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 집에 있을 때, 우린
문간에 꽃을 걸었다
꽃 앞에서는, 누구나 꽃이다
꽃도라지
5월의 꽃도라지
보랏빛 꽃송이가 신비롭다
풍선인 듯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듯 한 순간에 피어나는 꽂
5월의 꽃도라지
신비함의 꽃말은 '경계'이다
.
.
페튜니아를 걸며
봄의 전령사 펜지가 떠난 후
허허로운 거리,
빈자리를 페튜니아가 채운다
트럼펫을 닮은 꽃
여름 전령사의 나팔인가
그래서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핀다
그늘보다는
한여름의 태양을 사랑하는 꽃
햇빛 내리는 창 가에, 문간에
눈높이에 놓여 시선이 편안한 꽃
.
.
꽃이 전하는 말은
'당신과 함께라면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전하는 말은
'페튜니아와 함께라면 마음이 편합니다'
봄이 떠나고 여름이 오는 날
문간, 눈높이에 페튜니아를 건다
.
.
등불꽃
가을 국화를 건다
가을이 오기 전에
계절보다 먼저
그 계절의 꽃을 건다
계절이 오고 있으니
그 시절도 돌아오라고
계절보다 먼저 와서
계절로 함께 가자고
멀리 어딘가
세상 모르고 떠난 곳
이 꽃으로 길을 삼아
터벅터벅 돌아오라고
계절이 오기 전에
걸어 놓는 계절의 꽃
그래서 이 꽃을
'등불꽃'이라 이름한다
.
.
크로산드라
문간에서 멀리까지
등불로 비추는 꽃
반짝이는 잎을 가진 꽃
마치 꽃빛이
잎에 닿아 흔들리듯이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꽃
폭우와 혹서도 견디는 꽃
마치 꽃말처럼
고난을 깊이 간직하듯이
작은 꽃
낮은 꽃은
낮게 보아야 예쁘고
작은 꽃은
작게 보아야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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