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쓴다 편지를 쓴다 시간 저편으로 편지를 쓴다 닫힌 기억의 창고를 헤집어 잊혀진 기억들을 그러 모아 가슴 속에 켜켜이 쌓아 두고 하나 둘 꺼내어 먼지를 털면 어슴프레 일어서는 그 인연들 안개 속에 희미한 그들이여 잊혀진, 잊혀져 간 그들이여 기억의 먼 빛을 찾아 오르며 못다한 말, 못내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편지 편지 너를 만나기 오래 전부터 나는 너에게로 보낼 편지를 써왔는지도 몰라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표정도 장식도 없는 내 이야기 빼곡하게 담아 써 내려간 편지 낙엽이 떨어지고 있어 슬프다고 눈이 내리고 있어 기쁘다고 그렇게 써 내려간 너를 향한 편지 바람이 불면 바람에 실어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파도의 길을 떠난 제자들에게 파도의 길을 떠난 제자들에게 꽃은 떨어지면 다시 피고 철새는 날아가면 돌아오지만 아이들은 떠나면 돌아오지 않고 파도 저 멀리로 나아간다 파도의 길에서 그들보다 앞서 힘겨운 경쟁과 혼돈을 겪었기에 그들이 안고 가야만 할 상처와 고통에 대한 우려가 크다 졸업까지는 성장이었고 그 성장된 힘과 노력으로 세상 어디에선가 외로이 파도를 마주하고 있으리라 선의의 경쟁만을 배웠지만 더 혹독한 경쟁도 있음을 느끼며 노력의 열매가 달지만은 않다는 것 최선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도 경험으로 깨닫고 있으리라 그들이 떠난 5월의 교정 그들의 꿈이 머물던 자리 함께 보낸 날들을 돌아보며 축복과 기원을 보낸다 파도 속을 헤매일 때에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는 지혜로 바람결에 돛을 올리는 어울림으로 지혜롭게 어울리며 살아가기를 성공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튀니스, 메디나에서 튀니스, 메디나에서 부르기바 대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중심 프랑스 상제리제 거리를 모방한 길 이 길의 끝, 프랑스문 뒤에는 프랑스 뒤의 중세 아랍이 공존한다 중세 유럽을 뒤로 하고 아랍으로 가는 길 전통시장인 수크를 따라 오르면 중세 아랍의 구시가지 메디나, 그 뒷골목들을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초록의 갑옷을 입어라 초록의 갑옷을 입어라 살아가면서 겪는 오류와 갈등아래 코르크로 말라가는 힘겨운 영혼들 휘청이는 걸음으로 먼 집을 향하면 피로와 회환은 뼛속 깊숙이 스민다 어느 바람 부는 날에는 산으로 가자 산마루에 올라 오래도록 머무르며 아래를 굽어보듯 고사목으로 서자 오르내리는 산바..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창 밖에는 시간, 창 안에는 어둠 창 밖에는 시간, 창 안에는 어둠 오래된 홀에서 격자창으로 바라보는 강 창 밖에는 시간이 강이 되어 흐르고 있다 시간의 강을 흘러간 젊은 날의 인연들은 얼마만큼이나 멀리로 떠나가고 있을까 못내 그리워하면 다시 거슬러 올 수 있을까 창을 통하여 깊이 드리워지는 그림자 언제까지..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차창에는 비 차창에는 비 차창에는 비 버스 유리창에 송골송골 맺힌 빗방울들이 보도블럭에도, 낡은 건물벽에도 투영이 되어 도시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늙은 어머니의 메마른 마음에 길을 걷는 가장의 굽은 어깨 위에 책가방이 등짐이 되어버린 아이들 이마에 도시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 쓸쓸한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질문 질문 나의 가슴에 햇살이 비치면 창 밖의 나뭇잎들이 반짝이고 나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창 밖의 나뭇잎들이 젖어든다 누구인가? 그늘지고 황량한 내 가슴에 햇살을 비추고 비를 내려 창 밖의 세상마저 바꾸는 이는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주민으로 등록한 날 주민으로 등록한 날 나 어릴 적에는 오래 살지 못하는 아기들이 많아 반 년쯤 키워 보고 살아갈 듯 하면 출생신고를 했다는데 우습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슬픈 이야기 오늘은 내 어머니가 내가 살아갈 듯 하다고 판단하신 날 조마조마 아버지가 총총걸음 논둑길을 걸어 면사무소 문턱을..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제주에서는 제주에서는 제주에서는 산도 물도 멀리 보인다 바람도 시간도 멀리에서 온다 가까이 보이고 가까이에서 오는 것들은 눈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그 몸짓에 신경을 세워야 하지만 멀리 보이고 멀리에서 오는 것들은 그저 그 모습으로 그저 그 몸짓으로 느리게 흐른다 산에서 오는 구름은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