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종로문학, 2020년)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자작나무 숲으로 가면 흰머리에 조금은 창백한 얼굴이어야 해 숲과 어울리는 빛깔 그 모습으로 한 켠에 기대어 앉아 자작자작 타는 가슴으로 살아온 세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비바람에 시달린 날들 수도 없이 떨어진 잎새들의 노래 서럽도록 그리운 이야기들 떨어지고 뒹굴면서도 하늘로 하늘로 향한 삶의 의지 우아하고 초연한 모습 그 이야기들 짙은 커피 한 잔으로 정원을 거니는 귀족 자작이 되어야 해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3
자연 자연 세월이 가니 나 역시 자연의 하나 저기 숲, 먼 바다의 한 켠 산새가 걸터앉는 나무 파도가 부딪는 바위와 뭐가 다를까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흔들리고 비가 내리면 빗물에 젖는 한 그루 나무 한 덩이 바위와 뭐가 다를까 꽃이 한철을 피듯이 새가 한나절을 울듯이 삶도 하루의 일상이었네 일상이 모여 인생이었네 한 개의 조약돌 한 줄기 햇살, 한 잎의 낙엽 더도 덜도 아니었네 그저 자연이었네 자연의 하나였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3
이별 후에 이별 후에 나도 모르게 잊혀지겠지 바람이 떨어트린 꽃망울처럼 냇물이 쓸고 간 조약돌처럼 바람이 가는 길 냇물이 가는 길 오래도록 먼 길에서 잠시 스친 우연이 되어 아득히 멀리 잊혀지겠지 떨어진 땅에서 하늘을 보다가 남겨진 채로 기억을 찾다가 나도 모르게 잊어가겠지 밤을 새워도 못다 부른 노래처럼 아침, 옷깃을 스친 이슬처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3
이별 생각 이별 생각 이별은 슬픈 일이지만 언젠가는 이별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마주보며 웃는 얼굴 아침이면 함께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 늦은 밤, 기다리는 마음 언젠가는 이별하여야 할 모습입니다 멀리 떠나는 공간의 이별이든 영영 떠나는 시간의 이별이든 이별을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들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다가올 이별의 날에 조금은 덜 슬프게 조금이라도 웃으며 떠나고 보낼 수 있도록 더 배려를 하며 더 따스한 마음과 말을 전합니다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3
이기적 이기적 사람은 이기적이다 하물며 사람만 이기적일까? 풀꽃도 해를 향할 때 키 작은 이웃에 그늘을 만들고 햇빛도 낮에는 별과 달을 가리운다 싯타르타도 출가를 하느라 아내와 아들을 버렸으며 무함마드도 알라 핑계로 메카를 무너뜨렸다 하나님도 십자가에 당신 대신 아들을 걸었고 아들 덕을 크게 본 어머니는 마리아가 아닐까?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3
우정에 관하여 (종로문학, 2021년) 우정에 관하여 10대에는 훌륭한 사람이 좋았다 위인전 이야기를 100프로 믿었으며 존경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대에는 멋있는 사람이 좋았다 외모가 출중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부러웠다 30대에는 성공한 사람이 좋았다 좋은 자리에 있고 화려한 생활을 하는 그와 같이 되고자 노력하였다 40대에는 안정된 사람이 좋았다 편안한 위치에서 늘 한결같은 사람 그런 이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50대에는 매력있는 사람이 좋다 나와는 많이 다른 세월을 살아온 이들 이야기를 나누면 책을 읽는 듯 하다 60대가 되면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함께 어울려온 이들 새로 만나는 이들 그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설까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오래된 들창 오래된 들창 저 들창가로 얼마나 계절이 지났을까 나그네처럼 돌아오지 않는 강물처럼 들창을 열고 바람을 들여놓았을 때 바람이 풀어놓은 창 밖의 먼 이야기들 꽃으로 피고, 낙엽으로 지던 아련한 이야기들 비에 젖고, 눈이 쌓이던 유리창의 얼굴들 저 들창가로 얼마나 계절이 더 지날까 나그네처럼 돌아오지 않을 시간처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여행을 떠나시나요 여행을 떠나시나요 그대, 여행을 떠나시나요 넓은 세상 높은 산, 깊은 바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문명과 역사를 마주하시겠네요 그리고, 놓치지 마세요 드넓은 세상의 한 켠 혹여 드러날까 움츠린 모습들 높은 산, 그늘 아래 낮게 흔들리는 풀꽃들의 율동 깊은 바다의 귀퉁이에서 떠난 이를 향하는 고동의 노래 긴 세월, 그늘의 뒤편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일상 마주하여 보세요 생각이 발길을 멈춘다면 뭔가 가슴을 울린다면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여 보세요 함께 돌아오세요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