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541

방랑

윗우가 마을에서~ 금천 마을까지, 약 십리길~ 왼편에 바다를 둔 나그네가 된다 해송은 바닷 바람에 흔들리고 멀리, 가까이 고깃배들이 움직인다 작고 큰 바위들이 섬으로 떠있고 등대는 먼 바다를 보고 있다 바다에서 건져진 미역들이 길게 누워 낮잠을 청하는 우가 마을의 풍경~ 신작로를 걷는다 바닷가 마을은 어떤 각도, 거리에서 보아도 정겹다 어부들과 바다를 이어주는 작은 배, 어망, 목교들이 한가롭다 등대들ᆢ무료한가 보다~ 나처럼 평상이라도 있다면 길게 누워 낮잠을 자고 싶다 미역, 그리고 등대의 그림자처럼 ㆍ ㆍ 방랑/BK 어떻게 갈까요 바다를 왼편에 두고 어디로 갈까요 수평선, 지평선을 만나는 곳까지 어디를 볼까요 다가오고 멀어지는 모든 것들 무슨 생각을 할까요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생각들

해변에

울산, 구유동에서 우가항까지의 길 정겨운 해변이 나란히 간다 독특한 카페, 미역을 말리는 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바닷가 집들, 어부의 도구들, 등대, 긴 밭고랑, 그리고 최연소 해남, 정우네 동네까지 싱그럽고 편하다 ㆍ ㆍ 해변에/BK 걸어요 바다를 곁에 두고 파도와 나란히, 해변을 따라 사람들은 곱게 살고 있어요 마을들은 정겹고 나는 풍경 안의 한점이 되네요 그런가 봐요 내가 작아질수록 세상은 넓고 아름다워요 바닷가 하나, 조약돌이 된다면 나는 세상을 다 가질 거예요 더 작아져야죠

너는, 바다는

울산, 그래도 바다다운 바다가 남아있는 지역은 강동사랑길~ 로 불리우는 정자항 ~ 우가항 ~ 당사항 ~ 주전항 ~ 10키로 정도의 해안 루트이다 오전 8시 도착, 그 길을 걸어간다 ㆍ ㆍ 너는, 바다는/BK 너는 언제나 그랬지 가까이 마주 보며 한낮을 보냈고 저녁 어스름에는 소주 몇잔의 푸념도 들어주었지 밤이면 너의 노래가 꿈 너머, 더 포근한 잠을 불러 지친 영혼에 쉼을 주었고 아침에는 너의 상쾌함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왔지 늘 치유를 받았고 새로이 설 수 있었지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었지 너는, 바다는

투니스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방인이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걷습니다~ 하오입니다. 지중해를 건너 튀니지의 수도 투니스에 도착하였습니다 파리의 다양한 칼라들이 하얗고 검은 옷들, 차도르로 바뀌고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섞입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하늘은 좋습니다 동양인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말을 걸어옵니다 저녁무렵,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스탄불의 느낌이 다가옵니다 그 곳이 유럽과 아시아의 연결이라면 여기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연결이라 그런 생각이 드나 봅니다 로마 제국의 도시, 콘스탄티노플과 카르타고 그 연관성도 생각해봅니다 문화와 역사가 바뀌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길가 테이블에서의 식사, 카페에서의 커피 전통 시장에 들러 간식거리를 구하였습니다 TV 채널을 이 나라 드라마에 놓고 창을 열고,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있습니다 열린 창 너머로부터 ..

브라티슬라바를 걷다 ~

브라티슬라바 10년전쯤이던가? 어느 겨울비 내리던 날 눅눅하게 내리던 날의 기차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던 중 즉흥적으로 잠시, 내렸다 오후, 서너시간을 머무르려다가, 결국은 부다페스트를 하루 뒤로 미루었다 그저, 고즈넉함, 침묵이 좋았던 도시 그 느낌은 어린 시절, 한겨울 동네의 골목 어귀 놀아줄 친구가 없었던 그 날 쓸쓸하면서도 평온하던~ 그 기분 참, 오래도록 남았다 비가 내려도 사람들은 우산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우산을 접었다 ㆍ ㆍ 비 오는 거리에 서면 온통 마음이 젖는 이들 맘 속에 묻힌 응어리들이 빗물에 젖어 쓸려 나오는 그 쓸쓸한 표정들에서 닮은 표정을 찾고 있는데 차가운 비는 더욱 더 내려 왜소한 이들의 마음을 밑바닥까지 헤집어 내고 나 또한 다를 바 없이 석조 지붕 아래 그 쓸쓸..

