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 954

아카디아 NP. 현지인이 되어ᆢ

미국, 북동쪽 끝, 메인주에 있는~ 국립공원~ 아카디아 NP. 현지인이 되어ᆢ 머물렀다 그랜드 캐년의 장엄함, 옐로우 스톤의 야생 요세미티의 절경이 없을지라도 나는 아카디아가 좋다 미 대륙의 동북부 끝단 산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물과 만나는 곳 캐들락 마운틴에 오르면 그 절정이 보인다 쉴 새 없이 바위를 때리는 파도, 그 장렬함에 마음을 열고 숲으로 돌아오면 그 아득한 고요와 침묵 산과 바다, 숲과 바위, 뛰어난 하나가 아닌 모두가 조화를 이루어 절정을 디자인하는 곳 '따로 또 같이'의 미학 그랜드 캐년의 오후, 옐로우 스톤의 하루 요세미티의 하룻밤이 아닌 지나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곳이 좋다

사막에서, 사막의 꽃, 소돔의 사과, 사막의 별

6년을 일하면 1년의 재충전을 허용하는 직장~ 지체없이 사하라를 향하였다 사막, 유치환의 '생명의 서', 그 느낌 피폐한 몸으로 무생명의 곳을 찾는 길 RV에 기대어 깊숙이로 들어간다~ 사막에서 선술집만큼이나 홀로 있기 좋은 곳 사막을 걸어간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잊혀졌던 자아가 나를 만나러 온다 외롭도록 넓은 삶의 사막에서 세파에 부대끼며, 흔들리며 또 하루를 살아가는 생명들 황혼이 오고, 어둠에 잠겨가는 '젊은 날의 우리들' 사막의 꽃 황혼의 사막을 거닐다 나는 보았네, 한 떨기 꽃을 모래에 알알이 부서진 빛이 꽃잎에 닿아 형언할 수 없는 빛깔을 뿜고 있었네 길도 없고, 관객도 없는 황량한 무대에서 바람에 흔들리듯이 꽃은 춤을 추고 있었네 밤이 오면 별들이 맞아줄까 외로운 율동 슬픈 춤사위를 황혼의 사..

그들은 합쳤다. 우리도 합쳐야 한다

그들은 합쳤다. 우리도 합쳐야 한다 이념의 대립, 빈부의 격차~ 남과 북까지도 합치기 어려우면ᆢ 아름답고 의미가 있는 조화로 어울리며 함께 가야 한다. 같은 민족이니까~ 그들의 허물어진 장벽, 벽화들을 보면서 먼 곳에 있는, 반토막 나의 조국이 많이 그리웠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만 장벽이 있을까 집단과 집단 사이, 우리와 그들 사이 나와 너의 사이, 혹은 내 마음 속에도 높고 낮고, 넓고 좁은 장벽들이 있다 나라의 장벽은 모두가 함께 넘지만 외면 속에 우리만 넘어야 할 장벽도 너와 나 둘이서, 더러는 나 혼자서 힘겹게 홀로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

겨울 하늘

삼청동길 오랜만에 미세 먼지 없는 날 하늘이 파랗다 들꽃처럼 발 디딜 곳을 가리지 않고 그저 푸른 하늘만을 향하여 높이 피어오르던 시절 그때 그 아이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보이는 곳을 향하여 모질게 달려온 세월 길 위에 두고 온 그때 그 아이 힘겹게 따라오다가 지쳐 주저앉고 말았는지 어디쯤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그때 그 아이 낙엽이 지면 그 모습이 그리워지고 멈추어 서면 멀리서라도 다가올 듯한 그때 그 아이 ㆍ ㆍ 겨울 하늘 겨울날 파란 하늘은 파란 물감을 가득 담고 있죠 산새라도 날아올라서 메아리라도 위로 올라서 쨍하고 깨어지면 파란 물감이 쏟아지겠죠 세상은 온통 파란 캔버스 투명한 하늘에서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면 긴 막대기를 들고 하얀 데생을 할 거예요 나무도 길도, 마음까지도

시간, 조각가

예류로 가는 길, 그리고 예류 지질 공원 사암과 풍화 작용으로 형성된 기암 괴석들 특히 '여왕의 머리'가 일품,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단다 세월의 조각, 조각도는 물과 바람, 염분 등이고 조각가는 오로지 시간이지 푸른 바다, 그리고 웨델리아 무리도 좋다 시간, 조각가 자연의 모습은 물과 바람, 기후가 사람의 얼굴은 살아온 자세가 조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