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역에서 사천역에서 기차는 떠났고 돌아오지 않는다 철길은 끊어졌고 이어지지 않는다 기적소리는 울리지 않고 기억마저도 지운다. 사람들은 어떤 모습들이 사라져 갈까 어떤 이야기들이 잊혀져 갈까 누군가 기다리다가 돌아설까 폐역의 철길처럼 살아온 날의 흔적들처럼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빨래를 기다리며 빨래를 기다리며 방황하면서 불림 자리잡으면서 세탁 돌아보면서 헹굼 내려놓으면서 탈수 사라지면서 건조 내 삶의 빨래는 지금 헹굼 단계에 있네 헹구고 또 헹궈도 자꾸만 나오는 오욕의 때, 회한의 때 아, 다단계 헹굼이 있네 코인을 더 넣어야겠다 눈물을 더 내어야겠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빈집에게 빈집에게 너는 늘 여기에 있구나 지난 시간들을 품고 행여 문이라도 열릴까 귀를 기울이고 있니?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린 날 마당을 쓸고 꺾인 풀잎들을 세우던 나를 잊지 않고 있니? 나뭇가지들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겨울에는 눈이 덮이고 그렇게 추억도 쌓여간 날들 이제는 빈 뜰에 잊혀진 계절로 놓여 있는데 너를 두고 멀리 희미해져 가는데 나는 떠났어도 너는 여기 있구나 홀로 계절을 맞이하며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비와 눈물 비와 눈물 비 내리는 날에는 슬픈 노래를 불러주세요 저마다 살아오면서 슬픈 사연은 있잖아요 희미해지고, 혹은 잊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까이로 불러내어 빗물처럼 흐르게 해요 목소리마저 젖은 그대여 어느 노래를 부를지 더는 망설이지 말고 슬픈 노래를 불러주세요 남들 모르게 울 수는 없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눈물인지 빗물인지 유리창으로 얼굴로 주룩주룩 흘러내리도록 뜨거운 눈물인지 차가운 빗물인지 울고 있는 그대만이 알 수 있도록 비 내리는 날에는 슬픈 노래를 함께 불러요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비가 悲歌 비가 悲歌 비가 내리는 날, 그대여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마오 노래마다 슬픈 오늘 또 다른 슬픔은 데려오지 마오 비가, 悲歌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는데 땅마저 슬프도록 노래한다면 어둠마저 노래에 울먹인다면 더는 웅크릴 곳이 없다오 슬픈 모습으로 떠나는 시간 술잔 속을 떠도는 곡조 더 이상 내게는 이별 노래가 없다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비 내리는 아침 비 내리는 아침 비 내리는 아침, 창 가에 서면 떠날 생각은 않고 기다리고 있지 숱하게 어긋났던 인연들이 쓸쓸한 웃음으로 돌아와 톡,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창 밖,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소리 비 내리는 아침, 창가의 이야기 커피 한 모금으로 잊혀질까 눈길 몇 번으로 돌아설까 커튼을 닫고 다시 누워도 윙윙, 귓전에 울리는 소리 멀리로 빗물이 흘러가는 소리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비 내리는 날, 차창가에서 비 내리는 날, 차창가에서 커피와 담배가 어울리듯 비와 차창가도 나름 어울리지 이런 날, 시 한 편 쓰지 못하면 감히 시인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날 내키는 대로 쓰지 않고 단어와 어휘를 따진다거나 괜스레 눈을 감고 생각이라도 한다면 감히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빗방울이 차창에 닿아 아래로 뒤로 흘러내리듯 닿는 대로 느끼는 대로 편하게 써내려가야 글맛이 나지 이런, 벌써 다 써버렸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비 그친 아침 비 그친 아침 출근길 비에 젖은 마음이 마르기까지는 여유가 있다 젖은 채 낮게, 땅을 향하여 드리운 시간 발자국 소리도 낮다 바람 소리, 새 소리도 멀리 가지 못한다 담배 연기도 비틀거리며 오른다 멀리서 느릿느릿 오는 버스 시간도 뒤뚱거린다 오늘 저녁까지는 이렇게, 젖은 채로 있으면 좋겠다 편안하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불편의 매력 불편의 매력 시력이 좋지 않은 것도 복이다 세상이 다소 뿌옇게 보이는 것이 편하다 앉거나 정지할 때는 차라리 눈을 감는다 주위가 희미하면 나의 공간이 선명하다.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나의 시간이 보인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에서 살다가 가끔 혼돈의 세상으로 들어서고플 때 주섬주섬 안경을 쓴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
북해도에서 북해도에서 길, 길은 떠나기 위해 있는 줄로만 알았다 기다리는 곳도 돌아서는 곳도 길이었다 나무, 곧게 자라는 법을 알기에 그만큼의 땅, 그만큼의 하늘로도 넉넉한 것을 물, 낮은 곳을 향하는 겸허함이여 넓은 바다가 되는 위대함이여 언덕, 언덕만큼만 올라서 언덕만큼만 보며 살자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