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여행, 어디론가

카르타고, 튀니지

BK(우정) 2022. 2. 3. 20:32

카르타고, 튀니지

 

 

 

 

 

한 때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로마와 패권을 겨루던 고대 국가

2천년전 줄리어스 시이저가 재건한 곳

지금은 너무나도 고요하다

 

 

이틀을 머무르면서. 나는,

화려한 날, 그리고 그 뒤안길

삶, 인생 그리고 시간을 보았다

 

 

 

미래는 희미하게 다가오고,

과거는 휘청이며 물러서고

 

 

바람처럼

경계없이 방향없이 흐르고

이슬처럼

미련없이 흔적없이 가고 싶다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는 대로 느끼고

마음가는 대로 걷고

시간가는 대로 가고 싶다

 

나 떠나는 날 네가

너무 슬퍼하지도 않고

너무 절망하지도 않고

잠시 이별이 아쉬워서

먼저 가서 기다리라는 듯 가고 싶다

 

나 떠난 후 네가

눈 오는 날 춥지 않은 쓸쓸함으로

비 오는 밤 아프지 않은 그리움으로

엷게 미소 짓는 입가의 커피 한 잔

그런 기억으로 가고 싶다

 

바람처럼

자유로이 시공을 흐르며 살고

이슬처럼

티없이 짧게 빛나는 모습으로 가고 싶다

 

 

 

.

.

 

화려한 날이 떠나고 나면

뒤안길로 남는 흔적

역사의 유물인가

시대의 폐허인가

 

희미한 옛 기억인 듯

흔들리는 들꽃 무리

떠도는 구름

덧없는 바람

 

돌아올 기약도 없이

모두가 떠난 자리

마주앉는 그림자

지나가는 길손

 

화려한 날이 떠나고 나면

뒤안길을 걷는 세월

할 일이 더 있는가

미련이 남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