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봄 또 다른 봄 계절에 실려 흘러가면서 지난 겨울을 이야기한다 바람은 아직도 차가운데 또 다른 봄은 오고 있다 가슴에 소설 한 권씩은 품고 살아가는 우리들 책장마다 눈물꽃이 되어 책갈피로 끼워진 사연들 그 사연들을 그러모아 한 폭 수채화로 그릴까 그 사연들을 풀어 헤쳐 한 필 비단으로 엮을까 계절에 실려 흘러가면서 봄꽃을 피울 채비를 한다 땅은 아직도 얼어있는데 또 다른 봄은 오고 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6.22
동막 생각 (은혜의 땅 아름다운 금성면, 2018년) 동막 생각 우리 어렸을 때 동막만 알았지 산 너머에는 전기가 들어와도 십리길 밖에는 기차가 다녀도 우리 자라면서 세상을 알았지 웃음 너머에는 울음이 있는 것도 걷는 길에는 돌부리가 있는 것도 우리 살아가며 삶에 치여갔지 한숨 너머에는 또 한숨이 있고 힘든 하루 뒤에 또 하루가 있고 우리 이제는 동막을 그리워하지 정든 교정에는 부대가 주둔해도 마을 어귀는 철책으로 가로막혀도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6.22
달콤한 회상 달콤한 회상 창가에서 마주친 현재의 뒷모습 과거의 그 모습이 버스에 오른다 행여 그 때일까 급히 바라보는데 다가온 과거가 옆 좌석에 앉는다 그 눈동자에 그 뒷모습에 어떤 이야기가 정지하고 있을까 시간을 싣고 버스는 떠나는데 동승한 과거가 내리자고 하는데 멈추고 싶어 벨을 눌러도 시간의 버스는 다음 역으로 간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6.22
눈 내리던 어느 날 눈 내리던 어느 날 하늘과 땅이 하얀 빛이던 날 자동차도 시간도 더디게 가던 날 마른 안개꽃 위를 눈꽃이 덮던 날 카페에서 하얀 눈을 바라만 보던 날 눈 내리던 어느 날 돌아가고픈 곳도 떠나고픈 곳도 생각나지 않던 날 텅 빈 마음 초점 잃은 눈동자 그렇게 머무르던 날 머물러서 좋았고 바라보아서 좋았던 날 눈 내리던 어느 날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6.22
낙엽은 눈물처럼 낙엽은 눈물처럼 살아 온 사연들이 시린 가슴을 메이고 정수리까지 차 올라 맑은 눈에서 뚝뚝 떨어진다 깊은 곳으로부터 수맥을 타고 올라 잎이 되던 날 살아온 상처들은 문신이 되어 비바람을 맞은 잎들에 서리가 앉아 이제는 높고 험한 곳에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날 눈물로 찾은 산골에는 슬픈 사연들이 낙엽이 되어 아래로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6.22
나의 카메라는 사막의 별을 담을 수가 없었다 나의 카메라는 사막의 별을 담을 수가 없었다 사막의 별은 슬픔 속에 뜬다 극도의 소멸이 있는 곳 몇몇 존재하는 생명만이 그 거동과 호흡을 극소화하며 가냘픈 생명을 잇는 곳 사막의 별은 희망으로 뜬다 궁핍한 생명들의 희망 그 위로의 빛은 가냘파 도시의 빛에 익숙한 카메라로는 담을 수가 없는 곳 도시의 절망마저 사막에서는 희망이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6.22
길 위에서의 자조 길 위에서의 자조 어린 날 빛을 향하여 걸었네 밝은 곳에는 무언가 즐거운 일이 있는 줄로 알았네 젊은 날 먼 곳을 향하여 걸었네 모르는 곳에는 무언가 새로운 일이 있는 줄로 알았네 살아가면서 길이 있는 곳만 걸었네 모두가 다니는 곳 넘어질 일이 없는 줄로 알았네 빛이 있는 곳에도 ..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길들여지기 길들여지기 씀바귀의 쓴 맛도 청양고추의 매운 맛도 먹다 보면 길들여지고 맘을 울리는 슬픔도 몸을 다치는 아픔도 살다 보면 길들여지고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길고양이 길고양이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이 선하다 외로움이 가득 찬 선한 눈빛 홀로 살아가고 홀로 생각하고 외로움이 불길로 번져 지쳐 지치도록 타올라 마침내 한 줌 재로 남으면 그 때는 선한 눈빛만 남는다 그리워지므로 누구든 이야기하고 싶어지므로 무엇이든 선한 눈빛에 담겨 있는 외..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