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제, 일정이 몇 개 있었을 터인데
체크를 안하고 하루를 비웠다
가능한 집 안에만 있기로 했다
전화기는 꺼 두었다
언젠가를 준비하는 연습일 수도
일단 두 끼만 챙기기로 하고
잠을 충분히 잤다
그리고 TV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둑' 시리즈를 보고
오후에 잠깐, 한 시간 정도
커피를 위해 외출을 하였다
돌아와서, 화초를 돌보고
또 자고, 드라마를 더 보고
이른 저녁은 아내와 닭한마리, 외식
또 돌아와서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책을 읽는데
아이가 퇴근하고 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조급한 마음에
다소 이른 출근길
전화기를 켜니
부재중 전화, 문자들이 수두룩하다
어제 일정을 오늘 확인하고
두 번 이상 전화가 왔던 곳으로
서둘러 연락을 한다
답이 온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하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모든 일들이 잘 진행되었다고'
세상이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안될 듯한 일도 누군가는 한다
더 절실한 이
혹은 더 유능한 누군가가 적지 않다
내가 없어도 지구는 돌아가고 계절은 온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일들은 사실,
어제의 일상에 있었다
잠, 드라마, 커피, 화초, 외식, 독서, 대화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다
더 일정이 많은 날을 택하여 시도한다면
더 큰 용기를 얻겠지
'글을 쓰다가 보니 시간이 많이 갔네. 늦겠다.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