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글/우정 시선

편지를 쓴다

BK(우정) 2020. 4. 27. 05:44




편지를 쓴다

 

 

시간 저편으로 편지를 쓴다

닫힌 기억의 창고를 헤집어

잊혀진 기억들을 그러 모아

가슴 속에 켜켜이 쌓아 두고

하나 둘 꺼내어 먼지를 털면

어슴프레 일어서는 그 인연들

 

안개 속에 희미한 그들이여

잊혀진, 잊혀져 간 그들이여

기억의 먼 빛을 찾아 오르며

못다한 말, 못내 하고픈 말들

그리움과 기다림에 담아

편지지에 길게 써내려 간다

 

왜 그리 떠나야만 하였던지

왜 그리 보내야만 하였던지

잊기 위해 살아온 세월인지

살기 위해 잊어온 세월인지

빛바랜 편지지 위로 떨어지는

서글픈 회환의 눈물들이여

 

이별이 있어 삶은 아름다운가

그리움과 기다림이 있기에

삶은 슬플수록 깊어지는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기억 저편에 머무는 이들에게

눈물로 지워질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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