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 954

무겁도록 깊은 사색과 함께

무겁도록 깊은 사색과 함께 마실 주점은 런던에 있고 자존심으로 홀로 꿋꿋이 마실 술은 런던 프라이드이다 런던 공습에서도 살아남은 런던 프라이드(바위취)처럼 런던 프라이드 비내리는 밤 보스톤에서는 사무엘 아담스 프라하에서는 필스너 우르켈 런던에서는 런던 프라이드이다 런던에서는 런더너가 되어야하고 런더너는 런던 프라이드를 마셔야 한다 페일 에일의 캐스크 비터 비어 적갈색의 무겁고 순한 맛 차갑지만은 않은 온도 신속한 거품의 소멸 런던에서는 프라이드를 가져야 한다 홀로 세운 프라이드로 런던 프라이드를 마셔야 한다 비내리는 밤 적갈색의 가로등 불빛 적갈색으로 데코된 펍의 창가에서 적갈색 캐스크 비어를 마셔야 한다 . . 그리고 글을 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외롭거늘 그 외로..

Cebu~ 필리핀

Cebu~ 필리핀, 이틀이 주어졌다 자정 도착~ 호텔 잡고~ 노상 주점에서 홀짝거리다보니, 동이 터오네~ 즐거운데ᆢ 이대로 시작하자~ 소소한 즐거움들~ 답장이 남은 편지, 커피 옆의 쿠키, 김이 오르는 맥주 낯선 곳, 새로운 사람들, 눈가에 머무는 아침 햇살 바다와 리조트의 도시라지만 어느 곳에 가든, 그들의 일상을 쫓고 싶어 화려함의 뒷골목을 헤매인다 화려한 휘장을 걷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그들의 속살, 그들만의 삶이 있다 삶의 한 켠에 기대어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옛이야기, 골목길 바람으로 온다 ᆞ ᆞ 1월인데도 더웠다 흔적으로 남지도 못할 걸, 왜 그리도 서두르시나 햇살과 바람 그리고, 평화 마젤란의 십자가ᆢ ᆞ ᆞ 그리고, 여행 어느 날, 하루가 온전히 주어진다면 아무 것도, 아무 생각도 안..

마음 방목,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 일방적?으로 정해버린 세가지 매력 고흐, 하이네켄, 그리고 운하 그래서, 끝날은 언제나 같다 예술, 그리고 술 먼저 고흐와 안네에게 작별 인사를~ 헤어짐이 있어야 그리움이 있고 그리움이 있어야 기다림이 있고 기다림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어야 헤어짐이 있고 그리고, 하이네켄 나보다 100년을 앞서 태어난, 1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페일 라거의 지존 시간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전설을 만든다 마무리 파티는 Heineken Experience에서 시작한다 가장 정직한 마무리는 시작한 곳에서 끝내는 것 운하에서의 머무름 Bistro Bij ons 늘 이 곳이다 발음은 여전히 모른다 탭 비어, 더치 푸드도 좋지만, 내게는 운하 옆, 테이블이 최고이다 술도, 풍경도 황홀하다 . . 어느 ..

파리, 축축하게 비가 내리던

파리, 축축하게 비가 내리던, 아직은 봄이 완연하지만은 않던 그래서, 다소 쌀쌀하고 을씨년스럽던 휴일 구석진 방에서 눅눅해진 바게트와 식은 커피로 하루를 버티려다가 조금은 답답해져서, 하오 창밖으로 뵈는 성당, 기도라도 하려 들렀다 기도로 온통 채우고 죄의 사함을 듬뿍 받은 후의 허기 구석진 방에서, 다시 눅눅해진 바게트와 식은 커피로 채우던 날 생 피에르 성당, 몽마르뜨 언덕 위 사크레 쾨르 대성당 곁에 있다 세월이 깊어지듯 영혼도 깊어지도록 하소서 . . 비가 내릴 듯 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질 곳을 가리지 않듯이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 다스리는 이와 섬기는 이 가까이 있는 이와 멀리 있는 이 모두에게 빗물같은 사랑을 주소서 공평하게 사랑을 받도록 하소서 . . 생 로랭 성당, 지나는 길에 마주친~ 내..

시간을 지나며

마드리드에서 나는 서쪽으로 똑바로, 천천히 갔다 리스본까지 600여키로의 드라이빙 톨레도, 카세레스, 바다호스, 에보라ᆢ 고대 도시의 박물관 문화 유산들이 지난다 시간의 흔적이 가로수가 된다 시간은 여전히 과거를 보여주고 있다 차창 밖에는 공간이 아닌 시간이 지나고 있다 오래된 마을에는 그 때 그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높은 성벽에는 그 때 그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 있을까 불어오는 바람은 중세의 어느 시대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내려오는 햇살은 시간의 깊이를 어디까지 다다를까 차창 밖에는 시간의 흔적이 공간을 만들고 있다 시간을 지나며 차창 밖에는 공간이 아닌 시간이 지나고 있다 오래된 마을에는 그 때 그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높은 성벽에는 어떤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 있을까 불어오는 바람은 중세의 어느 시대를..

