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날
떠나간 계절은 돌아오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리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낡은 의자에 털썩 앉으면 그 뿐
빈 술잔에 가득 술을 부어
목마름으로 벌컥 넘기면 그 뿐
살아온 사연도 견뎌온 사연도
사라질 먼지들과 다를 바 있으랴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면
더 이상의 위로가 무슨 소용이랴
문 밖에 누군가 서성인다고
눈길을 보낼 이유가 무언지
곁에서 누군가 흐느낀다고
손길을 보낼 이유가 무언지
어둠으로 덮일 시간이라면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는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