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들/울 집, 울 동네

문간에 꽃을 걸었다, 작은 꽃

BK(우정) 2022. 3. 22. 20:29

언젠가, 그 집에 있을 때, 우린

문간에 꽃을 걸었다

 

꽃 앞에서는, 누구나 꽃이다

 

 

꽃도라지

 

5월의 꽃도라지

보랏빛 꽃송이가 신비롭다

 

풍선인 듯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듯 한 순간에  피어나는 꽂

 

5월의 꽃도라지

신비함의 꽃말은 '경계'이다

.

.

 

 

페튜니아를 걸며

 

봄의 전령사 펜지가 떠난 후

허허로운 거리,

빈자리를 페튜니아가 채운다

 

트럼펫을 닮은 꽃

여름 전령사의 나팔인가

그래서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핀다

 

그늘보다는

한여름의 태양을 사랑하는 꽃

햇빛 내리는 창 가에, 문간에

눈높이에 놓여 시선이 편안한 꽃

.

.

 

꽃이 전하는 말은

'당신과 함께라면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전하는 말은

'페튜니아와 함께라면 마음이 편합니다'

 

봄이 떠나고 여름이 오는 날

문간, 눈높이에 페튜니아를 건다

.

.

 

 

등불꽃

 

가을 국화를 건다

가을이 오기 전에

계절보다 먼저

그 계절의 꽃을 건다

 

계절이 오고 있으니

그 시절도 돌아오라고

계절보다 먼저 와서

계절로 함께 가자고

 

멀리 어딘가

세상 모르고 떠난 곳

이 꽃으로 길을 삼아

터벅터벅 돌아오라고

 

계절이 오기 전에

걸어 놓는 계절의 꽃

그래서 이 꽃을

'등불꽃'이라 이름한다

.

.

 

 

크로산드라

 

문간에서 멀리까지

등불로 비추는 꽃

반짝이는 잎을 가진 꽃

마치 꽃빛이

잎에 닿아 흔들리듯이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꽃

폭우와 혹서도 견디는 꽃

마치 꽃말처럼

고난을 깊이 간직하듯이

 

 

작은 꽃

 

낮은 꽃은

낮게 보아야 예쁘고

 

작은 꽃은

작게 보아야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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