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518

나는 그대의 전시에 왔습니다, 산성문학 6호 초대시

나는 그대의 전시에 왔습니다 그대의 전시에 왔습니다 그대와 같이 있을 때 몰랐던 숱한 사연들이 그대의 그림 안에 있었습니다 그대의 고향이 그토록 멀었는지 그대의 삶이 왜 마른꽃으로 서걱였는지 그대에게 나의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그대가 홀연히 떠난 이유마저도 그대의 그림 안에 있었습니다 텅 빈 갤러리 흐린 창가의 불빛 아래에서, 나는 그대를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울며 웃기도 하며 우리를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화가에게

화가에게 1 공간을 그리시나요, 그대 작게 시작되는 우주는 무한인데 먼 곳, 꿈의 풍경을 사모의 미소를 그리시나요 햇살만이 친구인 하오의 아뜰리에 커피향은 안개처럼 잔잔한데 눈을 감으면 다가오는 상념 눈을 뜨면 캔버스의 여백 시간을 그리시나요, 그대 잠시 멈추는 순간은 영원인데 2 먼 풍경에, 오래된 정물에 무얼 더하시나요 그리우면 더 그리웁게 화려하면 더 화려하게 그대의 손길, 얼마나 더 오묘할 수 있을까요 그대의 그림 앞에서, 나는 정물이 되어갑니다 3 세상을 그림으로 보나요 그림을 세상으로 보나요 빛과 색으로 세상을 보기에 그대의 눈동자, 수채화처럼 맑고 웃음마저도 풍경이 되었습니다 아뜰리에의 문을 열며, 나는 그대의 그림 안으로 들어갑니다 행복한 속박, 햇살마저도 시샘하는 어느 화요일 오후입니다 ..

공돌이의 글짓기 - 햇빛은 적외선도 보낸다 - SciT 7

공돌이의 글짓기- 햇빛은 적외선도 보낸다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물의 모양, 사람의 얼굴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가시광선이다 적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따뜻함으로 온다 다만, 따뜻함을 느끼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보여주는 가시광선보다 따뜻함을 주는 적외선이 더 많고 더디게 오지만, 더 먼 거리를 간다는 것이다 사람을 맞이함도 이와 같지 않을까 선뜻 눈에 띄는 것은 외모와 말투이다 속마음이 매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도 이는 더 늦게, 여유를 두고 다가온다 만난 후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공돌이의 글짓기 - 적당히 넘어지고, 기울어져서 살아라 - SciT 6

공돌이의 글짓기- 적당히 넘어지고, 기울어져서 살아라 ST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지구는 소행성들에게 맞아서 23.5 도가 기울어졌지 세상에 태어나고 자랄 때 나는 꾸중과 회초리로 맞아서 어느 정도 삐뚤어졌지 지구는 기울어져서 태양을 돌고 이 때문에 태양과의 거리가 주기적으로 변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오지 나는 삐뚤어져서 세상을 살고, 이 때문에 세상과의 거리가 주기적으로 변하여 희 로 애 락, 네 가지 감정이 오지 지구의 기울어짐으로 북반구 위쪽과 남반구 아래쪽에는 종일 밝은 백야와 종일 어두운 극야가 오지 나의 삐뚤어짐으로 행복 위쪽과 불행 아래쪽에는 종일 밝은 기쁨과 종일 어두운 슬픔이 오지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지구가 소행성들에게 맞지 않아서 기울어지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사계절도, 매..

화진포 풍경

화진포 풍경 북은 막혔고, 동은 바다 화진포에서는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머물러야 한다 파도가 뭍을 넘어 호수로 멈추었듯이 한세월 달려온 숨가쁨도 화진포에서는 멈추어야 한다 호수를 두른 길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삶도 그렇게 이어져가는지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주저앉아야 한다 지친 듯 쉬는 듯 오래도록 머물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