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우사단길을 걸으며 겨울밤, 우사단길을 걸으며 외로움이 깊으면 빛이 될까 외로움이 더 깊어지면 별이 될까 그 별, 쓸쓸한 골목길에 외등 하나로 떠 올라 저기 저 산아래 불빛보다 더 멀리 빛날까 더 오래도록 빛날까 낡은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걷는 길 기울어진 처마마다 하늘로 오르지 못한 별이 걸리..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검정 고무신 검정 고무신 달리기에는 양손에 쥐고 목을 축이려 물도 담고 물을 채워 송사리도 넣고 벌을 낚아채어 빙빙 돌리고 열매를 따려 높이 던지고 트럭으로 접어 흙도 나르고 영 할 일이 없으면 신었다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간이역에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간이역에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기차는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영영 떠나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은 숙명이고 인생이기에 늘 기다리고 만나고 이별하였기에 간이역에는 바람이 지나고 지붕 위로 구름도 흘러가는데 왜 오지 않는 기차를 기약 없이 기..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가을 우체국 가을 우체국 가을이 오는 날, 우체국 앞 플라타너스 길을 지나면 눈길이 우체국 문을 향한다 편지를 쓰고 싶기도 하고 편지가 와 있을 듯도 하고 흰색과 빨간색의 현관 저기 보이는 작은 문을 열면 멀리서 온 절절한 기다림과 멀리로 갈 애달픈 그리움이 꽁꽁 채워진 우편 행랑들 가을 바..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가을에 내리는 눈 가을에 내리는 눈 가을에 내리는 눈은 강원도 봉평에서 내린다 가을에 내리는 눈은 푸른 잎새들 위로 내린다 가을에 내리는 눈은 옷은 적시지 않고 가슴을 적신다 가을에 내리는 눈은 여인네들에게는 화사함으로 사내들에게는 그리움으로 내린다 가을에 내리는 눈은 허생원과 동이의 사..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가을비 선물 가을비 선물 돌아선 가을이 뿌리는 눈물인가 늦가을 비가 세상 곳곳을 적신다 외로운 이는 더 외로울 수 없도록 쓸쓸한 이는 더 쓸쓸할 수 없도록 먼 곳 밑바닥 끝까지 적시고 있다 슬픔의 저쪽, 헛웃음만 짓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외로움도 접겠지 이 비가 그치면 쓸쓸함도 가겠지 이제..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5.10
KIST KIST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젊은 시절이 머무른 곳 빛나는 웃음들 눈부신 꿈들이 흘러오고 흘러간 곳 젊은 날의 패기와 성숙한 열정이 꿈으로 현실로 어우러진 날 하나를 위해 모두를 걸던 날 그 날들이 떠오르는데 그 길을 걸으며 길가 가로수마다 연못 위를 스치는 바람..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
회상 회상 아득한 날 하늘 푸르던 그 날 웃음과 애환이 있던 곳 이제는 텅 빈 시간에 쓸려간 폐허가 되어 저무는 회상으로 머물러 있다 멀리 떠나간 인연 홀로 낡아간 흔적 먼지가 되어버린 사연들 겨울에 어울리는 풍경이 되어 찾지 않는 곳 한 켠에 머물러 있다 그 날 그 자리에 다시 서면 잊.. 우정의 글/우정 시선 20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