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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 은하 이야기

BK(우정) 2019. 12. 3. 13:45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은 다양하지만, 그중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별과 그 별들이 모여 이루는 ‘은하’입니다. ‘왜소은하’는 아주 작아서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은하입니다. 정말 평범하고,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작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약 40년 전부터 이 작은 은하가 사실은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태양계가 속한 것과 같은 커다란 은하가 왜소은하로부터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나온 것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만들어진 뒤 생겨난 왜소은하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큰 은하를 형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다수 천문학자는 이 주장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왜소은하가 바로 ‘우주의 작은 것’입니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커다란 망원경으로 봐야 보일락말락 하지만, 우주의 뼈대를 이루는 중요한 존재인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 서로 합쳐지지 않고 남아 있는 왜소은하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우주 초기에 생겨난 존재이기 때문에 이 왜소은하들은 우주 초기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자가 왜소은하에 주목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흥미롭게도 ‘수학’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은하의 형성 과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던 천문학자들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우주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수학 모형으로 만들어 컴퓨터 시뮬레이션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작은 은하들이 모여 큰 은하를 형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때 활용한 수학 모형의 핵심은 ‘다체문제’입니다. 다체문제란 만유인력으로 서로 끌어당기는 여러 천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계산해서 각각의 천체가 시간에 따라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를 예측하는 문제를 말합니다.

 

17~18세기에 활동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턴은 태양과 지구, 달처럼 서로 만유인력으로 상호작용하는 세 천체의 궤도를 구하는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많은 수학자가 이 문제에 매달린 끝에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천체가 3개만 돼도 일반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 뒤부터 각각의 상황에 맞는 근사해를 찾는 연구가 계속돼 왔습니다. 결국 다체문제의 근사해를 찾는 수학 모형을 적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덕분에 왜소은하가 은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관측 증거들이 발견되면서 왜소은하가 모여 큰 은하를 이룬다는 이론에 힘이 실리게 된 겁니다. 

 

왜소은하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주의 약 26.8%를 구성하는 암흑물질의 존재 때문입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현재 기술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는 왜소은하의 질량에서 암흑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별보다 10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의 암흑물질 덩어리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거든요. 왜소은하를 연구하면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아냈을까요? 천문학자는 ‘왜소은하의 질량비’를 계산해서 별보다 암흑물질이 10배 이상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우선 큰 망원경으로 왜소은하를 관측했습니다. 왜소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통해 은하 속에 얼마나 많은 별이 들어 있는지 계산했습니다. 그런 뒤 왜소은하의 움직임과 주변 천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왜소은하가 미치는 중력을 계산했습니다. 중력을 통해 왜소은하의 질량을 역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소은하의 빛을 이용해 계산한 질량은 ‘광도 질량’이라 하고, 중력을 통해 계산한 질량은 ‘중력 질량’이라 합니다. 둘 사이의 비를 계산해 보면 왜소은하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0 이상의 값이 나옵니다. 중력 질량이 광도 질량에 비해 10배 이상 크다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 왜소은하에는 인류의 기술로 관측되지 않는 암흑물질이 별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상, 출처; 동아 사이언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3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