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에 내리는 눈 테헤란로에 내리는 눈 테헤란로에 눈이 내리면 테헤란에도 눈이 내릴까 골목에 쪼그리고 앉은 까만 눈동자의 아이가 하얀 눈송이들을 보고 있을까 서울 테헤란로의 모퉁이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하얀 눈을 바라보고 있는 오십대 아저씨를 생각이나 할까 테헤란로에 눈이 내리면 테헤란의 좁은 뒷골목 언젠가는 꼭 만날듯한 까만 눈동자의 아이가 하얗게 하얗게 그리워진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4
치자꽃 당신 치자꽃 당신 사랑했었다고.. 치자 치자꽃 당신은 속삭입니다 도무지 지우지 못할 당신의 향기를 가슴 가득 이토록 물들이고서 얼룩조차 없는 하이얀 모습으로 눈송이보다 차갑게 떨어지면서 행복했었다고.. 치자 치자꽃 당신은 속삭입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2
차창가에서 차창가에서 차창가는 갤러리 스치듯 지나가는 각양각색 풍경들 앉아서 기대어서 감상하는 풍경화 차창가는 영화관 필름으로 감기는 떠오르는 생각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는 여행길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22
제주 돌담 (다솔문학, 동인지, 초록물결 제5집) 제주 돌담 바람이 센 제주 돌담이 건네는 말 울퉁불퉁 살아라 너무 모나지 말고 부딪는 바람을 나누어야지 빈틈도 보여라 너무 야무지지 말고 바람에게도 길을 내주어야지 힘들면 무너져라 너무 버티지 말고 다시 오르는 재미도 있어야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19
저물어가는 날 저물어가는 날 떠나간 계절은 돌아오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리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낡은 의자에 털썩 앉으면 그 뿐 빈 술잔에 가득 술을 부어 목마름으로 벌컥 넘기면 그 뿐 살아온 사연도 견뎌온 사연도 사라질 먼지들과 다를 바 있으랴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면 더 이상의 위로가 무슨 소용이랴 문 밖에 누군가 서성인다고 눈길을 보낼 이유가 무언지 곁에서 누군가 흐느낀다고 손길을 보낼 이유가 무언지 어둠으로 덮일 시간이라면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는 없으리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19
작별 작별 언젠가는 누구나 작별을 하지만 인사를 나누고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작별은 얼마나 될까 더러는 사라지고 더러는 잊혀지고 들꽃이 무심히 피었다가 지듯 그렇게 작별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차창가에서 잠시 감았던 눈을 뜨면 홀연히 떠난 옆자리의 승객처럼 골목길로 사라진 어느 뒷모습처럼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이 시간에도 잠시 잊고 있는 그 곳에서 누군가는 홀연히 떠나고 있는 것이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19
자작나무가 되리 자작나무가 되리 비 내리는 밤 자작나무가 되리 어둠 속에서, 네가 하얗게 하얗게 나만을 볼 수 있도록 못 본 척 외면하면 하얗게 하얗게 재가 되어버리는 비 내리는 밤 자작나무가 되리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19
자연 시계 자연 시계 한 계절이 가는 것은 잎새의 색깔로 알고 한 해가 가는 것은 꽃의 피고 짐으로 알고 한 세월이 가는 것은 나무의 높이로 알고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19
일상의 위로 일상의 위로 그가 많이 아프고 수술을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일상적인 말을 줄 뿐이었지 과로하지 말라고 피로는 바로 풀라고 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그러고 보니 꽃이 예쁘다고, 하늘이 파랗다고 하는 말들도 일상이었지 우리는 모두 그렇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공감을 얻으며 살아가지 외롭거나 힘들 때 눈길을 보내고 귀를 기울이며 찾는 것들도 일상일 뿐이지 우리는 단지 그 일상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환상을 믿고 싶을 뿐이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19
일몰 스케치 일몰 스케치 하늘을 넘은 해가 지쳐 바다 위에 누우면 세상은 색을 잃은 채 노을빛 캔버스에 검은 윤곽만을 남기고 해가 물에 잠길수록 점점 다가오는 어둠 무심히 바라보던 나 작은 점으로 남아 한 켠에 정지되고 온통 검붉은 세상 물결만이 움직이는데 저 물결도 시간이 가면 멀리로 떠날 것임을 알면서도 바라만 보고 엉거주춤 일어서면 작은 윤곽만 바뀔 뿐 더 큰 의미가 있으랴 바다를 붉게 태우는 노을 여전히 멀리 있고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