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 겨울 추위 추위가 밖에서만 오는 줄 알았네 불을 밝혀도 몸을 덥혀도 추위가 사그라지지 않을 때 안에서 오는 추위를 느낄 수 있었네 내 작은 마음이, 삐뚤어진 심사가 피와 살을 차갑게 식혀 체온을 뚝 떨어트리고 있다는 것을 겨울에는 마음이 얼어 더 춥고 여름에는 열불이 나서 더 덥고 사람 사는 일, 겪어가는 고통에 계절 탓, 남 탓을 하기보다는 내 탓일 때가 더 크고 많다는 것을 따뜻한 방에서 떨며 알 수 있었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7
가을맞이 가을맞이 가을을 맞이하려거든 가을 풍경의 하나가 되자 순응하며 낮게 흔들리는 갈대의 겸허 풀잎과 리듬을 맞추는 바람의 어울림 소명을 다하고 떠나는 잎새의 기다림 가을의 하나가 되어 겸허히 어울리며 기다리자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7
11월 25일은 비 11월 25일은 비 11월 25일, 비가 내린다 엊그제 내려서 쌓인 눈 위로 구석구석 눈을 녹이며 아직은 가을이야, 11월이야 시위라도 하듯 눈을 헤치며 늦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주말, 성급히 캐롤을 켜는 레코드 가게의 유리창에 겨울이야, 손을 호호 부는 여인네들의 우산 위로 주룩주룩 빗물이 흘러내린다 떠나기 싫은 가을의 눈물 보내기 싫은 여인의 눈물 빗물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때늦은 우산을 펴야 하나 가을 노래를 들어야 하나 11월 25일, 비를 보고 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6
회상의 거리 회상의 거리 여기던가 저기던가 그 날을 찾아 헤매이지만 떠나간 이는 떠나간 이 돌아온 이는 돌아온 이 한참을 멀어지던 뒷모습이 못내 돌아올 줄이야 누가 알았던가 길손의 여윈 얼굴 텅 빈 발걸음 아래 '남은 것은 없음'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는 거리 그 날의 기억들마저 마른 낙엽으로 바스락, 부서지고 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6
혼돈 혼돈 먼 곳을 보네 오랜 이야기만큼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옛이야기 한 때는 젊음도 있었지 그 젊음에 어울리는 술과 노래와 웃음도 있었지 강을 따라, 시간을 따라 모두 떠나가고 나도 먼 길을 떠났지 그리움도 잊을 듯 살아온 격렬한 일상들 무엇이 남았는지 무엇을 기억하여야 하는지 지쳐 돌아와 털썩 주저앉는 허허로운 몸짓 늘 변함없는 속도 강이여, 시간이여 이 정도면 충분할 듯도 한데 뭘 더 어쩌자는 건지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 먼 곳을 보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6
혹시나 역시나 혹시나 역시나 혹시나 해서 보관하였는데 역시나 안쓰는 물건이 대부분이고 혹시나 해서 걱정하였는데 역시나 안일어난 일이 대부분이고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6
향초 향초 사람마다 향이 있지 달콤한 향, 비릿한 향 좋은 향, 그렇지 못한 향 청춘은 누구나 향기롭지만 세월을 살아온 향은 사람마다 다르네 비릿한 생선을 팔며 땀 흘려 살아가는 아낙의 향은 달콤해지고 달콤한 말을 팔며 실없이 살아가는 사내의 말은 비릿해지고 창을 열며, 향초를 태우며 좋은 향을 갖고자 하네 좋은 향의 이들을 그리워하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