초원의 집

캘리포니아에서 나는 숲으로 떠났다 더 깊이 들어갔다 그리고ᆢ 오두막집 70년대 추억의 미드 '초원의 집' 고교 시절, 전원 생활의 꿈, 그리고, 로라~ 저녁 어스름이 다가오면 오두막 창가에 등불을 켜고 고요 속에 긴 밤을 맞으리 아침 해가 창을 두드리면 스크램블 에그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갓 내린 커피 한잔 초원 너머로 해가 뜨고 있다 모든 것들이 아름답던 날, 그 날들이여ᆢ 초원의 집 마음에 그리던 동화 속 그림을 밖으로 꺼내어 볼까 어린 시절 초원의 집 그렇게 살아볼까 하루라도 찰스가 되어 그렇게 걸어볼까 모두가 떠나고 추억만 남은 곳 안으로 들어가 볼까 . . 숲속, 오두막집의 아침 숲의 아침, 모닝 커피 타임 벌새가 날아와 허공에 정지한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순식간에 숲 속으로 사라진다 ..

교토에서ᆢ 산책을 하였다

교토에서ᆢ 산책을 하였다 작은 땅을 더 없이 고귀하게 만드는 멋 곱고 소박한 마음들을 존경하며~ 작은 공간에서 큰 행복을 가꾸는 일 큰 결심이 아니라 작은 마음으로 시작한다 한 뼘 땅에도 꽃 넝쿨이 오르고 한 줌 바람에도 꽃 향기가 멀리 퍼진다 나의 공간을 가꾸고 다듬는 일 모두의 공간을 행복하게 하는 배려이다 주택가를 벗어나면, 절, 신사, 전통 주택 모두가 경주같다 참으로 사랑하는 도시 ᆢ . . 교토에 오면 시간이 움직인다 천년의 고도 그 시간을 지나면 깊고 오랜 맛 그리운 과거 교토에 오면 공간이 움직인다 천년의 고도 그 공간을 지나면 깊고 오랜 맛 그리운 경주 이름 모를 도시에 달이 걸리고 흐르는 강물에 등불이 떠가네 건배! 우리 오래도록 왔구나 석별의 정 나누는 못잊을 밤에 가는 이 남는 이가..

카르타고, 튀니지

카르타고, 튀니지 한 때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로마와 패권을 겨루던 고대 국가 2천년전 줄리어스 시이저가 재건한 곳 지금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이틀을 머무르면서. 나는, 화려한 날, 그리고 그 뒤안길 삶, 인생 그리고 시간을 보았다 미래는 희미하게 다가오고, 과거는 휘청이며 물러서고 바람처럼 경계없이 방향없이 흐르고 이슬처럼 미련없이 흔적없이 가고 싶다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는 대로 느끼고 마음가는 대로 걷고 시간가는 대로 가고 싶다 나 떠나는 날 네가 너무 슬퍼하지도 않고 너무 절망하지도 않고 잠시 이별이 아쉬워서 먼저 가서 기다리라는 듯 가고 싶다 나 떠난 후 네가 눈 오는 날 춥지 않은 쓸쓸함으로 비 오는 밤 아프지 않은 그리움으로 엷게 미소 짓는 입가의 커피 한 잔 그런 기억으로 가고 싶다 바람처..

빈에서는 '카페 하벨카'~ 를 찾는다

빈에서는 '카페 하벨카'~ 를 찾는다 나만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서이다 10년의 간격을 둔 글과 사진들ᆢ 엮어보았다 . . 언젠가, 오후 반나절을 멍~ 때린 적이 있다 홀로인 이들, 죽치고 있는 이들의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커피 두세잔을 마시고 잠시 졸기도 하고, 잔뜩 글도 쓰며 멈춘 시계의 작은 바늘 대략 반바퀴쯤 돌았겠지~ 느낄 무렵 함께 들어온 빛이 떠날 무렵 허리를 털고~ 일어선 적이 있다 하루를 보낸 나른함, 가벼워진 발걸음과 함께 (얼굴이 나온 아주머니께는 양해를 구하고 촬영~) 카페 하벨카 모더나이즈된 빈의 쇼핑가 그것도 화려한 그라벤 한 켠에 숨은 듯 고전이 있다 헨리 밀러와 분리파 화가들의 이야기 클림트와 코코슈카의 장식 오래된 포스터와 낡은 액자들 언제부터인가 정지한 시계 오래된 듯..

'질문', '감사' 그리고 '기도'

LA에서 그저 찾아가서ᆢ그저 머물렀다 기도ᆢ기도들 ᆞ ᆞ LA, 성 빈센트 바오로 성당, 100년이 다 되어가네‥ 멈추자ᆢ들르자, 회개의 기회가 넉넉하지는 않으니~ 파란 하늘에는 자카란다 파란 하늘, 파란 꿈~ 너는 자카란다~ 나는 작가란다 . . 오래 전, 성스런 이들을 위한 경건함으로 죄를 짓지 않도록 노력하지만ᆢ 만만치 않다 사하여 주소서. 지난 회개 후 지금껏 지은 죄, 그리고 이번 회개 후 다음 회개시까지 지을 죄를 . . 머무름ᆢ그리고 기도들ᆢ ᆞ ᆞ [질문] 그대에게로 가는 길은 몇 갈래입니까 외길 뿐입니까 나의 기도를 품으십니까 하늘로 올리십니까 내가 그대에게로 가는 건가요 그대가 나에게로 오는 건가요 여기쯤이면 얼마나 가까이 온 건가요 입증될 수 없음은 제로입니까 무한입니까 틈나는 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