이 저물면 기슭에 닿기를 바라면서 조각배에서 보이는 흐린 풍경들 더 먼 곳은 내일이 되어야 볼 수 있다네 비가 내리면 젖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오늘을 저어가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
편지 calm down 편지 calm down '이렇게 해버리려 합니다.' 배움에, 생활에 갈등이 생기면 아이들은 스스로의 각오를 들고 오지 비장한 결심을 한 듯 욱! 하고 선언하지만 속내는 걱정이라는 뜻 그렇게 선언을 하면 자신을 그 안에 가두는 것임을 그렇게 돌아서면 갈 수 있는 길 중의 여럿을 잃는 것임을 이야기하며 문제는 같이 풀어보겠지만 결정과 행동은 스스로의 몫임을 선생은 해결사가 아니라 도우미임을 이야기하며 편지를 써보라고 하지 말과 감정이 빠르게 서두르려 할 때 글로 느리게 멈추어보라고 하지 보내는 이가 차분히 생각하며 써가는 편지 받는 이가 차분히 생각하며 읽어가는 편지 답이 없으면 문제도 아니었겠지 생각지 못했던 곳에 답이 있음을 의외로 작은 문제였음을 알게 되겠지 '이렇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배움에 생활에..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
편백나무 숲에서 편백나무 숲에서 편백나무 숲에 바람이 불면 편백나무 가지들은 소리굽쇠가 되어 윙 윙 겨울 바람에 전깃줄이 우는 소리 멀어지는 기차에 철길이 우는 소리 기억 속의 아련한 소리로 울고 있다 편백나무 가지를 어루만지면 손이 떨리는 진동 윙 윙 두고 온 시절이 보이는가 높이 솟은 몸을 파르르 떨고 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