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살아가자 711

케플러의 행성 법칙

요하네스 케플러는 20대에 《우주의 신비》를 쓸 때부터 스승인 티코 브라헤와 달리 태양중심설을 신봉했다. 케플러가 수년에 걸쳐 브라헤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서 얻은 결과는 케플러의 행성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케플러의 행성법칙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제1법칙은 타원궤도의 법칙이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말이다. 케플러의 제1법칙에서는 행성이 태양 주변을 타원궤도로 공전하고, 태양은 그 타원의 두 초점 중 하나의 초점에 자리 잡고 있다. 엄밀하게는 태양과 행성의 질량중심을 중심으로 해서 태양과 행성이 모두 회전하고 있지만, 행성에 비해 태양의 질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태양의 움직임은 무시할 수 있다. 원궤도와 타원궤도의 가장 큰 차이는 이렇다. 행성이 태양 주변을 원궤..

스카버러의 시장, 사이먼 & 가펑클

번안곡의 제목이나 노랫말은 원곡과 꽤 동떨어진 경우가 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정서가 다르고 사물에 대한 표현이나 서사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번안곡으로 알게 된 노래는 원곡의 내용이나 표현과 무관한 것일 때도 적지 않다. 1970년대를 전후하여 꽤 높은 인기를 누렸던 트윈폴리오의 노래 ‘웨딩 케이크(Wedding Cake)’나 조영남이 번안해 부른 노래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 같은 노래가 그 좋은 예다. 코니 프랜시스가 부른 원곡 '웨딩 케잌'에는 ‘사랑의 상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10년 차 주부가 ‘결혼과 결혼 후의 삶’을 담담히 고백하고 있을 뿐이다. 조영남이 부른 번안곡 ‘물레방아 인생’은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을 정처 없이 ..

루벤스, 시몬과 페로

지난 3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뜬금없이 명화 이름이 등장했다. 바로 루벤스의 . 임 전 차장은 이 작품을 두고 “얼핏 보면 포르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사형(굶겨 죽이기)을 받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모유를 먹이는 딸의 효성을 담은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겉보기로 이 그림을 판단하는 것이 잘못됐듯이, 검찰이 내세운 피상적 증거로는 사건의 진실을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루벤스는 자신의 그림이 사법농단 재판 피고인의 자기변호에 쓰이게 될지 예상이나 했을까? 그림 속 이야기는 로마의 역사학자 발레리우스 막시무스의 책 에 나온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몬이라는 이름의 노인이 죄를 지어 아사형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를 그냥 굶길 수 없었던 시몬의 딸 페로. 마..

시인 백석을 찾아서

시인 백석(1912~1996)과 화가 이인성(1912~1950)이 함께 찍은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938년 12월에 찍은 이 사진은 이인성의 아들 이채원(70)씨가 아버지의 유품에서 확인해 에 알려온 것으로, 당대를 풍미한 무용가 조택원(1907~1976)과 의사이자 수필가인 정근양이 두 사람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채원씨는 “사진이 찍힌 장소는 아버님이 운영하던 대구의 아르스 다방이고, 사진 오른쪽 하단의 글귀로 보아 1938년 프랑스에서 돌아온 무용가 조택원을 환영하는 모임을 기념한 사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님의 유품 가운데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주변 분들의 자문을 거친 뒤에 최종적으로 백석 전문가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한테서 사진 속 인물이 백석이 맞다는 고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