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튀니스, 메디나에서

BK(우정) 2020. 4. 27. 05:41




튀니스, 메디나에서

 

 

부르기바 대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중심

프랑스 상제리제 거리를 모방한 길

이 길의 끝,  프랑스문 뒤에는

프랑스 뒤의 중세 아랍이 공존한다

중세 유럽을 뒤로 하고 아랍으로 가는 길

전통시장인 수크를 따라 오르면

중세 아랍의 구시가지 메디나,

그 뒷골목들을 만난다

 

튀니스를 찾는 사람들은

프랑스식 건물과 문화, 그리고

2,500년전의 도시 카르타고와

튀니지안 블루의 마을 시디 부 사이드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나는 가장 먼저 들른 곳

삶의 설움과 애환이 끈적끈적한 곳

메디나의 뒷골목을 잊을 수가 없다

 

천년 남짓한 폐허의 도시

가는 물길처럼 이어지는 좁은 골목들

외진 그늘들의 연속

방치된 쓰레기 더미 위로

고양이들은 무리를 지어 지나고

빛 바랜 칸두라와 차도르를 두른

오래된 그들, 튀니지안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생계를 잇고 있었다

 

어두운 식당, 물담배 연기 오르는 카페

폐허의 벽들 사이로

선뜻 선뜻 비치는 슬픈 장식들

그들의 웃음, 그들의 이야기들

역사가 저무는 마을에 해도 저물고

저물어 가는 세월인가

내 또래인 듯한 힘겨운 사내는

멀리서 작은 보따리 하나로

가족이 기다리는 집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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