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 954

계획이 있었다면 길을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리스본~ 그리고 호카 곶 리스본은 하얀색 집이 많고 유럽의 서쪽 끝, 호카 곶은 바람이 많다 멍~ 때리고 싶은 하루의 여행, 눈요기만 하고ᆢ 리스본에서 길을 잃다, 마침내 계획이 있었다면 길을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 침대에서 게으름의 끝까지 뒹굴다가 커피향, 그리고 담배가 그리워서 잠시 밖으로 나왔고 그대로 하루를 시작했기에 길을 잃었다 차라리, 길을 잃고서 시작한 것이 맞다 여장을 꾸리고, 지도를 보고, 번잡을 떨기보다 동네 마실을 가듯이 길을 떠나고 싶었다 다가오는 차를 타고, 들르고픈 곳에 내렸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하루의 여유로는 오지 않은 것만도 못하기에 그리하였다 나는 리스본을 오지 않았고, 다시 오는 날 그 때가 처음일 것이다. 리스본이기에 내친김에 더 멀리 서쪽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Cabo..

공세리에서는

공세리 좋다~ 예쁘다~ 동네도~ 골목길도~ 커피집도~ 성당도~ ㆍ ㆍ 공세리에서는/BK 공세리에서는 일부러 길을 잃어요 방황을 할수록 더 예쁜 마을이죠 비가 내리면 비가 예쁘고 날씨라도 흐려지면 꿈결같아요 햇빛도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죠 바람은 자고 있어요 사람들은 느려서 정겹고 풍경은 멈춘 듯 고요해요 마리아는 아드님과 마실을 나갔어요 커피향은 아지랑이같이 오르고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이예요 공세리에서는

세느강은 센강, 쎈강이다 ~

세느강은 센강, 쎈강이다. 숱한 이별, 허무한 맹세에도 꿋꿋이 흘러가는~ 정신력이 쎈~ 반나절ᆢ강을 따라서 걸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 내린다~ ~ 기욤 아폴리네르~ 의 시에 레오 페레, 자크 라스리 등은 곡을 붙여~ 샹송 리테레르, 'Le Pont Mirabeau'를 만들었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 내린다 기억해야 할 것인가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 뒤에 올 것임을 밤은 우리 곁으로 와서 시간의 종을 울린다 날들은 지나가고 나는 머문다 손을 잡고 마주한 채로 앉아 있으면, 우리가 서있는 파리의 다리 아래로 영원한 시선의 지친 물결이 지나간다 날들은 지나가고 한 주일이 지나간다 흘러간 시간도 사람도 두 번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미라보 다리 아..

비와 주점

밀밭 양조장 광주송정역 앞, 송정시장 광산업진흥회, 출장 다녀오는 길 사람은 없어도 맥주는 있다 비 내리는 낮에는~ 낮맥~ 이다 비와 주점 비가 내리면 마음이라도 젖어야 해요 축축한 모습으로 주점, 구석진 창가를 찾아야 해요 지나간 모두는 추억 아름답지 않은 것들은 없죠 젖고 구겨진 마음 자락을 꺼내어 하나 둘, 펼쳐야 해요 빗물 아래, 눈물이라도 흐르면 빈 잔을 채워야 해요

영산강이 나에게

영산강은 담양에서 발원하여서 광주, 나주, 영암을 지나 황해로 갑니다 길이가 백여 킬로, 비교적 짧죠 그래도 한강, 낙동강, 금강에 이은 4대강입니다 구불구불하고, 계절별로 수위 차이도 크고 바닷물이 나주의 포구까지 밀려 들어오는~ 강 이름도, 나주의 영산포에서 왔네요 지정학적으로 사연이 많은 강입니다 영산강은 광주를 지나갑니다 광주에 오면 가급적 영산강을 만납니다 강변의 산책, 강의 이야기를 들으며~ ㆍ ㆍ 영산강이 나에게/BK 속도는 변해도 쉼 없이 흐르니 큰 일도 작은 일도 수긍하며 지나고 흘러간 물은 흘러오는 물이 채우니 미련도 원망도 남김없이 비우고 그저 강물처럼 낮은 곳을 향하여 구비구비 순응하며 살다가 떠나라네

즐거운 아침

미도 다방 가는 길 날씨는 흐려도 이 길에는 햇볕이 있다 아침은 늘 한적하다 옛날 과자에 냉수 한잔~ 에피타이저~ 이다 계란 동동 쌍화차~ 메인 요리~ 이다 설탕 프림 두 스푼 커피~ 디저트~ 이다 이제 일하러 가자 ㆍ ㆍ 즐거운 아침/BK 나는 알아요 오늘도 햇살은 반짝인다는 것을 가끔은 즐거운 비가 내리고 바람은 간지러울 정도로 불어올 것을 사람들을 만날 거예요 수정보다 맑고 진주보다 반짝이는 미소들 배려와 위함으로 꽉 찬 마음들 어울려 가고 있는 먼 길을 이야기하겠죠 돌아오는 길에는 가슴이 벅찰 거예요 오늘 이루어진 놀라운 일들 그 신선함과 경이로움을 꿈까지 안고 가겠죠 나는 알아요 내일 아침도 오늘과 같다는 것을 계절은 걸맞은 풍경을 주고 길은 활짝 열리며 기다린다는 것을

옛 생각

청라언덕 봄의 교향악이 아닌 초여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날 옛 동무들의 얼굴이 백합으로 피던 날~ ㆍ ㆍ 옛 생각/BK 우리는 시간이 지나는 것도 세월이 흐르는 것도 괘념치 않았지 언젠가 백합은 시들고 진다는 것은 초록잎들은 갈색으로 내려앉는다는 것은 우리의 꿈 저 너머에 있었지 꿈을 지나온 날 우리의 꿈은 어디쯤이었을까 어떻게 시들었고 흘러갔을까 새로운 꿈을 꾸겠지 우리는 어디선가 그렇게 서있겠지 그렇게 또 떠나겠지 돌아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