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519

안부

안부 토요일 아침, 속을 풀러 단골 해장국 집에 들어섰는데 이 시간이면 오시던 노부부 커플 오늘은 할아버지만 혼자이시네 '어르신, 할머니는요?' '지난 달에 먼저 보냈어’ 할머니가 잘라주시던 깍두기 할아버지의 가위질이 서툴러 보여 '제가 잘라드릴까요?' '괜찮아, 이제 익숙해져야지’ 울컥, 뭔가 자꾸만 목에 걸려 반도 채 못 뜨고 일어서는데 식사 후 멍하니 앉아계시는 모습 '모셔다 드릴까요?' '아녀, 테레비 좀 보고 갈래’ 할아버지 마음은 벌써 할머니가 없는 빈집을 들어서시네 숙취 해소하려다가 술 취하고 싶은 아침 '그럼 저 먼저 갑니다’ '그려, 운전 조심혀’

숨바꼭질

숨바꼭질 방향도 위치도 가늠할 수 없는 과거와 폐쇄만이 남은 허황한 거리 온기가 그리워지는 시간 비로소 찾을 것은 ‘나’ 현재의 화려함과 군중 속의 서두름에서 드러나지 않던 ‘나’를 찾아 헤매이는 길 진정 무엇을 원하였던가 홀로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드러나는 ‘나’와 드러나지 않는 ‘나’ 둘 뿐인 황량한 거리 외면하듯이 훑어보며 간격을 두고 물어보는데 아직 경계가 남은 듯 선뜻 다가서지를 않네 전부 열지를 않네

솔방죽 길을 걸으며 (제천 환경지, 초록길, 2016년 여름호)

솔방죽 길을 걸으며 아파트 숲 아스팔트 길을 나서 조금 더 걸으면 불현듯 마주치는 그 때 그 자리 그리운 곳이런가 솔방죽 길 시간의 길손이 되어 먼 곳을 보면 산을 너머 고향에서 오는 바람 들을 건너 어린 날을 속삭이는 갈대 들녘 저 편 의림지에 눈길을 두면 다가오는 벗의 목소리 너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