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울 집, 울 동네 685

사랑은 커피 같아요

혼자서도~ 잘들 놀아여~ 카메라만 들이대면, 저절로 포즈들이 나오시는ᆢ . . 어디를 가든 공부도 꼼꼼하게 하시고ᆢ 연출과 배우 역할에도 능하시죠들ᆢ . . 오늘, 특별히도 로스팅 시설 견학까지 . . 놀다 지쳐서ᆢ고르는 중ᆢ 지금은 뭘 마실까, 앞으로 2주일 동안ᆢ 뭘 마실까~ . . 핫, 그리고 아이스 브루잉 커피 두 잔에 특별하게도 파나마 게이샤 한 잔ᆢ 벚꽃은 덤 행사 중인 원두, 갓 볶은 과테말라 안티구아 500그램이 일만원 남짓~ 여기까지 오는 기름값을 넉넉히 배려하는~ 사랑은 커피 같아요 향과 맛, 분위기가 평생을 가도 물리지 않고 마주 보고 있으면 맛이 두 배가 되는 사랑은 커피 같아요 커피향으로 채워진 집은 사랑이 넘치는 집 커피의 검은 빛깔 가끔은 속을 감추는 사랑같아요

봄 풍경

울동네, 산책을 해요 북한산 아래, 30여년을 살면서 산에는 아얘 오르지 않지만 산은 바라보는 거예요. 내게는 산 아래 마을을 거닐며 바라보는 거, 이렇게 그래야 산도 내 곁으로 오죠 ㆍ ㆍ 봄 풍경 봄이예요 진달래, 개나리가 손짓하는 봄 농부들은 땅을 일구고 나무들은 겨울, 긴 잠에서 깨어났어요 겨우내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고 할머니도 툇마루로 나오셨어요 햇살은 포근하고 그림자는 여유로워요 나무들은 저마다 꽃을 피워요 하얀꽃, 노란꽃, 빨간꽃, 연분홍꽂들이 줄에 걸린 빨래들과 어울려 산들거려요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데 걷다가 자꾸 걸음을 멈추네요 꽃이 풍성한 나무 결에서 꽃그늘 아래에서 눈을 더 크게 뜨고 싶어도 꿈에서 깨일까 멀리서 오는 모습, 누구일까 설렘에 눈을 감는 봄이예요

집콕~ 에서 카페콕~ 으로ᆢ

집콕~ 에서 카페콕~ 으로ᆢ 경기 북쪽이지만ᆢ 봄이 빠르게 온다 따로 놀고, 또 같이 놀고 글쓰는 시간~ 봄이예요 우리는 늘 봄이지만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예요 희망이예요 우리에게는 늘 희망이지만 시간은 추억과 꿈 그리고, 이별이겠죠 이별이겠죠 잊혀지겠죠, 언젠가는 그래도, 우리는 늘 봄이예요 희망이예요

문간에 꽃을 걸었다, 작은 꽃

언젠가, 그 집에 있을 때, 우린 문간에 꽃을 걸었다 꽃 앞에서는, 누구나 꽃이다 꽃도라지 5월의 꽃도라지 보랏빛 꽃송이가 신비롭다 풍선인 듯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듯 한 순간에 피어나는 꽂 5월의 꽃도라지 신비함의 꽃말은 '경계'이다 . . 페튜니아를 걸며 봄의 전령사 펜지가 떠난 후 허허로운 거리, 빈자리를 페튜니아가 채운다 트럼펫을 닮은 꽃 여름 전령사의 나팔인가 그래서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핀다 그늘보다는 한여름의 태양을 사랑하는 꽃 햇빛 내리는 창 가에, 문간에 눈높이에 놓여 시선이 편안한 꽃 . . 꽃이 전하는 말은 '당신과 함께라면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전하는 말은 '페튜니아와 함께라면 마음이 편합니다' 봄이 떠나고 여름이 오는 날 문간, 눈높이에 페튜니아를 건다 . . 등불꽃 가..

평창동 집ᆢ이야기들

평창동 집ᆢ이야기들ᆢ 4계절ᆢ ㆍ ㆍ 거울 대문 한 켠에 대문만큼 큰 거울을 놓았다 집을 떠날 때 하루를 살아갈 모습 집으로 돌아올 때 하루를 살아온 모습 그 모습을 보려 거울을 놓았다 얼굴만이 아닌 멋을 볼 수 있도록 외모의 멋만이 아닌 마음의 멋을 볼 수 있도록 머리에 품는 꿈 가슴에 담는 추억 아침의 떠나는 길 꿈을 품은 모습을 보며 밤의 돌아오는 길 추억을 담은 모습을 기원하며 오늘도 대문을 나선다 . . 목련이 지는 날 목련이 지는 날에는 목로주점에서 술을 마시자 하얀 꽃잎들이 검은 빛깔로 떨어지는 날 검은 뒷모습으로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자 잎보다 먼저 피는 꽃 철들기 전에 온 사랑이었다 봄을 먼저 알리는 꽃 사랑보다 먼저 너는 왔다 사계절을 기다려 짧게 피는 꽃 긴 기다림, 사랑은 짧았다 빛..

우린, 늘

2020년 2월 22일 2의 날인데ᆢ셋이 늦가을 풍경을 찾아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껏 11월 ᆢ여기는 산책 물을 건너, 산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걷는 코스 철길 놀이, 나는 심판 아내의 포즈가 더 안정적인 듯 징검다리를 건너고 실내로~ 서로를 찍어주기에 바쁘신ᆢ 밖의 빛은 여전히 곱다 안으로 들어오는 빛 서로 다른 곳에서 간섭, 반사, 회절, 흡수되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오래된 장식들에도 빛은 내려앉는다 소리도 없이 커피와 장미 꽃잎차 깊고 향긋한 맛 계절에 어울리도록 인근, 기산 호수의 산책 하루는 지나가고 ㆍ ㆍ 우린, 늘 어딘가를 향하지 그 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시선은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