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벰버 노벰버 11월의 시간은 또 한 계절을 넘어서겠지 겨울은 거울처럼 지난 계절을 비추겠지 거울 안으로 들어서겠지 흘러간 날들을 반추하며 가을의 끝 무렵 11월을 기억하겠지 잎새가 남았을 때 나무를 올려보아야 했을 걸 눈물이 남았을 때 너를 보내어야 했을 걸 11월, 늦가을은 마지막 숨결조차 거두는데 나뭇잎도 너도 하나 둘 떠나는 11월의 하오 이제, 겨울이 오겠지 차갑도록 눈이 시린 거울 안으로 겨울 나무로 들어서겠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31
네게 전하는 말 네게 전하는 말 네게 전하는 말은 봄 바람 꽃 향기에 실려 간다 바람의 숨결로 꽃의 속삭임으로 부드럽게 예쁘게 네게로 간다 숲이 더 짙어질 거라고 낙엽이 지고, 흰 눈이 쌓일 거라고 누구나 아는 계절 이야기이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기울여 주겠지, 너는 많이 놀란 듯 새로운 이야기인 듯 맞장구를 치겠지, 너는 네게 전하는 말이니까 내 이야기이니까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31
낙화 낙화 나는 안다 밀물로 충만한 바다도 썰물로 돌아서, 비워짐을 중천의 태양도, 석양으로 사라짐을 이 믿음도, 소망도 언젠가는 시든 꽃잎으로 떨어져 내림을 나는 안다 숙명은 거스를 수 없음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오고 있음을 다만, 바라보고 다가서면 아름다웠노라고 꽃이 떨어지기 전에 한 번은 더, 붉게 필 수 있음을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31
낙엽을 걷다 낙엽을 걷다 낙엽으로 지는 법을 배우며 사세 한평생 신록일 수 있으랴 꽃으로만 영원히 필 수 있으랴 진정 고운 꽃은 질 때도 고운 법 낙엽으로 지는 법을 배우며 사세 한 시절 햇살에 눈이 부셨다면 한 순간 잎새로 푸르렀다면 화려하게 떠나는 법을 배우며 사세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31
길 길 걸어와서야 알게 되었어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온 지를 비바람 치던 날 햇살이 비치던 날 그저 날씨였을 뿐 그저 걸었을 뿐 역경을 헤친 것도 화사한 날을 누린 것도 아냐 기쁨과 환희 슬픔과 후회 한 순간의 사연이었어 돌아보면 모두가 징검다리 같은 것 길 위에 드문드문 놓여진 삶의 편린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거야 걸어가면서 알게 되겠지 진정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31
기차를 기다리며 기차를 기다리며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이는 시간을 기다리는 법을 안다 철길이 이어지듯 시간도 이어지기에 기차도 시간도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기에 오지 않으면 철길을 따라가듯 시간을 따라가는 법을 알기에 플랫폼, 멀리 바라보는 모습 기차를 기다리듯 시간을 기다린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31
기억 기억 여기였나 봐 우리가 끝내 방황하던 곳이 겨울이 지나던 무렵 기억보다도 오랜 음악이 담배 연기로 번지던 그날 밤 그 음성들 행선지가 없던 졸업반 우리들은 그저 머무르며 창 밖, 내리는 눈을 보았지 술잔을 기울이며 담배를 물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지 이유도 없이 무언가는 마무리되기를 원하면서 댓가없는 논쟁도 텅 빈 강의실의 적막도 이제는 끝이 나기를 원하면서 철길이 없어도 기차 소리가 들리던 밤 여기였나 봐 우리가 끝내 돌아서던 곳이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