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는 '카페 하벨카'~ 를 찾는다
나만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서이다
10년의 간격을 둔 글과 사진들ᆢ
엮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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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오후 반나절을 멍~ 때린 적이 있다
홀로인 이들,
죽치고 있는 이들의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커피 두세잔을 마시고
잠시 졸기도 하고, 잔뜩 글도 쓰며
멈춘 시계의 작은 바늘
대략 반바퀴쯤 돌았겠지~ 느낄 무렵
함께 들어온 빛이 떠날 무렵
허리를 털고~ 일어선 적이 있다
하루를 보낸 나른함,
가벼워진 발걸음과 함께
(얼굴이 나온 아주머니께는 양해를 구하고 촬영~)
카페 하벨카
모더나이즈된 빈의 쇼핑가
그것도 화려한 그라벤 한 켠에
숨은 듯 고전이 있다
헨리 밀러와 분리파 화가들의 이야기
클림트와 코코슈카의 장식
오래된 포스터와 낡은 액자들
언제부터인가 정지한 시계
오래된 듯 장식한 곳이 아닌
그냥 오래된 곳
EU의 빈이 아닌 고전의 빈
빈의 방문객이 아닌 빈의 사람들
그들을 느끼고 싶다면
카페 레오폴드 하벨카로 향할 일이다
두터운 창을 헤집고 들어와
구석 구석 먼지들을 산란시키는 빛
그 칙칙한 빛 아래
가죽 소파에 앉아 낡은 잡지를 뒤적이며
오래도록 멜랑쥐를 마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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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그리고 10년 후,
카페 레오폴드 하벨카~
화려한 카페 자허, 카페 첸트랄~
도 좋지만
내게는 여전히, 카페 하벨카이다
그라벤,
삼위일체의 기둥(Wiener Pestsaule) 인근,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몇가지 경험, 떠도는 특징들
1936년, 하벨카 부부가 오픈,
3대째 운영
2차 대전,
바로 옆, 슈테판 대성당의 폭격에도~
유리잔 하나 깨어지지 않고 보존됨
그 집기들, 그 낙서, 흉터들을
교체도, 리노베이션도 없이
지금껏 유지함
현지인들이 주로 찾기 때문에~
야외 테이블이 먼저 차고,
내부는 한가함
커피, 생크림, 몇몇 케익~
의 맛은 인정받고 있음
블랙 커피에 해당하는 슈바르쩌,
달지 않은 카페라떼인
카푸찌너, 비너 멜랑쥐
속칭 비엔나 커피인 커피 + 크림,
아인슈페너, 브라우너
.
.
'낡음'이 '화려함'이 되고,
'고귀함'이 되는 곳
아~ 나도 고귀하게 늙어가고 싶다ᆢ
10년전처럼 카페 슈바르쩌와 멜랑쥐~
물론, 그 날의 그 잔들이었다
사람의 카페에서는
사람만 바뀌어가고
시간의 카페에서는
시간만 지나쳐가요
다른 모든 것들은 낡아가는데
깊어가는데
정물처럼 낡아가고
커피처럼 깊어가고 싶어서
오늘도 사람이 없는 카페에 가요
오늘도 시간이 멈춘 카페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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