더 작은 마을, 스몰레니스

브라티슬라바의 한적함ᆢ 그 깊은 침묵에 한껏 매료된 나는 더 깊이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서투름이나 생소함에서 오는 불안감?이 그 매력, 호기심을 누를 때까지ᆢ 프라하에서 타고온 기차를 내리면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다시, 덜컹거리는 완행 열차를 타면 작은 도시, 트르나바, 더 들어가면 더 작은 마을, 스몰레니스 평범하고도 밋밋하였던 마을을 방향도 목적도 없이 배회하였다 시공으로의 여행ᆢ 지나온 시간이지만 내게는 지금이다 언제였던가, 그 시간에 나를 두고 그 때와 지금의 앙상블 지난 시간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떠나온 공간이지만 내게는 여기이다 어디였던가, 그 공간에 나를 두고 그 곳과 여기의 앙상블 지난 공간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성, 성으로 가는 길 스몰레니스성을 오르는 길 (daum.net) 스몰레..

파리에서는 술을 ~

파리에서는 술을~ 창 밖의 날씨는 시시각각 변해도 창 안의 나는 평화롭다 ㆍ ㆍ 질문/BK 나의 가슴에 햇살이 비치면 창 밖의 나뭇잎들이 반짝이고 나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창 밖의 나뭇잎들이 젖어든다 누구인가? 그늘지고 황량한 내 가슴에 햇살을 비추고 비를 내려 창 밖의 세상마저 바꾸는 이는 ㆍ ㆍ 왕년에는 나도 학생이었다 혼자라도 즐길 줄은 안다 ㆍ ㆍ 나 홀로 건배/BK 파리 소르본 대학가 인근, 먹자 골목 생맥주는 필수, 분위기도 그런대로 안주는 다소 퀴퀴한 치즈 퐁뒤로 한다 버너 위 낡은 냄비에 치즈를 녹이고 늙은 웨이터가 손수 뜯어준 호밀빵 꼬챙이에 끼워 지휘봉인 듯 젓는다 이리 저리 둘러 앉은 이방인들아 세파를 피해 떠나간 젊은 날들아 가고 오지 않는 잊혀진 기억들아 왕년에는 나도 캠퍼스의 낭..

바람 소리

2020년 4월 울산 테크노파크 ᆢ출장 업무 끝ᆢ 길을 나선다. 바람과 함께 ㆍ ㆍ 바람 소리/BK 바람 소리는 하늘에서 와요 비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크고 작은 그리움들 바람 소리는 몸으로 들어요 머리칼로, 얼굴로 다가오는 멀고 가까운 기다림들 걸었어요ᆢ태화강까지 길은 예쁜데ᆢ 놀라우리만큼 인적은 없고ᆢ 꽃과 햇살ᆢ바람ᆢ그리고 나ᆢ 태화강ᆢ대나무 숲이 일렁이네요ᆢ바람결에ᆢ 강변을 수놓는ᆢ꽃무리들ᆢ 바람은ᆢ모두를 움직이고ᆢ 꽃들은ᆢ저마다의 등불이 되죠 걸어요ᆢ좁을수록 아늑한 길을 따라서ᆢ 강은ᆢ봄을 지나가요 국가정원ᆢ대나무 숲길ᆢ십리 여러 잎들에 부딪는 바람ᆢ 대숲의 바람 소리들ᆢ하나ᆢ 둘ᆢ 셋ᆢ 대숲 사이로 보이는 강ᆢ 햇살에 반짝이는데 숲의 바람 소리ᆢ내게 전해오는 바람의 몸짓들ᆢ 수려한 꽃들이 강을 ..

하루가 저무는 시간

2020년 9월 초, 어느 날~ 파주, LG디스플레이 방문 기적의 역사를 듣다. 나의 탄생~ 지금까지와 시기적 일치 생산용 유리판들은 커져갔고ᆢ 여튼 잠깐의 미러샷 대표 디스플레이 제품들의 브리핑~ 뒤가 비치는 투명 몇장의 디스플레이를 이은 벽걸이 수족관 예술용 스크린, 명화들이 연이어 전시가 된다 세계 최고의 제품, 대각선 길이 2.3미터, 초고해상도 TV 방문 기념 촬영 을지로 출판사로~ 5호 시집까지 출간해 준 곳, 들렀다 성수동을 향한다. 드디어 쏟아지는 비 레티널~ 가상, 증강현실의 최고 벤처, 구글이 투자를 했다 미팅, 이젠 어디를 가도 현장에는ᆢ 후배들~ 동기나 선배들은 대부분 떠나고ᆢ 미팅 후, 함께 소문난 집으로~ 이른 저녁 비 내리는 창가에서는~ 더욱 맛나다 딱 한잔씩, 시국이 시국이라..

U 턴

마을~ 걸었다 여기쯤 나무들의 길 아늑함 사람들의 집이 하나 둘~ 마을을 지나 저 너머에는 바다 그 쪽으로 걸었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점점 가까이 풍경이 절경이 되어간다 멋진 구도 나무 아래로 가서~ 앉았다 턱을 괴었다 먼 곳을 본다 U 턴/BK 멀리 온 길 이제, 돌아가고 있는 길 돌아가면 두고 온 나를 만날까 기다리고 있을까 등을 돌리고 있을까 반겨줄까 눈을 흘길까 기다리지 않아도 돌아가야 할 길 반겨주지 않아도 만나야 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