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파리, 축축하게 비가 내리던

BK(우정) 2022. 2. 7. 05:03

파리, 축축하게 비가 내리던,

아직은 봄이 완연하지만은 않던

그래서, 다소 쌀쌀하고

을씨년스럽던 휴일

구석진 방에서

눅눅해진 바게트와 식은 커피로

하루를 버티려다가

조금은 답답해져서, 하오

창밖으로 뵈는 성당,

기도라도 하려 들렀다

 

 

기도로 온통 채우고

죄의 사함을 듬뿍 받은 후의 허기

구석진 방에서, 다시

눅눅해진 바게트와 식은 커피로

채우던 날

 

생 피에르 성당, 몽마르뜨 언덕 위

사크레 쾨르 대성당 곁에 있다

 

 

 

 

 

세월이 깊어지듯

영혼도 깊어지도록 하소서

.

.

 

비가 내릴 듯 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질 곳을 가리지 않듯이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

다스리는 이와 섬기는 이

가까이 있는 이와 멀리 있는 이

모두에게

 

빗물같은 사랑을 주소서

공평하게 사랑을 받도록 하소서

.

.

 

생 로랭 성당, 지나는 길에 마주친~

 

 

 

 

 

 

내가 그대에게로 가는지요

그대가 나에게로 오시는지요

 

그대는 우연으로 다가와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흔들림 없는 방황을 주십니다

 

문을 들어서며 나의 기도를 되뇌입니다

맑은 소리도 환한 모습도 아닌

진정 나의 소리, 나의 모습

허물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용서하소서

잘못을 경계하도록 하소서

낮은 곳에 놓인 정의를

똑바로 보게 하소서

얻기보다는 버리려 문을 들어섭니다

.

.

 

생 제르맹 데 프레 수도원

파리에서 가장 오래 되었단다

 

 

 

성모여, 바라보지만

마시고 해결하소서

내 안에 겹겹이 쌓인 거짓과 모순들을

 

그대에게로 가는 길은 외길뿐입니까

 

거울이든, 일기이든

혹은 기도이든

하루 한 번은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