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519

노벰버

노벰버 11월의 시간은 또 한 계절을 넘어서겠지 겨울은 거울처럼 지난 계절을 비추겠지 거울 안으로 들어서겠지 흘러간 날들을 반추하며 가을의 끝 무렵 11월을 기억하겠지 잎새가 남았을 때 나무를 올려보아야 했을 걸 눈물이 남았을 때 너를 보내어야 했을 걸 11월, 늦가을은 마지막 숨결조차 거두는데 나뭇잎도 너도 하나 둘 떠나는 11월의 하오 이제, 겨울이 오겠지 차갑도록 눈이 시린 거울 안으로 겨울 나무로 들어서겠지

네게 전하는 말

네게 전하는 말 네게 전하는 말은 봄 바람 꽃 향기에 실려 간다 바람의 숨결로 꽃의 속삭임으로 부드럽게 예쁘게 네게로 간다 숲이 더 짙어질 거라고 낙엽이 지고, 흰 눈이 쌓일 거라고 누구나 아는 계절 이야기이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기울여 주겠지, 너는 많이 놀란 듯 새로운 이야기인 듯 맞장구를 치겠지, 너는 네게 전하는 말이니까 내 이야기이니까

길 걸어와서야 알게 되었어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온 지를 비바람 치던 날 햇살이 비치던 날 그저 날씨였을 뿐 그저 걸었을 뿐 역경을 헤친 것도 화사한 날을 누린 것도 아냐 기쁨과 환희 슬픔과 후회 한 순간의 사연이었어 돌아보면 모두가 징검다리 같은 것 길 위에 드문드문 놓여진 삶의 편린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거야 걸어가면서 알게 되겠지 진정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기억

기억 여기였나 봐 우리가 끝내 방황하던 곳이 겨울이 지나던 무렵 기억보다도 오랜 음악이 담배 연기로 번지던 그날 밤 그 음성들 행선지가 없던 졸업반 우리들은 그저 머무르며 창 밖, 내리는 눈을 보았지 술잔을 기울이며 담배를 물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지 이유도 없이 무언가는 마무리되기를 원하면서 댓가없는 논쟁도 텅 빈 강의실의 적막도 이제는 끝이 나기를 원하면서 철길이 없어도 기차 소리가 들리던 밤 여기였나 봐 우리가 끝내 돌아서던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