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541

모스크바의 주점에서

백야~ 10시가 넘어야 땅거미가 느릿느릿 찾아오는 도시 비 오는 밤, 스산한 바람 모스크바의 그늘진 한 켠 선술집에서의 술잔은 처연하면서도 감미롭다 세르게이 예세닌~ 천재적인 서정 시인이자 양극성 장애자 푸른 눈동자, 금발의 수려한 외모 이사도라 덩컨이 사랑한 남자 비극적인 삶~ 그리고 술의 벗~ 오늘 밤은 예세닌~의 시로 대신한다 내 생각을 넣어, 조금 바꾸었다 목로 주점의 모스크바 - 세르게이 예세닌 그렇다! 이제는 결정된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는 일이 없게 나는 고향의 들판을 버리고야 말았다. 이제는 날개 같은 이파리들로 미류나무가 머리 위에서 소리를 내는 일은 없으리 내가 없는 동안 나지막한 집은 더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힐 것이고 늙은 개는 이미 죽어버렸다 구불구불한 모스크바의 길거리에서 나 또한 ..

공세리에서는

공세리 좋다~ 예쁘다~ 동네도~ 골목길도~ 커피집도~ 성당도~ ㆍ ㆍ 공세리에서는/BK 공세리에서는 일부러 길을 잃어요 방황을 할수록 더 예쁜 마을이죠 비가 내리면 비가 예쁘고 날씨라도 흐려지면 꿈결같아요 햇빛도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죠 바람은 자고 있어요 사람들은 느려서 정겹고 풍경은 멈춘 듯 고요해요 마리아는 아드님과 마실을 나갔어요 커피향은 아지랑이같이 오르고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이예요 공세리에서는

비와 주점

밀밭 양조장 광주송정역 앞, 송정시장 광산업진흥회, 출장 다녀오는 길 사람은 없어도 맥주는 있다 비 내리는 낮에는~ 낮맥~ 이다 비와 주점 비가 내리면 마음이라도 젖어야 해요 축축한 모습으로 주점, 구석진 창가를 찾아야 해요 지나간 모두는 추억 아름답지 않은 것들은 없죠 젖고 구겨진 마음 자락을 꺼내어 하나 둘, 펼쳐야 해요 빗물 아래, 눈물이라도 흐르면 빈 잔을 채워야 해요

영산강이 나에게

영산강은 담양에서 발원하여서 광주, 나주, 영암을 지나 황해로 갑니다 길이가 백여 킬로, 비교적 짧죠 그래도 한강, 낙동강, 금강에 이은 4대강입니다 구불구불하고, 계절별로 수위 차이도 크고 바닷물이 나주의 포구까지 밀려 들어오는~ 강 이름도, 나주의 영산포에서 왔네요 지정학적으로 사연이 많은 강입니다 영산강은 광주를 지나갑니다 광주에 오면 가급적 영산강을 만납니다 강변의 산책, 강의 이야기를 들으며~ ㆍ ㆍ 영산강이 나에게/BK 속도는 변해도 쉼 없이 흐르니 큰 일도 작은 일도 수긍하며 지나고 흘러간 물은 흘러오는 물이 채우니 미련도 원망도 남김없이 비우고 그저 강물처럼 낮은 곳을 향하여 구비구비 순응하며 살다가 떠나라네

즐거운 아침

미도 다방 가는 길 날씨는 흐려도 이 길에는 햇볕이 있다 아침은 늘 한적하다 옛날 과자에 냉수 한잔~ 에피타이저~ 이다 계란 동동 쌍화차~ 메인 요리~ 이다 설탕 프림 두 스푼 커피~ 디저트~ 이다 이제 일하러 가자 ㆍ ㆍ 즐거운 아침/BK 나는 알아요 오늘도 햇살은 반짝인다는 것을 가끔은 즐거운 비가 내리고 바람은 간지러울 정도로 불어올 것을 사람들을 만날 거예요 수정보다 맑고 진주보다 반짝이는 미소들 배려와 위함으로 꽉 찬 마음들 어울려 가고 있는 먼 길을 이야기하겠죠 돌아오는 길에는 가슴이 벅찰 거예요 오늘 이루어진 놀라운 일들 그 신선함과 경이로움을 꿈까지 안고 가겠죠 나는 알아요 내일 아침도 오늘과 같다는 것을 계절은 걸맞은 풍경을 주고 길은 활짝 열리며 기다린다는 것을

옛 생각

청라언덕 봄의 교향악이 아닌 초여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날 옛 동무들의 얼굴이 백합으로 피던 날~ ㆍ ㆍ 옛 생각/BK 우리는 시간이 지나는 것도 세월이 흐르는 것도 괘념치 않았지 언젠가 백합은 시들고 진다는 것은 초록잎들은 갈색으로 내려앉는다는 것은 우리의 꿈 저 너머에 있었지 꿈을 지나온 날 우리의 꿈은 어디쯤이었을까 어떻게 시들었고 흘러갔을까 새로운 꿈을 꾸겠지 우리는 어디선가 그렇게 서있겠지 그렇게 또 떠나겠지 돌아보겠지

그 식당

경북대 출장길 오후 회의 시간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다 동대구역~ 일단 대구역으로 이동 강한 햇빛, 그리고 밀려오는 시장기~ 번개시장, 조은식당~ 으로 간다 2015년부터 들렀으니ᆢ족히 몇년은 되었다 돼지국밥, 칼국수~ 오늘은 국밥으로 한다 맛도 시간도 가격도~ 무난한 집 사실, 무난함도 어려운 일이다 그 식당 맛이 그리워서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그 때의 무난함처럼 그저 평범하였던 어느 날, 오후처럼 그렇게 찾아왔을 뿐이다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어떤 일정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어느 초여름의 몇 시 그렇게 무료하게 앉아서 그 때 그 자리에서 밥 한술 뜨고 싶어서이다 몇 해의 삶을 더 지나온 무표정한 아낙에게 구겨진 오천원 지폐를 덕담과 함께 건네고 싶어서이다 기억할 이유 없는 그 날처럼

과거 여행

대구 기행~ 번개시장 국밥 읍성 골목 대구문학원, 이상화, 이장희, 현진건 40년 미도다방의 쌍화차, 커피 100년이 넘은 대구제일교회 역시 100년이 된 대구 구 교남 YMCA 회관 바보주막, 노무현 이상화 고택,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계산예가 서상돈 고택, 국채보상운동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역시 100년이 넘은 계산성당 쎄라비, LP 그리고 뮤직박스 청라언덕, 동무생각 역시 100년이 넘은 선교사 블레어 주택 김광석길, 그가 태어나고 자란 광명반점, 30년 구력, 백종원도 기겁을 한 하루가 알차다~ ㆍ ㆍ 과거 여행/BK 서두를 뿐이야 그들이 영영 떠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