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따라/뚜벅이의 하루 541

방랑

브뤼헤, 운하를 따라 걸었다 거리가 나오면 거리를 걷고 운하가 나오면 운하를 따라 걸었다 어울림은 보기에 좋다 중세 건물들의 도시 영주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물결처럼 거리에는 사람들, 오손도손 물가 카페에도 한가한 사람들 여기에서는 시간이 참, 느리게도 간다 분주함이나 번잡함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도 물처럼 흐른다 유유자적 한켠에 기대어 운하를 본다 나의 시간은 어디쯤 흐를까 어디로 흘러갈까 비가 내리려 한다 거리도, 운하도 비에 젖으려 한다 방랑 동서남북을 모른다 시간은 모르고, 계절은 잊는다 아무런 일정도, 목적도 없는 비라도 내릴 법한 날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낯선 도시, 잊혀진 시간 아래 비라도 내린다면 기꺼이 젖으리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기꺼이 흔들리리 나 아직, 여기..

하루 정산

2020년 8월 20일의 일기 전날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후 2시까지 자가격리 활동하여도 좋다는 통지를 받고ᆢ 강남 회의 오는 길에ᆢ라 카페 갤러리 나눔문화에 들렀다 꽃들이 먼저 반기는 곳, 여긴 여러번 갔다 베롱나무, 실내임에도 환하게 꽃을 피운다 이팀장님을 만나고, 의미와 취지, 이야기를 나누고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촌, 아이들의 학교 기부 약정 건네주신 자료들, 공부 좀 하고 조금 더 머무른다 덥고 소란스러워도, 늘~ 창밖의 세상은 선하고 곱다 나서며, 큰길보다는 골목길로 들어선다 소박한 포인트들, 길가의 벽 갤러리 누군가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경복궁역쪽으로~ 걷는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서, 오후 2시까지의 산기슭 자가격리 세시간여의 강남, 디스플레이 협회 회의 그리고, 통의동에서의 가벼운 미..

골목을 오르며

목포에는 나 어릴 적 골목길, 산동네가 있다 그 길을, 그 마을들을~ 유달산 기슭에서~ 서산동 골목길까지 천천히 걷는다. 정지된 가을처럼 골목을 오르며 골목을 오르는 길은 시간을 오르는 길 골목으로 들아갈수록 어린 시절로 간다 길은 좁았지만 꿈은 넓었던 시절 산동네보다 더 높은 꿈이 머무르던 시절 낮에는 흰구름 떠가는 하늘이 꿈이었고 밤에는 산아래 불빛들이 꿈이었던 시절 그 시절로 간다 길이 너무 넓어 갈 곳을 모르는 곳 빛이 너무 밝아 꿈을 찾지 못하는 곳 이 시절을 뒤로 하고 간다

언젠가는

서산동 시화골목 서쪽 산동네~ 바다가, 일몰이 아름다운 곳 사람들은 떠나고, 시와 그림은 남아있다 팔순이 넘은 할머니들의 인생시 구구절절한 삶의 애환들, 마음이 아리다 언젠가는 언젠가 말하겠지 우리 잘 살아왔을까 잘, 무난하게, 그럭저럭 살아왔을까 오늘이, 내일이 물결처럼 흐르고 나면 가을빛, 잎새들이 물들고 가을비, 낙엽들이 지고 나면 우리 그 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석양이 산 아래에 둥지를 틀듯이 저물어가는 날들이 세월의 언덕에 기대이면서 너와 나 여전히 맑은 눈망울로 사랑으로, 연민으로 마주보면서 우리 잘 살아왔을까 물어보겠지. 언젠가는

오늘도

오전 8시경, 양재역 2번 출구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안성으로, 서남~ 평범한 한글이 아닌 영어 SUperconductor NAno Materials 초전도, 한국 최고, 세계 일류 회사~ 발표 중~ 연구소장님 업무 후, 인근에는 초등학교의 분교가 있다 들른다~ 요 시의 배경~ 국민학교 추억 (daum.net) 국민학교 추억 국민학교 추억 우리는 즐거웠지 교실에서 유리창너머로 맑은 웃음이 퍼져나가던 날 웃음 다발이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플라타너스 이파리에 닿던 날 잎을 떠난 바람이 타지 않는 그네와 태극 blog.daum.net 지금은 요렇다 또 다른 회사로 이동~ 환영을 받고 회의 더하기 회의~ 끝났다~ 잠시 쉬고 요~ 연예인 밴으로 움직였다 늦은 점심~ 요집 한정식~ 짱! 이다~ 강추~ 칠곡저수지 ..

회상의 거리

2021년 2월 24일, 대전 출장 잠시 짬을 내어 소제동을 걷다 시간들의 공존 옛집들 위로 하늘은 푸르고 낡은 간판의 식당 제법 오래된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담장에는 벽화 벽들이 전하는 말 몇집 건너 하나씩, 도시 재생 프로젝트 문을 연 카페들이 눈에 띈다 회벽 어딘가로 담쟁이 덩쿨은 번져가고 빈 집들은 여전히 인적을 기다리는데 고목과 낡은 집은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 준다 늦겨울 해는 서둘러 가고 열릴 것 같지 않은 양철 대문 안으로 집보다 큰 나무들 빨간 우체통은 언제까지 기다릴까 저 다리 건너로부터 오는 소식들을 옛집들은 새로이 화장을 하고 드러나거나 더 깊은 뒤안길로 숨어버리는데 덧없이 걷는 길, 길동무는 전봇대 가는 전선으로 아직은 이어져 있는 따뜻함들 시간의 회전, 누군가 물레방아를 두었다 회..