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518

자연

자연 세월이 가니 나 역시 자연의 하나 저기 숲, 먼 바다의 한 켠 산새가 걸터앉는 나무 파도가 부딪는 바위와 뭐가 다를까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흔들리고 비가 내리면 빗물에 젖는 한 그루 나무 한 덩이 바위와 뭐가 다를까 꽃이 한철을 피듯이 새가 한나절을 울듯이 삶도 하루의 일상이었네 일상이 모여 인생이었네 한 개의 조약돌 한 줄기 햇살, 한 잎의 낙엽 더도 덜도 아니었네 그저 자연이었네 자연의 하나였네

이별 후에

이별 후에 나도 모르게 잊혀지겠지 바람이 떨어트린 꽃망울처럼 냇물이 쓸고 간 조약돌처럼 바람이 가는 길 냇물이 가는 길 오래도록 먼 길에서 잠시 스친 우연이 되어 아득히 멀리 잊혀지겠지 떨어진 땅에서 하늘을 보다가 남겨진 채로 기억을 찾다가 나도 모르게 잊어가겠지 밤을 새워도 못다 부른 노래처럼 아침, 옷깃을 스친 이슬처럼

이별 생각

이별 생각 이별은 슬픈 일이지만 언젠가는 이별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마주보며 웃는 얼굴 아침이면 함께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 늦은 밤, 기다리는 마음 언젠가는 이별하여야 할 모습입니다 멀리 떠나는 공간의 이별이든 영영 떠나는 시간의 이별이든 이별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들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다가올 이별의 날에 조금은 덜 슬프게 조금이라도 웃으며 떠나고 보낼 수 있도록 더 배려를 하며 더 따스한 마음과 말을 전합니다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우정에 관하여 (종로문학, 2021년)

우정에 관하여 10대에는 훌륭한 사람이 좋았다 위인전 이야기를 100프로 믿었으며 존경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대에는 멋있는 사람이 좋았다 외모가 출중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부러웠다 30대에는 성공한 사람이 좋았다 좋은 자리에 있고 화려한 생활을 하는 그와 같이 되고자 노력하였다 40대에는 안정된 사람이 좋았다 편안한 위치에서 늘 한결같은 사람 그런 이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50대에는 매력있는 사람이 좋다 나와는 많이 다른 세월을 살아온 이들 이야기를 나누면 책을 읽는 듯 하다 60대가 되면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함께 어울려온 이들 새로 만나는 이들 그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설까

여행을 떠나시나요

여행을 떠나시나요 그대, 여행을 떠나시나요 넓은 세상 높은 산, 깊은 바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문명과 역사를 마주하시겠네요 그리고, 놓치지 마세요 드넓은 세상의 한 켠 혹여 드러날까 움츠린 모습들 높은 산, 그늘 아래 낮게 흔들리는 풀꽃들의 율동 깊은 바다의 귀퉁이에서 떠난 이를 향하는 고동의 노래 긴 세월, 그늘의 뒤편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일상 마주하여 보세요 생각이 발길을 멈춘다면 뭔가 가슴을 울린다면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여 보세요 함께 돌아오세요

언젠가, 이별

언젠가, 이별 언젠가 너를 생각하겠지 네가 홀연히 떠나고 없는 날 혹은 내가 떠나는 날에 따로 살았던 날보다 함께 살아온 날이 더 길어졌네 스테디 셀러처럼 김치와 청국장처럼 일상 깊이 들어와 곁에 없는 날을 생각할 수가 없네 삶의 행복이 기쁨뿐이랴 그리움도 아쉬움도 슬픔도 지나고 나면 다 같은 행복인 것을 언젠가 너를 생각하겠지 그 날, 네가 남고 내가 먼저 떠나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