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518

어제

어제 어제, 일정이 몇 개 있었을 터인데 체크를 안하고 하루를 비웠다 가능한 집 안에만 있기로 했다 전화기는 꺼 두었다 언젠가를 준비하는 연습일 수도 일단 두 끼만 챙기기로 하고 잠을 충분히 잤다 그리고 TV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둑' 시리즈를 보고 오후에 잠깐, 한 시간 정도 커피를 위해 외출을 하였다 돌아와서, 화초를 돌보고 또 자고, 드라마를 더 보고 이른 저녁은 아내와 닭한마리, 외식 또 돌아와서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책을 읽는데 아이가 퇴근하고 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조급한 마음에 다소 이른 출근길 전화기를 켜니 부재중 전화, 문자들이 수두룩하다 어제 일정을 오늘 확인하고 두 번 이상 전화가 왔던 곳으로 서둘러 연락을 한다 답이 온다 '무슨 일이 ..

어머니

어머니 팔순을 넘기신 연세에도 예순을 바라보는 아들이 걱정스러우신지요? 그러시겠죠 어머니는 지나가셨지만 아들은 지나지 못한 25년이 있으니 걸어오신 길, 그 길의 돌뿌리도 흐르는 물살도 마음에 걸리시겠지요 변할 수 없는 마음이기에 '걱정마세요'보다는 '알았네요' 답을 드립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발걸음은 낮아지고 허리는 숙여져 작은 돌뿌리도 얕은 물살도 거칠게 다가오는데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평안하세요' 답을 드립니다

안목 해변에서

안목 해변에서 강릉에 가면 안목이 있는 이들은 안목 해변으로 모이지 바다와 백사장 길과 건물들은 나란히 평행으로 놓이고 나란히 걷는 이들의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지 바다 내음, 파도가 오는 소리 커피향, 커피를 마시는 소리 바다의 거리 커피의 거리 커피 색깔의 밤이 바다를 가득 품을 때까지 안목 해변에서 떠날 줄을 모르지

안나 수녀님을 보내며

안나 수녀님을 보내며 나는 오늘, 천사를 보냈네 마음이 아름다워 외모가 더 빛나는 이 웃을 때, 이야기를 나눌 때 선한 눈빛이 다가오는 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이런저런 이유도 없이 그저 사랑만할 줄 아는 이 어두운 곳, 소외된 곳을 더 많이 사랑하는 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한 가지 더 얹어준 이 그 순수함, 아름다움을 먼저 눈치를 채고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신 이 더 어둡고 소외된 나라에 가서 더 많은 사랑을 하라고 하느님이 멀리 보내는 이 나는 오늘, 천사를 보냈네

아바나를 떠나며

아바나를 떠나며 아바나에 가면 정직한 모순을 만날 수 있지 낡고 비좁지만 가난하지 않은 곳 북적거리지만 서두르지 않는 곳 뒷골목을 들어서면 멈춘 시간을 만날 수 있지 꿈인지 일상인지 알 수 없는 곳 너인지 나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곳 아바나를 떠나며 아바나를 오래도록 생각하겠지 스치며 새겨진 사연들을 카페 모퉁이에 두고 온 나를

시간을 찾아서

시간을 찾아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고 싶다면 옛흔적이 생생한 도시로 가세요 무너진 폐허와 아직은 숨을 쉬는 공간들 엊그제 만들어진 높이 오른 빌딩들 골목길들을 따라 방랑자로 걸으며 아직은 덜 개인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시간인 듯 흐르는 구름을 보면 아,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어 골목길을 지나는 바람 귀띔해줄 거예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고 싶다면 옛모습이 담긴 앨범을 여세요 사라진 상처와 아직은 남아있는 흉터들 엊그제 모습을 담은 웃는 얼굴들 기억을 따라 방랑자로 걸으며 아직은 덜 메마른 마음을 열어 보세요 시간인 듯 흐르는 인연을 보면 아,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어 뇌리를 스치는 인연들 귀띔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