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 954

서점에 오면

열락 서점 읽는 즐거움이 있는 서점 중국어를 모르는 내게는 머무는 즐거움~ 그림과 사진, 커피도 있다 서점에 오면 나는 머물고 있다 시간도 공간도 무한인 곳에 먼저 살다간 혹은 지금을 살고 있는 이들의 숱한 생각들 감성들 그리고 소식들 천분지 일 만분지 일로 꾹꾹 눌러 담겨서 창가에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이고 포개져 있다 오늘은 어느 책장을 열까 누구의 소식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내게는 매일 첫눈이 올 설렘에 하늘을 보는 아이의 눈동자가 있고 어느 비 내리는 날 흠뻑 젖는 나무같은 가슴이 있다 모두가 잠든 겨울 밤일지라도 숲속의 오두막집 작은 등불이 있다 서점에 오면

소소한 행복

퇴근길 학교 식당에서 저녁을 놓칠 때 밖의 식당, 실내에서 밥 먹기도 불안한 요즘 6호선으로 귀가하는 길 응암역에서 만두 1인분을 포장 불광역 인근 버스정거장까지 15분여를 걸으며 만두 하나 둘.. 먹는 즐거움이 소소합니다 응암역 인근 젊은이들 셋이서 하는 만두 썩 괜찮은 집! 소소한 행복 걷다가 꽃을 만나도 맛난 집을 우연히 알아도 행복 이런 생각만 하여도 또 행복

겨울에, 나는

파주출판도시에 가면, 겨울은 외롭지도 적막하지도 않다 계절을 겪어온 갈잎, 그리고 낙엽들의 낮은 휴식이 있고 겨울을 맞이하는 빈 나무들의 겸허와 순응이 있어서이다 그리고, 편한 카페, 책과 커피가 있어서이다 겨울에, 나는 들어갈래요, 깊이 침묵할래요, 더 깊이 안으로 안으로 어느 카페, 작은 공간이라도 있거든 누에마냥 웅크려 실을 짜듯이 글을 쓸래요 갈잎의 서걱임만큼의 소란 갈잎 사이로 오는 빛만큼의 밝음 그러면 충분해요 커피가 있으니까요 책이 있으니까요 겨울이니까요

감사

2년전, 이 무렵의 일기 . . 나는 지금 을지로 3가역, 을지다방에 있다 오후 일정, 저녁 모임까지는 한시간여의 여유 오늘, 좋은 일들 몇가지가 겹쳤다 먼저, 딸 아이 승진 소식이 왔고 (선임 PM이 되었단다) 조금 전, 인근 출판사에 5호 시집을 탈고, 원고를 넘겼으며, (5호 시집은 이달 중순쯤 발간이 된다) 그리고, 세무서에서 과부과된 세금, 리턴이 된단다 (년말 가족 여행 비용이 마련되었다) 기분이 좋은 날은 카페 대신에 다방이다 가장 고가인 쌍화차를 주문하였다 창 밖 하늘을 보며, 행복에 감사하며 감사 감사한다 여기 나의 숨결 저기 허공의 바람결 그리고 먼 하늘 하느님의 은혜를

늦가을, 회동길 산책

유럽의 수백년된 카페부터 미국의 모더나이즈된 카페에 이르기까지 나름 최고의 카페들을 섭렵하였지만~ 단연코 최고는, 여기 파주출판도시~ 회동길, 카페 거리이다 특히, 늦가을 11월의 안개비가 내리는 휴일, 하오에는ᆢ ㆍ ㆍ 늦가을, 회동길 산책 늦가을이예요 땅 위에 깔린 낙엽의 융단보다 힘겨운 가지에 걸린 늙은 화장, 여윈 몸짓의 잎들에게 시선이 가요 비가 내려요 젖은 갈대가 자꾸 누우려해요 세월이 힘들었어요 바람은 갈대를 어루만지며 울음을 실어가네요 11월이예요 차고 어두운 바깥 하오에도 전등은 켜 있어요 창 밖, 호수의 수면은 더 검어요. 더 깊은 우울함이예요 책장을 열어요 강의 시, 술의 시 카프카에 관한 시를 읽어요 시들이 낙엽처럼 가슴 속으로 쌓여가요 비가 그쳐요 땅 위의 잎새들, 어둠이 덮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